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젯보다 싼 3D 프린터? "못 만들 건 없다"

[오마이뷰] 가정용 3D 프린터 체험기... '구경꾼'에서 '제조자'로

등록 2014.05.02 08:06수정 2014.05.02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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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로 만든 다양한 모형들. 장난감 총을 본뜬 모형도 있다. ⓒ 김시연


누구나 '만들기' 추억 하나쯤 간직하고 있다. '프라모델(플라스틱 모형)'부터 레고, 과학상자, 모형 항공기 등 종류도 다양하지만 대부분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제품들이다. 하지만 이젠 '3D(3차원) 프린터'만 있으면 자신만의 '장난감'을 직접 찍어낼 수도 있다. 한때 수 백만 원하던 3D 프린터 값도 일반(2D) 프린터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미국 스타트업(창업회사)인 M3D사(www.printm3d.com)는 지난달 7일 299달러(약 32만 원)짜리 개인용 3D 프린터를 소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 올려 화제를 모았다. 한 변이 18cm인 정육면체 크기에 무게는 단 1kg에 불과한 소형 프린터로, 24일 현재 1만 명에게 300만 달러를 모았다. 올해 8월쯤 제품이 나올 예정인데, 집집마다 3D 프린터가 보급될 날도 머지않은 것이다.

30만 원대 3D 프린터 등장... 국내는 아직 100만 원대 '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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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M3D사가 이달 초 소셜펀딩업체인 킥스타터를 통해 공개한 299달러짜리 소형 3D 프린터 시제품. 24일 현재 1만명에서 300만 달러를 모았고 오는 8월 출시 예정이다. ⓒ M3D


지난 2009년 3D 프린터 원천 기술이 공개(오픈소스)된 뒤 국내에도 개인용 제품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크고 작은 동호회를 중심으로 3D 프린터를 이용해 취미 활동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보급형 제품도 아직 100만 원은 줘야 살 수 있다.

지난달 21일 국립과천과학관에 다시 문을 연 '무한상상실'도 3D 프린터 9대를 설치해 놓고 학생과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었다. 각종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돼 3D 프린터뿐 아니라 레이저 커터, CNC 장치 등 각종 공작 기계를 미리 체험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었다.

"3D 프린터를 써보려고 하는데요."
"스케치는 해보셨나요?"

무한상상실에 3D 프린터 체험을 요청했을 때 가장 먼저 돌아온 질문이었다. 사실 3D 프린터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먼저 '구글 스케치업(www.sketchup.com)'이나 '오토데스크 123D(www.123dapp.com)' 같은 3차원 드로잉 프로그램으로 설계 도면을 만드는 법부터 배우는 게 순서다. 물론 '3차원 스캐너'로 기존 물체를 그대로 본뜰 수도 있지만 역시 편집 과정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김현훈 무한상상실 테크니컬 어시스턴트는 "주말마다 스케치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일반인도 2~3시간 정도면 3D 출력에 필요한 기본적인 도면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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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업체인 오픈크리에이터즈에서 올해 출시한 3D 프린터 '아몬드'. 보급형 제품이지만 가격이 190만원대에 이른다. ⓒ 김시연


3D 출력은 간단... '3D 도면 만들기' 실습 거쳐야

사실 '도면'만 있으면 출력 자체는 간단했다. PC가 없더라도 도면이 담긴 USB 메모리를 3D 프린터에 꽂기만 해도 바로 출력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다만 플라스틱을 고온으로 녹여야 하기 때문에 10분 정도 예열은 필수다. 가느다란 플라스틱 선(필라멘트)을 녹여 붙이는 프린터 헤드 부분은 섭씨 230도까지, 출력물을 지탱하는 밑바닥(플랫폼)은 130도까지 달궈야 한다.

출력 과정은 우리가 흔히 쓰는 잉크젯 프린터와 비슷했다. 잉크를 뿜어주는 헤드가 좌우를 오가며 종이 위에 글자나 그림을 한 줄씩 찍어내듯, 3D 프린터는 필라멘트와 연결된 헤드가 전후, 좌우를 오가며 3차원 모형을 아래에서 위로 한 층씩 쌓아간다. 잉크 대신 플라스틱 선이나 가루 같은 물질을 200도가 넘는 고온으로 녹여 붙인 뒤 차갑게 굳히는 과정을 반복한다. 

