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만난 깽깽이풀, 두 해 지난 뒤 소개하는 이유

등록 2014.04.15 17:31수정 2014.04.2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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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피기 시작하는 들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첫사랑 시작처럼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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깽깽이풀 봄 햇살이 숲으로 비쳐들자 깽깽이풀은 그때야 비로소 활짝 오므렸던 꽃잎을 펼친다. ⓒ 정덕수


봄꽃을 찾던 길손에게
 


봄꽃이 이미 지는 길
혼자서 찾아 온 길손
봄꽃이 피었느냐 물으면
무어라 대답 할까요 


먼 산에 오르면 거기쯤
봄꽃이 그댈 기다린다 하려니
지친 그의 몸 먼저 눈에 들어
차마 말하기 어려워 여쭙니다. 


고달픈 세상길
봄꽃 하나 찾아 온 길손
상냥하게 굴지 못한 죄
누구에게 용서 받을까 몰라
무슨 꽃을 찾느냐
대답 대신 하였답니다. 


적막하였던 들녘엔 다시
봄은 지고 녹음 짙어 가는데
길 모르는 내 앞에 놓인
수많은 갈래 길
대체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이냐
오늘은 내가 묻습니다.


설레던 마음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고 훌쩍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것 또한 봄이 지닌 특성이지 싶다. 고달픈 세상 살며 온 신경을 곧추세워 참견하고픈 마음 접고 곱디고운 들꽃 세상에서 한바탕 신명나게 놀아볼까 한다. 하지만, 세상을 벗어나서는 살 수 없는 노릇이니 준비 덜되어 이루지 못한 첫사랑처럼 아리기만 하다.


뉴스를 보면 연일 시원하게 풀어주는 소식은 없고 의문부호만 마음에 남길 뿐이다. 그런 까닭에 뉴스를 안 본지 며칠, 답답한 마음을 맑게 씻을 대안을 찾게 된다. 그래, 제법 오랫동안 잊었던 그곳에 가면 지금쯤 곱게 핀 꽃들을 만날 수 있겠지. 주저하지 않고 카메라를 챙겨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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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아비바람꽃과 깽깽이풀 홀아비바람꽃은 물론이고, 만주바람꽃, 나도바람꽃, 꿩의바람꽃 등 아네모네로도 불리는 다양한 종의 바람꽃이 피는 숲에서 깽깽이풀은 단연 돋보인다. ⓒ 정덕수


누군가 꽃 중 귀족이랄 수 있는 꽃을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첫째로 들꽃이라 대답 할 것이다. 다시 물으면 "깽깽이풀, 연령초, 모데미풀…" 등을 쉼 없이 말 할 것이다. 꽃이나 꽃잎, 잎까지 모두 티 하나 허용치 않는 자태를 뽐내는 들꽃들이다.

오늘 소개하는 들꽃은 그 중 '깽깽이풀'이다. 환경부지정 '멸종 위기 식물'이고 특별히 취급을 받는 전 세계 1종 1속의 깽깽이풀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희귀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식물은 해외로 잎 한 장 반출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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깽깽이풀 접사로 촬영한 깽깽이풀, 잎에 떨어진 꽃가루가 점처럼 보인다. ⓒ 정덕수


매자나무과(―科 Berberidaceae)에 속하는 다년생초.

초본식물이면서 특이하게 매자나무과에 속하는 풀 깽깽이풀! 잎이 연(蓮)의 잎을 닮은 식물로 '조황련(朝黃蓮)'이라는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며 뿌리를 캐서 말린 걸 약용으로 한방에서 사용한 것으로 전한다. 조황련 외에도 속명으로는 '상황련·천연·황연·토황연·모황련'으로도 불린다.

2004년 4월 이곳에서 1시간 남짓 되는 거리에서 처음 대규모 군락지를 만났을 당시의 희열은 지금도 가슴을 뛰게 한다. 하지만 갈 때마다 몇 개체씩 누군가의 손을 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누군가 자신만의 만족을 위해 손을 댄 흔적이다. 다행스럽게 최근 깽깽이풀의 다량번식을 시도하여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는 산지에서의 밀반출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식물의 자생지 복원에도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복수초나 얼레지와 마찬가지로 꽃을 피우려면 씨앗으로 발아를 시키고 3년이 지나야 첫 꽃을 만날 수 있는 성장 속도가 느린 단점이 있다. 결과적으로 채산성은 많이 떨어지는 식물이 되니 정책적으로 번식을 지원하지 않고는 오래지 않아 또 다시 남획으로 이어질 일이라 염려가 크다. 화초들은 씨앗을 파종하고 수개월 내로 꽃을 피워야 채산성이 맞다.

