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무릎 꿇은 가족 앞에 부끄럽지 않나

[게릴라칼럼] 현 정부의 흔들리는 위기관리, 특단의 조치 필요하다

등록 2014.04.22 07:47수정 2014.04.2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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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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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불빛' 켜진 단원고 운동장 제주도 수학여행에 나선 뒤 '세월호' 침몰사고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과 인솔교사들이 실종되어 일부는 시신으로 발견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7일 오후 비가 내리는 단원고 운동장에서 수백명의 학생들이 '조금만 더 힘내자' '모두가 바란다. 돌아와줘' '희망 잃지마' 등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 권우성


악몽의 연속이다. 2014 대한민국의 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이 차디찬 바닷속에 있음을 알면서도 꺼내주지 못하는 실종자 가족들은 통곡과 실신을 거듭하고 있고 그 모습을 보고 있어도, 안 보고 있어도 가슴이 아픈 국민들은 TV 앞에서 넋을 잃었다.

지옥이 따로 없다. 난 "아빠, 선장 아저씨 참 나쁘지요?'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의 질문을 애써 외면했다. 죽음 문턱에 아이들을 두고 자기 먼저 살겠다고 발버둥을 친 것이 어찌 선장 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설레는 마음을 안고 수학여행을 떠난 고등학생 등 476명을 태운 세월호의 침몰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사고였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었던 사고로 드러난 필연은 우리를 경악하게 만든다. 20년 이상 노후한 배가 규제로 수입되지 못했다면, 과적의 위험을 출발 전에 조금이라도 꼼꼼하게 따졌다면, 험하기로 유명한 맹골해역에서 급회전만 하지 않았다면...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쌓이고 쌓여 세월호를 침몰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누가 뭐라 해도 선박 운영사인 청해진해운이 져야 한다.

그러나 침몰이 꼭 대참사로 이어져야 한다는 필연은 없다. 반쯤 누워버린 세월호에서 아이들이 구명복을 입고 구조되는 모습이 TV를 통해 방송됐을 때, 전원 구조라는 소식이 흘러 나왔을 때 국민들은 환호하고 안도했다. 그랬어야 했다. 국가의 위기 대응 능력이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배는 침몰할지언정 300여 명이 죽거나 실종되는 참극은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침몰 후 6일 동안 국가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다. 며칠이 지나도록 현장 지휘체계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기사가 줄줄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이 '이게 국가냐'는 원망을 쏟아내는 건 당연한 것이다.

청해진해운과 선장과 선원에겐 무겁게 죄를 물어야 한다. 돈에 눈이 어두워 20년 이상 낡은 배를 수입해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개조하고 선원들에게 제대로 안전교육을 시키지 않으니 책임은 회사의 몫이다. 또 자신 먼저 살겠다고 본연의 임무를 방기한 채 구조선에 몸을 실은 선장과 선원, 아무리 인지상정이라 하더라도 용서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침몰의 책임과 대참사 책임이 같다고는 볼 수 없다. 300여 명에 육박하는 사망과 실종, 대참사의 책임에서 국가도 자유로울 수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 결국 '무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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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트 백 설치작업 '세월호 침몰사건' 사흘째인 지난 18일 오후 전남 진도군 인근해 침몰현장에서 해경과 해군 해난구조대(SSU)이 침몰한 선체를 부력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리프트 백(공기주머니)을 설치하고 있다. ⓒ 유성호


사고 발생 이후 누리꾼들은 정부의 대응이나 발표에 불신을 보내고 있다. 정부의 발표를 듣고 있다 보면,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의문이 떠오른다. 특히 사고가 난 지 3일이 지나서야 리프트백(공기주머니)을 설치한 건 일반인인 내 입장에선 이해하기 어려웠다. 배가 가라앉을 수 있다는 점이 염려됐다면, 애초 발견했을 때 리프트백 설치를 고려했어야 하지 않을까. 침몰하는 배를 공기주머니를 달아서 멈출 수 있다면, 급한 인명 구조 후 바로 설치를 해야 했던 것 아닐까.