무한상상실에 비치된 3D 프린터 9대 가운데 미국 메이커봇 제품 2대를 뺀 7대는 모두 국내 3D 프린터 개발 업체인 '오픈크리에이터즈'에서 만들었다. 아쉽게 최신 제품인 '아몬드(ALMOND)'는 이날 예술대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어, 이 회사 초기 제품인 'NP-멘델'과 메이커봇 '레플리케이터2X' 2대로 직접 출력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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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크리에이터즈에서 만든 개인용 3D 프린터 'NP-멘델'. 핸드볼 공 크기 만한 제품까지 출력할 수 있다. ⓒ 김시연


NP-멘델은 국내 개인용 3D 프린터 시대를 연 제품으로, 지난 2012년 DIY(자가 조립) 키트 제품으로 60만 원대에 선보여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었다. 지금은 135만 원에 완제품만 판매하고 있는데 메이커봇이나 아몬드와 달리 밀폐 용기 없이 내부가 개방돼 있어 3D 프린터 작동 원리를 살펴보기 편했다.   

다른 보급형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이곳 제품은 모두 값싼 플라스틱 필라멘트를 재료로 사용하고 있었다. 보통 굵기가 1.75mm에서 3mm인 플라스틱 선을 감아서 파는데, 1kg 가격이 1만5천~2만 원 선이라고 한다. 이날 만들어본 수십 g짜리 컵 모형 정도는 수십 개도 거뜬히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보통 한 가지 색 필라멘트를 사용하는데 2가지를 번갈아 사용할 수 있는 듀얼 제품도 나와 있다. 더 다양한 색상을 조합하려면 분말 가루를 사용하는 수백만 원 대 전문가용 제품을 써야 한다.

3D 프린터 사양을 좌우하는 건 출력물 크기다. 무게가 9kg인 NP-멘젤이 만들 수 있는 최대 출력물은 가로 180mm, 세로 180mm, 높이 160mm로 지름 19cm인 핸드볼 공보다 조금 작다. 13kg짜리 아몬드는 이보다 작은 150×150×140mm고, 메이커봇 제품은 152×246×155mm다. 앞서 M3D 소형 3D 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건 머그컵 정도 크기인 109×113×116mm에 불과하다. 이날 무한상상실에는 최대 600mm까지 출력할 수 있는 전문가용 시제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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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봇 3D 프린터 '레플리케이터2X'으로 제품을 출력하기 위해 선을 꽂는 모습 ⓒ 김시연


1시간 대기는 기본... 대형 제품 출력에 수십 시간 걸리기도 

"끝나려면 얼마나 걸려요? 다음에 와서 찾아가도 돼요?"

문제는 출력 시간이다. 아무리 작은 제품도 수십 분은 기본이고, 길게는 수 시간에서 수십 시간까지 걸리기도 한다. 이날 3D 프린터에 출력물을 걸어놓고 몇 시간 기다리던 대학생들이 결국 자리를 떴다. 안을 촘촘한 격자무늬로 채운 어른 주먹만 한 크기 모형을 뽑으려면 10시간 정도는 걸린다고 한다.

이날 NP-멘델로 직접 출력해 본 제품은 명함 크기보다 작은 지름 35~47mm, 높이 54mm짜리 작은 컵 모양이었는데도 1시간 가까이 걸렸다. 같은 모델을 크기만 2배 정도 키우고 안을 육각형 무늬로 채웠더니 시간이 2배 넘게 걸렸다. 커다란 화분 크기 모형은 뽑는 데 20시간이나 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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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 출력 결과물. 왼쪽 연두색이 NP-멘델로 1시간만에 뽑은 것이고, 오른쪽 흰색 2개는 메이커봇 제품으로 출력했다. 크기가 두 배 이상 커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렸지만 출력 도중 선이 엉켜 중단했다. ⓒ 김시연


이때 출력 시간을 좌우하는 건 출력물 한 층에 해당하는 레이어 두께와 내부 공간 처리다. 한층 두께는 0.05mm에서 0.3mm까지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지만 보통 0.2mm 정도로 쌓는다고 한다. 두께를 반으로 줄이면 출력물은 그만큼 정교해지지만 출력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모형 내부 공간이 텅 비어 있으면 그만큼 출력 시간이 짧아지고, 꽉 채우면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부득이 모형 안을 채울 때도 격자무늬나 벌집 모양으로 여백을 두는 게 보통이다.