그러나 복수초나 얼레지, 깽깽이풀과 같이 몇 년씩 걸려야 꽃을 볼 수 있는 식물들은 관상 가치나 약용으로나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더라도 투자비가 높으면 꽃을 피우는 꽃대 1개당 몇 천원이 아니라 몇 만원에 거래가 되어야 어느 정도 채산성을 맞출 수 있다는 이야기니 과연 거래가 이루어지겠느냔 말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들꽃들은 다년생으로 한 번 심으면 오랜 세월 매년 같은 시기에 꽃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색1리 마을회가 추진하는 다양한 사업에서 중점적으로 들꽃과 산야초를 마을의 대표적 상품으로 키워보면 좋겠다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거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을 전체를 하나의 테마농원으로 조성하고 각 단위별로 지형에 맞게 들꽃이나 산야초를 심으면 꽃을 보려는 탐방객을 늘릴 수 있다. 또한 산야초를 가공하는 등의 2차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으며, 탐방객들이 머물 숙박도 그러하지만 음식점도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은가.

이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뒤로 미루고 소개하기로 한 깽깽이풀부터 만나자. 꽃을 보면 왜 일부지만 사람들이 자생지에서 다른 이들의 눈을 피해 남채를 하는지 이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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깽깽이풀 성냥을 꽂아놓은 것처럼 보이는 깽깽이풀의 개화전 모습이다. ⓒ 정덕수


사진에 보이는 깽깽이풀은 싹을 막 틔운 상태다. 이제 막 하나의 꽃봉오리가 피려는 순간을 촬영한 것으로 4일 뒤에 다시 찾아 갔을 땐 이미 그 봉오리는 꽃잎을 모두 떨궜고 다른 봉우리들이 일시에 피어 있었다. 더 아쉬운 건 이 포기가 큰 깽깽이풀을 며칠 뒤 방문하여서는 아예 만날 수 없었다. 누군가 몰래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가져간 것이다.

캐낸 흔적만 덩그러니 남은 장소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는 이런 경우를 당 해 보지 않은 이들은 모를 것이다. 오색에서도 같은 경험이 몇 번 있는데 에델바이스로 제법 큰 포기를 송두리째 떠간 현장은 두고두고 마음 아프다. 한 번 생각해보자. 집안에 누군가 몰래 들어와 애지중지 하고 아끼던 값비싼 애장품을 들고나갔다고 가정을 해 보면 어떤 심정이 되겠나?

그런 일들이 수시로 목격되어지다보니 여간 해서는 희귀종은 물론이고 아무렇지도 않게 만날 수 있는 보잘 것 없는 들꽃일지라도 다른 이들에게 장소를 알려주지 않게 됐다. 많은 이들이 함께 자연 속에서 이런 들꽃을 만나고 느끼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의 욕심을 조금만 버리면 가능한 일인데 말이다. 깽깽이풀을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고,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던 자생지엔 높은 울타리가 빙 둘러 쳐졌다. 남획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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깽깽이풀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잎은 녹색으로 변하지만 아직은 적갈색의 잎이 낙엽과 구분이 쉽지 않다. ⓒ 정덕수


사진이 조금은 지저분해 보일 것이다. 솔잎처럼 보이는 건 지난 해 꽃을 피우고 생존을 위하여 펼쳤던 잎의 흔적이다. 주변도 지난해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생태 사진을 볼 때 이렇게 키가 작은 지표식물이라면 배경이 깨끗할 수 없다. 만약 묵은 줄기나, 어느 정도란 정확한 한계는 없더라도 눈에 말끔하게 보일 정도의 사진이라면 일단 그 식물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 않다고 보면 맞다.

심지어 바닥에 흙만 보인다면 그건 그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는 걸 모르고 아주 깨끗하게 청소를 했거나, 이미 그 식물이 원래 있던 자리가 아닌 누군가의 마당이나 텃밭으로 이동을 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설중화를 촬영하겠다고 꽃을 꺾어 눈밭에 꽂아 놓고 촬영하는 사람도 본 적 있다. 비양심의 전형적인 행태다.

자연은 그 속에 살아가는 다양한 종들과 교감을 나누어야 할 대상인 것이지 특정인의 소유가 될 수 없다. 자연 속에 살아가는 그들의 생장환경부터 그대로 지켜주어야 한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변화나 변형을 주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가령 좋은 뜻으로 생태공원을 조성한다고 했을 때, 기술적으로 번식이 가능한 품종이라 할지라도 인위적으로 자생지와 동떨어진 환경으로 끌어가면 도태되고 만다. 자생지와 같은 조건이 최선이고 차선책으로는 최소한 비슷한 환경은 되어야 도태를 막을 수 있다.

