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박근혜, 국민들 분노 잘 모르는 것 같다"

[해외리포트] "선장 살인자" 비판한 영국 일간지 <가디언> 본 외국인들 반응

등록 2014.04.24 08:43수정 2014.04.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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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보도 화면 ⓒ 화면캡처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실린 세월호 관련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 21일 <가디언>(현지시각)에는 '한국의 페리참사, 정말 끔찍했다. 하지만 살인은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가디언>은 이 기사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소식을 전하며 최근 논란이 된 박근혜 대통령의 "선장은 살인자 같다" 발언을 비판했다.

<가디언>은 이 기사에서 대통령이 감정적으로 살인 이야기를 한 것은 적절하지 않고 서방에선 이런 재앙을 겪은 뒤 지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지도자가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또 아이를 잃은 부모나 대중의 여론을 무시하기 힘들고,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지만 살인의 정의는 모호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영국에서도 과거 비슷한 선박 침몰사고가 발생했지만, 실수를 한 선원은 이렇게 비난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가디언>이 내놓은 이 기사의 골자는 서방에서 이런 비극에 정부가 이렇게 부실하게 대처한다면 지도자가 신뢰와 지위를 온전히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기사를 정독하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대통령이라는 고도의 리더십과 책임감이 필요한 자리에 무책임하고 리더십이 없는 사람이 물러나지 않고 앉아 있는 것은 결국 국민들의 책임이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당시 승객들의 안전을 돌보지 않고 탈출한 선장과 일부 선원들은 법에 따라 중형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세월호 선장과 몇 몇 선원에게만 죄를 묻고 이들을 교도소에 보내면 앞으로 이런 참사가 다시 안 일어날 것인지에 대해 우리는 자문해 봐야한다.

사고 발생 후 몇몇 언론들은 세월호 선장을 비롯해 선원들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인 점을 들어 안전교육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6개월~1년 단위로 계약이 갱신되던 상황에서 제대로 된 안전교육이 이뤄졌을 리는 만무하다. 그런데, 장래가 보장된 넉넉한 마도로스가 아닌 하루살이 같은 생계형 계약직 선장과 선원들에게 돌을 던지고 그들의 직업윤리만 따지는 것이 박 대통령이 보여 줄 수 있는 최선일까.

선장에게만 책임 뒤집어씌우는 사회, 옳은가

민주국가의 지도자는 자기를 믿고 뽑아준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에 결코 인색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서도 자신이 직접 사과하지 않고 총리를 내세웠다. 박 대통령이 진정으로 상심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싶다면 피해자 가족들과 국민들에게 '나라의 안전체계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서 정말 면목이 없다'고 머리 숙여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통해서 박 대통령은 국가재난상황에 자신이 얼마나 무능하게 대처하고 비겁한가를 국제사회에 공표한 셈이다. 개인적으로 또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번 침몰 사고 발생 후 박 대통령이 국민을 봉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다스려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는 21세기를 살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20세기 권위주의 시절에 살고 있는 듯하다. 

국가의 재난시스템부재, 선령 규제완화, 불안정한 비정규직, 직업적 무책임, 갈팡질팡하는 정부, 영혼 없는 일부 정치인, 진실을 보도하지 않는 공영방송, 책임을 회피하는 대통령...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이번 사고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을 찾아 들어가면 결국 최종책임이란 화살은 박 대통령에게로 향한다. 한국이라는 몰락하는 배의 선장은 바로 박 대통령 자신임을 그는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일까? 세월호 침몰 사고는 선장이 일으켰지만 그 원인은 국가의 미비한 안전시스템에 있고 인명구조는 정부의 책임이라는 것을 박 대통령은 정말 모르는 것일까?

"박근혜, 참사 수습보다 선거에 더 관심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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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전이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


<가디언> 기사를 읽고 나서 영국과 서구의 지인들에게 이 기사를 보냈고 그 중 몇 몇 지인들로부터 이 기사에 대한 반응을 받았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후 무려 6일 동안이나 공식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뉴스를 보니 도저히 믿기기가 않더군요. 그는 도대체 6일 동안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요? 그는 한국의 국군최고통수권자로서 인명을 구조하는 해군구조팀의 최종책임자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번 참사에 대해 한국국민들에게 '죄송합니다'라는 사과 하나 없는 것도 정말 충격적입니다." - 제인 정 트랜카(미국작가)

"박 대통령의 '살인자'라는 표현은 전혀 적절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신 분들 또 그 와중에 학생들을 구조하다가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서도, 박대통령은 겸허하게 애도를 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실비아 클라우스(네덜란드 일간지 <트로우>지 동아시아 편집자)

"<가디언>을 읽고 느낀 점은 이번 참사를 교훈삼아 한국의 안전기준이 향상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어느 한 사람이나 집단을 '살인자'라고 부르는 것은 사건해결과 예방에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박 대통령이 국가안전관리체계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한국국민들에게 보고하고 봉사 할 때 한국의 민주주의는 비로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 앤 아이작(영국학교 교사)

"박 대통령은 한국국민들이 이번 참사에 대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선장은 자기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지만 몇 몇 선원들은 목숨을 걸고 구조 활동을 한 것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참사에 대한 수습보다는 다가오는 선거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세월호에 충분한 구명선이 없었고, 있어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선장 개인보다는 선주, 크게는 한국정부의 관리책임 태만이라고 봅니다." - 진 카(영국시민)

"민주주의 국가에서, 행정부가 사법부의 영역을 침해하면 사고가 터집니다. 삼권분립의 원칙을 위반한 박 대통령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판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 스테파네 모트(프랑스 작가)
#가디언 #세월호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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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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