사후 서비스도 3D 프린터를 고를 때 중요한 요소다. 이날 메이커봇 제품은 외국 제품이라 점검이 제대로 안 돼 출력 도중 플라스틱 선이 엉켜 출력이 중단됐는데, 이런 에러가 발생하면 아예 처음부터 다시 출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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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천과학관 무한상상실 3D프린터실 내부 모습. 학생들이 출력물이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다. ⓒ 김시연


구경꾼에서 제조자로... 우리나라도 '메이커스 시대' 열릴까

3D 프린터를 구입하려고 마음먹기에 앞서 평소 자신이 모형 만들기를 즐기는지, 용도는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현재 3D 프린터는 조각과 같은 예술 작품이나 각종 디자인 시제품, 건축 설계 목업 제작 같이 전문가들이 주로 쓰이고 있다. 아이들 장난감이나 가정에서 쓰는 간단한 도구를 만들 수도 있지만 가정에서 쓸 수 있는 용도는 아직 제한적이고, 정밀도도 금형을 사용한 대량생산 제품에 미치지 못한다.

비싼 가격도 문제다. 그나마 보급형에 속하는 아몬드 가격도 192만5천 원으로 일반 프린터의 10배 수준이다. 최근 로킷 '에디슨(3dison)', 3D프린터마트 '에펠', 엔트렉스의 'RexBot 3D' 등 국내에서도 90만~100만 원대 보급형 제품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3D 프린터 사용자 저변 확대를 위해 사용자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오픈크리에이터즈 역시 용산전자상가에 50평 남짓한 3D 프린터 전시 공간을 마련해 매주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마침 이날 현장에 시제품 점검차 나온 최종언(25) 오픈크레이터즈 대표도 만날 수 있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최 대표는 지난 2010년 1월 취미 삼아 개인용 3D 프린터를 만든 게 계기가 돼 지난 2012년 5월 강민혁 대표와 회사까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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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 개발자인 최종언 오픈크레에이터즈 대표(왼쪽)가 전문가용 제품으로 만든 꽃병 모양의 출력물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정도 크기 제품을 출력하려면 20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 김시연


최 대표는 "평소 만들기를 좋아하고 3D 모델링을 아는 사람들이 주로 구입하는데 회사에서 운영하는 카페 회원만 1만1000여 명 수준"이라면서 "국내 기술로도 M3D 같은 수십만 원대 보급형 제품을 만들 수 있지만 아직 시장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국립과천과학관 본관 밖에 있다 이번에 안으로 옮긴 무한상상실 입구는 둘로 나뉘어 있다. 바로 전시장을 거쳐 들어오는 관람객 입구와, 건물 밖으로 바로 연결된 '메이커스(제조자)' 전용 입구다. 관람차 이곳을 찾은 많은 이들이 스스로 제조자로 거듭나길 바라는 나름 장치인 셈이다.

<메이커스>란 책에서 미국의 '제조자 운동'을 다룬 크리스 앤더슨 3D로보틱스 대표는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PC)가 오늘날 온라인 분야의 '민주화'를 이끌었듯, 3D 프린터가 오프라인 제조업의 민주화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도 '창조경제' 덕에 3D 프린터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당장 스스로 만들기를 즐기는 메이커스 인구 확대가 더 절실한 상황이다.
덧붙이는 글 3D 프린터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국립과천과학관(https://www.sciencecenter.go.kr), 무한상상실(http://www.ideaall.net), 3D 프린터 포털 자이지스트(http://xyzist.com), 오픈크레이터즈(http://opencreato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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