그대에게 고백한다.
-봄의 들에서 만나는 깽깽이풀에게 


내 오늘 그대 한자락 가슴에 자리 잡고 싶다고
가장 은밀한 언어로 고백하고 있어
아직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한 순결
삿 된 세상 오욕에 물들지 않음에 기꺼이
그의 마음 넓은 화폭에
내 혼을 붓 삼아 고백을 그리려 하는데 


작은 흔들림에도 입 다물 줄 아는
그대로부터 내 가슴으로 다가 온
절정의 행복감은 눈부신 빛
하지만 여전히 작은 흔들림까지 다 살피기에는
너무도 주어진 시간이 짧아
그와의 사이를 메우려면 멀었지만
그는 이미 슬프게도 이별을 고하고 말았어 


숲은 아직 봄꿈을 채 깨지도 않았는데
서럽디 서러운 얼굴로
내 가슴팍에 상처를 주는가 싶다만
다음을 기약하자는 이별의 말도 없이
나 또한 다음을 기약하자 장담 할 수도 없음에
망연히 그대 흘린 보랏빛 눈물방울을 지켜만 봤어 


모든 아름다운 것들의 떠남은
당연한 것이었는지
사흘 짧은 사랑으로 가슴에 든 멍이
천년을 세 번 넘어도 풀릴까 싶어 


어쩌면 좋으랴
아직도 못다 한 내 가슴 속 고백을.


그 자리에서 스스로 번성을 누리게 하고 철에 맞추어 만나는 게 바로 가장 큰 행복이고, 종자를 받아 제대로 번식을 시킬 수 있다면 원 자생지와 같은 여건인 장소를 선택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함이 좋다.

또 하나, 이 깽깽이풀은 날씨가 흐리면 꽃을 피우지 않는다. 이슬에 젖지도 않았다. 그런데 물방울이 맺힌 깽깽이풀 사진을 만나니 당황스러웠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이슬에 젖은 꽃을 촬영할 욕심에 연출을 한 것이다. 그래 스프레이를 사용해 물을 뿜어 이슬처럼 연출을 하는 행동이 마땅히 권할 일이라 할 것인가. 그건 자신의 작품을 위하여 모델이 되어 준 이를 여러 사람 앞에 치욕적인 모욕감을 느끼도록 방치한 거와 같은 행동 아니고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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깽깽이풀 주변에 돌이 많기는 하지만 이렇게 돌을 배경으로 모델이 되는 경우는 처음이다. 더러 바위밑에서 옆으로 자라 나오는 건 보았지만, 덕분에 포기는 작아도 또 다른 느낌을 만났다. ⓒ 정덕수


10년 전 이곳에서 깽깽이풀을 처음 만나고 두 해 지난 뒤의 이야기를 여기 소개한다. 왜 희귀종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다하더라도 특별한 관심을 받는 식물에 대해 자생지를 공개하지 않게 되었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처음 이 장소는 단 다섯 명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며칠 뒤 세 번째 방문 때는 차량만도 7대나 서 있었다. 모두 깽깽이풀을 촬영하러 들어 온 이들이었다. 차량 한 대에 평균 4명만 잡아도 30명 가까운 인원이 이 장소를 알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은 절대로 이야기 하지 않았다고 했다.

물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친한 사람이 사진을 보고 같이 한 번 가달라는 부탁을 들어준 이가 있었다. 그게 화근이 되어 결국은 왕성한 세력을 과시하던 포기들로만 줄잡아 20여포기가 일시에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처음 군락지를 찾았던 다섯 명은 황당한 사건을 확인하고, 낯 선 이들을 경계하며 대책을 마련해야 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사실 이 장소도 이젠 들꽃을 촬영하는 이들에게는 공공연한 비밀에 지나지 않게 됐다. 해당 군청에 의견을 내 울타리를 쳐 밖에서 촬영만 가능하도록 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이젠 다시는 자생지에서 단 한 포기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촬영을 오는 이들 속에 야생화 농원을 하는 이(영리를 목적으로)와, 종로와 같은 노상에서 들꽃을 판매하는 이들이 섞여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들꽃탐사를 간다고 하면 그들은 아주 평범한 직장인처럼 자신의 직업을 숨기고 동행한다. 사전 탐색을 위한 거짓 출사인 것인데 이걸 밝혀낼 방법이 없다. 심지어 마을 주민에게 돈을 주고 그걸 야심한 시간에나 이른 새벽에 몰래 도륙을 하도록 만드는 상황이었으니.

몇 푼 안 되는 돈에 눈 먼 그 주민들은 모른다. 그 식물이 그곳에 있을 때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 마을을 방문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방문자들이 많다는 건, 결과적으로 단 한 번 그들이 품값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을 단 하루에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다. 꽃들이 철따라 바꾸어 피면서 근방에 음식점과 같은 곳은 늘 붐비게 된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기에 저지르는 잘못이다.

요즘 왜 이렇게 삐뚤어진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지 정말 모르겠다. 더구나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며 살아가고, 하루가 멀다하고 새롭게 피고 지는 들꽃들을 늘 만나는 계절에 말이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이 있다. 딱 그 말이 어울리는 시대라 그런 모양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http://www.drspark.net/의 ‘한사 정덕수 칼럼’에도 동시 기재됩니다.
#깽깽이풀 #조황련 #남획 #들꽃 자생지 #오색1리 마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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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보고, 많이 듣고, 더 많이 느끼고, 그보다 더 많이 생각한 다음 이제 행동하라. 시인은 진실을 말하고 실천할 때 명예로운 것이다. 진실이 아닌 꾸며진 말과 진실로 향한 행동이 아니라면 시인이란 이름은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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