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2달 됐는데... 스무살 첫 선물은 학과 폐지"

청주대, 사회학과 폐과처분... 학생·교수·동문 강력 반발

등록 2014.04.23 15:13수정 2014.04.2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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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대와 서원대의 학과 구조조정 추진과 관련 통·폐합 대상 학과 학생들의 반발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전 8시 30분께 청주대학교 본관 앞에서 이 대학 사회학과 학생 70여명이 학과 통·폐합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월 교육부는 대학 정원을 감축하는 동시에 재정지원을 연계하는 내용을 담은 '2014년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시행계획'의 사업명을 'CK-1(University for Creative Korea)'으로 정했다. 이 계획에 따라서 대학 체질개선을 위한 학과통폐합과 같은 구조개혁 노력을 대학 평가지표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부의 계획에 재빠른 응답이나 하듯이 청주대학교는 사회학과에 대한 폐과 처분으로 화답했다. 청주대학교 측은 지난 15일 학내 교무위원회 심의를 걸쳐서 사회학과 폐과처분 내용을 포함한 2015년 정원 조정안을 의결했다.

청주대 "사회학과, 3년 연속 최하위 그룹 학과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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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대 사회학과 학생들이 학과 통폐합 결정에 반대하며 작성한 호소문. ⓒ 청주대 사회학과


사회학과가 학교로부터 받은 공문에 따르면, 청주대학교는 신입생 입학성적, 재학생 충원율/중도탈락률, 취업률, 학과경쟁력강화계획서평가, 학과 만족도 조사결과, 각종 사업 참여도 등의 지표를 반영한 종합평가로 전체 학과를 5그룹(A, B, C, D, E)으로 평가했다. 그런데 사회학과는 3개 학년도 연속으로 최하위(E)그룹 학과로 평가되어서 폐과하기로 의결했다는 것이 학교 측 입장이다.

하지만 학내 구성원들은 즉각 이 조정안을 반대했다. 16일 청주대학교 교수회는 "이런 방식으로 기초학문을 다 없애는 구조조정은 청주대학교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 뿐이다"면서 학교 당국을 비판했다.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청주대학교지부는 "폐과 방침을 철회하고, 대학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 줄 것을 대학당국에 엄중히 요청"했다. 청주대학교 사회학과 동문 일동은 "앞으로 동문들은 지역 시민사회와 언론, 지식인들과 연대하여 함께 대응해 갈 것"이라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청주대학교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대학구조조정을 중단을 요구하면서 "근시안적이고 졸속적인 대학 구조조정은 중단해야 하며, 장기적이면서도 지역에서의 대학의 역할을 고려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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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눈먼 대학, 지성의 눈은 어디로 청주대학교 사회학과 학생들의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펼침막을 30여개를 만들어서 청주 시내와 교내에 게시하였다. ⓒ 청주대학교 사회학과


"취업전문학원? 학문과 진리탐구는 어디서..."

현재 사회학과 재학생들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학교 측의 폐과 처분에 대해서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사회학과 재학생들은 "무한한 잠재력을 꺽어놓는 청주대", "취업전문학원? 학문과 진리탐구는 어디서…",  "20살 첫 선물이 학과폐지"와 같은 문구를 담은 펼침막을 청주 시내와 학내에 게시하고, 현재 교내에서 밤을 새워가며 농성 중에 있다.

하지만 지난 21일 사회학과 동문측과 면담한 학교 당국은 '2015년도 정원조정안' 원안유지만을 되풀이했다. 이러한 학교 당국의 입장에 관해서, 이민수씨(93학번 동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지역시민과 동문들이 힘을 모아 그동안 자행된 청주대학교 당국의 부조리와 무능을 바로잡고, 청주대학교가 민주사학이자 지역인재를 길러내는 사학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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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대 사회학과 학생들이 학교의 폐과 결정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작성하고 있다. ⓒ 청주대 사회학과


한편 사회학과 동문회 박대호 사무처장(95학번 동문)은 "학교 당국이 사회학과 폐지를 담은 '2015년 정원 조정안'을 스스로 폐기하지 않을 경우에는 교육부에 대해서는 '2014년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시행계획'에 관한 헌법소원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학교 당국에 대해서는 재단 전입금과 등록금사용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소송', '등록금반환청구소송', '폐과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 '청주대학교 2015년 정원 조정안' 취소소송과 같은 가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교육부의 작전명 같은 'CK-1' 사업으로 2014년도에 입학한 사회학과 신입생들은 입학한 지 두 달 만에 학과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또한 청주대학교 사회학과 동문들은 그들의 젊은 시절 추억이자 학문적 고향을 잃어 버렸다.

사회학은 사회의 병을 예방하고 고치는 학문일 뿐만 아니라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학문이다. 과연 사회학 전공이 없는 종합대학교가 창조적 한국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교당국은 학내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면,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피해가 되는 정원감축이나 유사학과와의 통폐합과 같은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청주대학교 집행부는 비민주적이고, 졸속으로 처리된 '2015년 정원 조정안'을 폐기하고,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학내 구성원에게 사과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여경수 기자는 청주대학교 사회학과 95학번 동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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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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