또 대형 해상 사고를 대비해 1600억 원을 들여 건조한 통영함의 투입 불가 논란도 마찬가지다. 수중 무인탐사기, 첨단 음파 탐지기, 수중 3000m까지 탐색이 가능한 사이드 스캔 소나(Side Scan Sonar)를 갖추고도 몇 가지 요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투입할 수 없다는 국방부 설명은 실종자 가족이나 국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기 충분하다. 물론 국방부는 통영함이 아직 해군에 인도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2012년 진수식을 한 통영함이 1년 7개월이 넘도록 조선소에 머물고 있다는 건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21일로 6일이 지났다. 그 6일 동안 정부 당국은 사고 관련 수많은 발표를 했지만, 이상하게도 '정부 발표를 못 믿겠다'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부 발표에 불신하게 된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공기주입 발표 건이었다. 지난 17일 낮, 해경은 세월호에 공기를 주입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내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공기 주입은 다음날인 18일 오전이 돼서야 이뤄졌다. 정부의 오락가락 발표의 바탕에는 지휘체계의 무능함이 깔려 있다.

사실 이번 사고 이후 실종자 가족들과 국민들을 혼란시키는 주범 중엔 속보경쟁에 눈이 멀어버린 언론들이 자리 잡고 있다. 수많은 언론들이 숱한 오보를 내고 바로 사과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16일 이후 지금까지, 국가가 국민들에게 보여준 위기대응 능력은 제로에 가깝다. 무능했고 헌신성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은 정부의 무능력함과 아둔함에 지쳤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차디찬 바다 속에 갇힌 목숨들을...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가에 묻는다.

이런 내각 못 믿겠다, 대통령은 결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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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상황에 대해 보고 받고 있다. ⓒ 청와대


실종자 가족들이 분노하는 건 당연하다. 청와대로 가겠다며 절규하고 총리의 차를 막아서는 등의 행동은 자식들과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부모의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경찰은 이들을 막아서고 채증까지 했다. 이것도 모자라, 새누리당 최고위원인 한기호 의원은 "드디어 북한에서 선동의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는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고 색깔론에 불을 지폈다. 실종자 가족이나 국민의 고통은 안중에 안 두는 행동은 비단 이것 뿐 아니다.

온 나라가 비탄에 빠진 이 시점에 폭탄주 술판을 벌이며 선거 승리를 다짐하는 새누리당 유한식 세종시장 후보와 홍순승 세종시 교육감 예비 후보, 실종자 명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려 했던 안전행정부 관료,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곳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 등등. 그들의 추악함에 국민들은 할 말을 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7일 세월호 실종자들이 있는 진도체육관을 찾아 "오늘 이 자리에서 지키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물러나야 할 것"이라며 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확약했다. 그러나 대통령 방문이 후에도 구조와 수습의 난맥상은 바로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거짓과 불성실, 장차관과 행정관료들의 일탈행위만 늘어나고 있다. 여당 후보가 술판을 벌이고 색깔론을 들먹이며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를 증폭시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침몰을 대참사로 키운 재난 대책 매뉴얼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 국무총리와 관련 장차관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침몰의 책임이 선박회사와 선장, 선원들에게 있다면 침몰을 대참사로 키운 책임은 국무총리 이하 관련 장차관에게 있다. 불가항력이 아니라 무능과 아집, 독단, 거짓이 대참사를 야기했기 때문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 했다. 그러나 국가는 그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 '제발 아이들의 목숨을 살려 달라'는 국민들의 간절한 기도는 국가의 체계적이고 헌신적인 구조가 있어야만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이후 국무총리 이하 장차관, 행정 관료들의 모습은 국가의 존재 이유조차 의심하게 만들었다.

"이게 국가냐"라는 원망과 탄식을 만들어낸 사람들... 17일 대통령이 실종자 가족들에게 '다 물러나야 할 것'이라며 했던 약속, 읍참마속의 결단이 필요하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더 이상 어떤 희망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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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진보는 냉철한 시민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찌라시 보다 못한 언론이 훗날 역사가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스스로의 기록자가 되어야 합니다.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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