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최초 신고 학생에
"위도·경도 말하라" 다그친 해경

전남소방본부-최초 신고자 신고 녹취록 전문... '골든타임' 4분 날렸다

등록 2014.04.22 19:17수정 2014.04.25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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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459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이전 세월호의 모습. ⓒ 해양경찰청 제공


[기사 보강 : 22일 오후 8시 32분]

해경 " 위치는?"
학생 "(당황) 네?"
소방본부 "탑승자다."
학생 "잘 몰라요."
해경 "GPS 경위도? 경도와 위도?"
학생 "잘 몰라요. 섬이 보이긴 하는데..."

세월호에 탑승했던 단원고 학생이 지난 16일 오전 전남소방본부 119상황실과 목포해양경찰청 상황실에 첫 침몰 신고를 한 대화 녹취록 중 일부다. 신고 시각은 16일 오전 8시 52분 32초. 세월호에서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최초로 조난 신고를 한 것보다 3분 빨랐다.

최초 신고자가 119에 전화를 해 신고 접수까지 걸린 시간은 4분 25초. 경비정이 사고해역으로 출발하는데는 6분여가 더 걸렸다.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 허무하게 날려

'1초'가 시급한 상황이었지만, 최초 신고자와 전남소방본부·목포해경이 '3자 통화'를 하면서 우왕좌왕하는 사이 해경의 출동 시간은 계속 늦어졌다. 인명 구조에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Golden time) 역시 허무하게 낭비됐다.

22일 공개된 3자간 신고 접수 대화를 들어보면 특수 훈련을 받았다고는 볼 수 없을만큼 신고접수 체계가 미숙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 학생은 지난 16일 전남소방본부에 "살려주세요. 배가 침몰하는 것 같아요"라고 알렸다. 침몰 선박의 선명을 묻는 질문에도 "세월호"라고 정확하게 전했다.

그러자 소방본부는 목포해경 상황실과 '3자간 통화'를 연결한다.(오전 8시 54분 7초) 소방본부는 "배가 침몰한다. 휴대폰 기지국 진도군 조도, 서가차도"라면서 탑승객을 연결하겠다고 상황실에 전했다.

31초 뒤 3자간 통화가 시작됐다. 그런데 해경은 소방본부에서 확인한 내용을 다시 학생에게 확인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시간이 허비되고 있었지만, 해경은 느닷없이 "GPS 경위도. 경도하고 위도"를 외친다.

해경이 선원도 아닌 학생을 붙잡고 일반인은 알기 어려운 위치 정보를 물어본 것이다. 당연히 위치 정보를 알 수 없는 학생은 당황한 듯 "핸드폰이요?"라고 반문했다가, 다시 "잘 모르겠어요. 섬이 보이긴한데"라고 답했다. 해경은 위치를 모르겠다는 학생에게 이번에는 "어디서 출항하셨어요?"라고 물었다.

해경상황실은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에 배 이름만 입력하면 위치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러나 해경은 배 이름을 물어본 게 아니라 배의 위치나 출발한 항구명을 물어보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대처로 시간을 계속 낭비했다.

학생이 다시 "세월호"라고 배 이름을 밝혔지만, 해경은 이제 "배 종류가 뭐에요? 여객선인가요? 아니면 어선인가요?"라고 되물었다.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면서 최초 신고시간에서 4분 가까이 지난 8시 56분 57초에야 신고접수가 완료됐고, 1분가량이 지난 8시 58분에야 경비정이 출동했다.

학생의 최초 신고 대화록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세월호 구조를 위한 해경의 출동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앞당길 수 있었다며 안타까움을 쏟아냈다. 174명의 생명을 구조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이 최초 신고자는 단원고 2학년 6반 학생으로 확인됐다. 이 학생의 휴대전화는 사고 발생 1주일째인 현재까지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다음은 전남소방본부 119상황실과 단원고 학생으로 추정되는 최초 신고자의 신고 녹취록 요지이다. (주요시각만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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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459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구조작업 모습이다. ⓒ 해양경찰청 제공


(오전 8시 52분 32초)

전남소방본부 119상황실(아래 소방본부) : 119상황실입니다.
최초 신고자 (아래 학생) : 살려 주세요.
소방본부 : 네 119상황실입니다.

