4분 사과회견, 이례적 생중계
새 내용 없이 결론은"사퇴 불가"

[기자회견 해설] 남재준 국정원장... "참담·책임 통감" 고개 숙여

등록 2014.04.15 12:18수정 2014.04.1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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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사과하는 남재준 국정원장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15일 서울 내곡동 청사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에 대해 대국민사과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마치 짜인 각본처럼 착착 진행되고 있다. 증거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발표부터 남재준 국정원장 대국민 사과 회견까지 약 20시간 만에 이루어졌다. 그 사이 서천호 국정원 2차장의 사과문 발표와 사표 수리가 있었다.

짜여진 각본처럼 움직인 20시간

남 국정원장을 무혐의 처리한다는 서울중앙지검 증거조작 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의 수사결과 발표는 14일 오후 2시였다. 서천호 국정원 2차장이 "지휘책임을 진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임한 것이 당일 오후 8시였고, 남 국정원장이 대국민 사과 회견을 한 시간은 다음날인 15일 오전 10시였다. 국정원은 이례적으로 서울 내곡동 국정원 청사 안에서 열린 남 국정원장의 '4분 회견'에 대해 TV 생중계를 허용했다.

이렇게 속도는 빨랐지만 내용은 특별한 것이 없다. 남 국정원장의 회견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내가 남아 국정원을 개혁할 기회를 달라'이다. 증거를 조작해 법정에 제출하는 사법 파괴적인 범죄행위를 벌인 국가조직의 수장으로서 "머리 숙여 사과", "참담", "책임 통감" 등 높은 수위의 단어를 사용해 사과했지만, 관심을 모았던 거취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신 ▲ 낡은 수사관행과 절차의 혁신을 위한 TF 구성 ▲ 과학화된 수사 기법 발전과 강력한 구조조정 ▲ 엄격한 자기통제 시스템 구축 등 개혁책을 약속했다. 그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뼈를 깎는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견을 통해 남 원장은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포기할 의향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그가 제시한 모든 개혁안의 목적은 대공 수사능력 강화다. 그는 "과학화된 수사 기법을 발전시키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국정원 본연의 업무인 대공 수사능력을 한층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개혁 약속은 처음이 아니다. 남 원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12일 국정원 개혁안을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 당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비판 여론이 높자 자체 개혁안을 들고나왔다. 하지만 그로부터 4개월 만에 또 개혁안이다. 4개월 전에도 국정원은 "국가안보 수호기관임에도 아직 국민 신뢰가 부족함 점을 반성한다"고 말했고, 이번에도 "국민 여러분의 질타와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앞으로 국민이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남 원장의 이번 회견은 두 가지 점에서 이례적이다. 첫째는 법조 기자단을 불러들여 국정원의 심장부인 서울 내곡동 청사 안에서 이루어져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TV 생중계까지 허용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국민의 신뢰는 결코 이런 '쇼'로 회복되지 않는다. 남 원장 사과 회견은 불과 4분 걸렸다. 일부 기자들이 "질문에 답해 주시죠"라고 항의했지만, 아무런 질문을 받지 않은 채 총총히 회견장을 떠났다.


국정원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상태는 뉴스의 중심에 서지 않는 것이다. 정보기관인 국정원은 다시 음지에서 활동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하지만 온 국민의 눈과 귀가 남 국정원장의 거취에 쏠려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원이 다시 음지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남 국정원장의 사과 회견이 열리던 시각,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정원이) 또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되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남 국정원장에 대한 재신임 뜻을 밝혔다.
#남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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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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