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히 있으라고 방송... 방 안에 곧 물이 차올랐다"

[현장] '세월호' 구조 학생들이 증언하는 사고 당시 상황

등록 2014.04.16 17:10수정 2014.04.18 11:06
57
원고료로 응원

16일 오후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이 진도군 실내체육관 바깥에 게시된 '구조자 명단'을 애타는 마음으로 확인하고 있다. ⓒ 소중한


[기사보강 : 16일 오후 6시 10분]

"'펑' 소리가 나더니 영화처럼 물이 차오르더라구요."
"친구들,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16일 오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좌초된 여객선에서 구조된 승객들은 인근 병원과 진도군 실내체육관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거나 안정을 취하고 있다. 오후 3시 현재 진도군 실내체육관에 게시된 '구조자 명단' 앞은 안산 단원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은 구조자 명단을 확인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단원고 이아무개(18)양은 옆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4반 ○○이 있어? 없어? 없다고?"라며 쓰고 있던 담요로 눈물을 훔쳤다. 이양은 "함께 수학여행에 간다며 신나했던 친구인데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안산에서 출발해 오후 3시 진도군실내체육관에 도착한 학부모 고영환(47)씨는 인터뷰 내내 울먹였다. 고씨는 "구조자 명단에 아들 이름이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조카의 상황을 보러 온 곽수인(28)씨도 구조자 명단에 조카의 이름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걱정스런 마음을 드러냈다. 곽씨는 "조카의 부모들은 일을 하고 있어 목포에 사는 내가 대신 왔다"며 "목포해경, 소방본부, 병원에 다 가봤지만 조카를 만날 수 없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원 구조됐다더니... 구조자 명단에 아들 이름이 없다"

a

16일 오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좌초된 여객선에서 구조된 승객들은 인근 병원과 진도군실내체육관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거나 안정을 취하고 있다. ⓒ 소중한


a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한 세월호에서 구조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16일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 차려진 응급환자 진료소에서 치료를 받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이희훈


당초 "학생·교사 339명 전원이 구조됐다"는 일부 언론의 오보에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고씨는 "안산에서 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라디오로 계속 확인을 했는데 다 구조가 됐다고 해 마음을 놓았다"면서 "그런데 계속 말이 달라져 걱정스런 마음으로 여기 와 보니 구조자 명단에서 아들 이름이 없다"며 울먹였다.


곽씨 역시 "언론 보도와 현장에서 들리는 게 너무 다르다"며 "다 구조됐다고 해 마음이 놓였는데 여기 와서 보니 눈 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오후 5시 30분께 버스로 도착한 학부모들은 오열을 쏟아냈다. 학부모들은 '구조자 명단'이 적힌 게시판 앞에서 자식의 이름을 애타게 찾았다. 구조자 명단에서 자식의 이름을 찾지 못한 학부모들은 땅바닥에 주저 앉아 땅을 치며 눈물을 흘렸다. 한 학부모는 실신해 들것에 실려나가기도 했다.

일부 학부모는 체육관 연단에 올라 "정확한 사고 원인과 구조 상황을 발표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곳곳에서 학부모이 "배를 구해서 사고 현장으로 타고 가겠다", "왜 사고 현황도 제대로 파악 못하냐"며 고함을 지르고, 진도군수를 비롯한 진도군 관계자는 "현재 조류가 심해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진도군 실내체육관에서 구조된 학생들을 만난 가족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한편 구조자들이 진술하는 사고 당시 분위기는 그들이 있었던 장소에 따라 다소 엇갈렸다. 여객선 실외에 있었던 이들은 "매우 급박하고 혼란스러웠다"고 묘사했지만 실내에 있던 이들은 "차분했다"고 진술했다.

단원고 김아무개(18)군은 "배 우현 2층에 올라가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배가 기울고 옆에 있던 자판기가 쓰러지며 학생 3명이 깔렸다"며 "나는 난간을 붙잡고 겨우 버티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될 때까지 난간을 붙잡고 버텼다"며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에서 목까지 물이 찼었고 물 속에 두 번 들어갔다 나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실내에 있었다는 단원고 이아무개(18)양은 "차분히 있으라는 방송이 나와 별 소동이 없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역시 실내에 있었다는 이아무개(18)군은 "계속 차분히 있으라고 하는데 곧 물이 차올라 더 버틸 수 없어 뛰쳐 나왔다"고 말했다.

현재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인 진도 팽목항에는 긴급상황실이 꾸려져 있다. 오후 2시 현재까지 구조자 165명이 팽목항을 통해 들어와 인근 병원 및 진도군실내체육관으로 옮겨진 상황이다.

a

구조된 학생 만난 교사와 학부형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에서 구조된 한 학생의 교사와 학부형이 16일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 응급환자 진료소에서 학생과 만나고 있다. ⓒ 이희훈


#진도 #세월호
댓글5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3. 3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