학생 : 여기 배인데 여기 배가 침몰하는 거 같아요.
소방본부 : 배가 침몰해요?
학생 : 제주도 가고 있었는데 여기 지금 배가 침몰하는 것 같아요.
소방본부 : 자..잠깐만요. 자..지금 타고 계신 배가 침몰한다는 소리에요? 아니면 옆에 있는 다른 배가 침몰한다는 소리에요?
학생 : 타고 가는 배가요. 타고 가는 배가!

소방본부 : 잠깐만요. 제가 해경으로 바로 연결해 드릴게요. 저 배 이름이 뭐에요. 혹시.
학생 :선생님 바꿔 드릴까요?
소방본부 119상황실 : 네. 선생님 좀 바꿔줘 보세요.
교사 : 여기 배가 침몰했어요.
소방본부 : 배가 침몰했어요? 배 이름이 뭐에요? 여보세요?
학생 : 네
소방본부 : 배 이름이 뭐에요? 제가 해경으로 바로 연결해 드릴게요.
학생 : 잠시만요. 세월호요. 세월호.
소방본부 :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해경으로 바로 연결할게요.

(오전 8시 54분 7초 - 목포해경에 "배가 침몰한다. 휴대폰 기지국 진도군 조도, 서가차도"라며 신고 내용 전달)

(오전 8시 54분 38초 - 3자 통화)

소방본부 : 신고자 분 지금 해양경찰 나왔습니다. 바로 지금 통화 좀 하세요.
목포해경 (아래 해경) : 여보세요. 목포 해양경찰입니다. 위치 말해주세요.
학생 : 네?
목포해경 : 위치. 경위(경도와 위도)도 말해주세요.
학생 : 네?
소방본부 : 경위도는 아니고요. 배 탑승하신 분. 배 탑승하신 분
학생 : 핸드폰이요?
해경 : 여보세요. 여기 목포해경 상황실입니다. 지금 침몰 중이라는데 배 위치 말해주세요. 배 위치 지금 배가 어디 있습니까?
학생 : 위치는 잘 모르겠어요. 지금 이곳….
해경 : 위치를 모르신다고요? 거기 GPS 경위도 안 나오나요. 경도하고 위도!
학생 : 여기 섬이 이렇게 보이긴 하는데.
목포해경 : 네?
학생 : 그걸 잘 모르겠어요.

해경 : 섬이 보이긴 하는데 잘 모르겠다고요? 어디서 출항하셨어요?
학생 : 어제..어제..
해경 : 어제 출항했다고요?
학생 : 어제 (오후) 8시 그쯤인 거 같아요.
해경 : 어제 8시에 출항했다고요? 어디서? 어디서?
학생 : 인천항인가 거기서 출항했을 걸요.
해경 : 인천항에서 출항했다고요?
학생 : 네.
해경 : 배 이름이 뭡니까? 배 이름?

(오전 8시 55분 38초 - 세월호 최초 확인)

학생 : 세월호요. 세월호.
해경 : 세월?
학생 : 네.
해경 : 배 종류가 뭐에요? 배종류…. 여객선인가요? 아니면 어선인가요?
학생 : 여객선일 거에요.
해경 : 여객선이요?
학생 : 네.
해경 : 여객선이고, 세월호고 지금 침몰 중이다고요? 배가?
학생 : 네?
해경 : 침몰 중이다고요? 배가?
학생 : 네. 그런 거 같다고요. 지금 한쪽으로 기울어서.

해경 : 한쪽으로 기울어서 침몰 중이다고요. 여보세요? 혹시 옆에 누구 있습니까?

학생 : 선생님 계시긴 하는데 선생님이 지금 정신이 없으셔가지고요.

해경 : 선생님이 정신이 없으시다고요?
학생 : 네. 제가 대신 전화했어요.
해경 : 네. 지금 보니까 8시에 인천항에서 출항하셨네요.
소방본부 : 아. 여보세요?
학생 : 네.
소방본부 119상황실 : 해경입니까? 여기 119상황실인데요. 여기 전화가 계속 들어오거든요. 다른 전화로. 다른 분들은 동거차도라고 해서 신고가 지금 계속 들어오네요.
해경 : 신고가 계속 들어와요? 저희가 하나 컨택했습니다.

(오전 8시 56분 57초 - 해경·신고자 연결 후 통화 종료)
#세월호 침몰 사고 #목포해양경찰청 #전남소방본부 #조난 신고 녹취록 #안산 단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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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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