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새로운 삶에 대한 고민

등록 2014.05.04 10:53수정 2014.05.0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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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청 광장 합동분향소 분향소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 이승훈


5월 2일 아침,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노란 햇빛이 눈부셨다. 몸은 무거웠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던 것 같다. 분향소에 가기 위해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분향소조차도 가보지 못한 것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날마다 사로자는 이유가 왠지 그들에게 인사를 못했기 때문인 것만 같았다. 그래서 최대한 볼일을 일찍 끝내고 향했던 곳이 서울 시청 광장 합동분향소였다. 지하철 계단을 밟고 밖으로 나서는데 하늘은 어느새 잿빛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축축한 공기와 함께 물방울이 어깨 위로 뚝뚝 떨어졌다.

평일 낮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학교가 끝나고 달려온 듯 교복을 입은 학생부터 까만 정장을 입은 직장인들까지 기다란 줄을 잇고 있었다. 차례를 기다리면서 먼저 추모를 하고 간 사람들의 흔적들을 보았다. '미안합니다', '용서하지마세요', '잊지 않겠습니다', '따뜻한 곳으로 가길 바랄게요'.

그 외에도 장문의 편지와 그림까지, 수많은 이들의 흔적들이 바람에 너붓너붓 펄럭이고 있었다.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고(故) 박수현 군이 침수 직전에 찍은 핸드폰 영상 속 아이들이 오버랩 되어 마음을 더 무거워졌다.

'뉴스에 나올까?' 천진난만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구조를 기다리던 아이들이, 지금 수천만의 국민들이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어떤 말을 할까. 슬퍼하지 말라고 오히려 우리를 위로하진 않을까. 생각을 하는 사이 내 앞으로 작은 국화꽃 하 나가 건네졌다. 그리고 여남은 조금 넘는 사람들과 함께 묵념, 헌화,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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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분향소 나무 밑에 돋아나는 푸른 싹 푸른 싹들이 빗물을 머금고 파랗게 빛나고 있다. ⓒ 이승훈


추모인사를 끝내고 나오는데 노란리본이 만개한 나무가 보인다. 그 밑으로는 푸른 싹들이 빗물을 머금고 더욱 파랗게 피어나고 있었다. 저기 우리가 놓은 국화꽃 위에 있는 이들, 그들은 한창 새싹처럼 꿈을 키워갈 아이들이었다. 왜 죽었을까.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온 것일까. 왜.


풀어야만 하는 의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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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않는 꽃 서울 시청 합동분향소에서 나오는 길에는 노란리본이 만개하다. ⓒ 이승훈


처음부터 지금까지, 사고 발생 후 18일이 넘도록 의문은 점점 커져만 간다. 사고가 일어난 이유. 구조가 늦어진 까닭. 민관군이 합동하여 구조작업을 벌이지 못한 것. '언딘'이라는 민간업체의 독점적 구조작업까지 미궁의 미궁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여러 측면에서 이 사건을 무마시키고 왜곡 시키지 않는 이상 이토록 꼬일 수가 없다.

가장 화가 치미는 부분은 국가의 역할이다. ▲민간기업 '언딘'이 왜 구조작업을 '독점'하고 있는지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국가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한시가 바쁜 상황에서 '언딘'은 왜, 현장에 도착해 있던 특수전전단(UDT/SEAL), 해난구조대(SSU) 그리고 민간잠수부들과 '함께' 작업할 수 없었는지 타당한 이유와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구조 작업에 필요한 바지선(운하·하천·항내(港內)에서 사용하는, 밑바닥이 편평한 화물 운반선)은 왜 늦어졌는가. '현대 보령호(해양과학기술원이 추천한 바지선)'가 이미 도착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해경은 이를 대기시키고 언딘의 바지선 리베로호가 오기만을 기다렸나. ▲이종인씨의 다이빙벨은 왜 어떤 이유로 철수 시켰는가. 수백 명의 생사가 달린 일에 언딘의 계약이 더 중요했는가. 이러한 모든 이유로 구조가 늦어진 점에 대해서 국가는 설명해야만 한다. 만약 구조가 얼토당토아니한 이유로 늦어진 것이라면 민간기업 '언딘'은 물론 해경, 해수부 책임자들은 각오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해경은 ▲세월호와 진도VTS의 교신내용을 숨김없이 낱낱이 발표해야 한다. 이미 맹골수도에서 사고가 났다는 것은 전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 헌데 개인의 위치정보가 담겼다는 부분 부분을 지우고 공개했다고 해경은 발표했다. 원본 파일을 밝히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이다. 이는 '구출되지 못해 세월호와 함께 바다 속에 있는 실종자들의 위치 정보를 공개하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해석되어 진다.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언제부터 세월호에 갇힌 아이들의 개인정보를 걱정했는가. 언제부터 해경이 그리도 철저 했는가. 이 상황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위치정보라니. 이해할 수 없다.

언론사 보도국장들은 세월호 선장과 똑같은 사람?

공영방송사들은 이번 세월호 참사의 문제로 신뢰성에 큰 의심을 받고 있다. 첫날에는 단원고 학생들이 전원 구조 되었다는 오보를 내었다. 당국의 발표만을 그대로 받아 적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경험 없는 신입기자들만을 현장으로 내모는 한국 언론의 병폐 때문이기도 하다.

사고당일 정부는 잠수사를 대거 동원했으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을 되풀이하여 방송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그날 180여명의 잠수사를 확보하고도 '총 16명만'이 수중탐색을 진행했다는 점은 쏙 빼놓고 방송을 했다는 점. 웃길 노릇이다. 우리나라 언론사가 이토록 사실보도에 취약했나 싶다.

이처럼 한 부분만 부각시키고 또 다른 부분은 가리며 방송하는 일은 이후에도 수차례 반복되었다. 얼마 번 박근혜 대통령이 안산에 있는 합동분향소를 찾았을 때도 그랬다. 현장에 있던 유가족은 "CF찍는 줄 알았다"라고 말한 것처럼 방송국에서는 이를 정말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앞다퉈 보도를 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의 모습인 몇몇 유가족의 거센 항의와 유가족들을 막아선 삼엄한 요원들의 내용은 빠져 있었다.

23일~24일 KBS, MBC 세월호 보도 사례를 보면 유병언·구원파 28건, 잠수병·구조활동 17건, 영결식·추모 14건을 보도한 것이 비해 구조지연·실종자가족에 대한 보도는 5건에 그쳤다(뉴스타파 2014/05/22 22:44 보도자료 참고). 또한 5월 3일 MBC는 내막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빼놓은 다이빙벨 실효성 논란을 가중시키는 보도와 마치 이 참사가 종결된 듯 추모객 행렬만을 내보냈다. 이는 현장작업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나 사고가 발생한 본질적인 이유에 대한 비판을 완전 포기한 보도였다.

세월호 참사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18일이 지났다. 아직도 실종자 수색은 계속되고 있으며 풀리지 않는 의문들은 늘어만 가고 있다. 청해진해운과 비정규직 선장의 무책임한 행동에 국민들은 분노를 쏟아낸다. 그들의 잘못은 뚜렷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토록 어이없는 사고에 대한 분노가 향할 수 있는 쉬운 타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정부'를 우리는 어떻게 탓해야 할지, 무엇을 탓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 저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우리는 의문을 제기하기를 두려워한다. 완전 실패한 구조계획을 짠 당국에 대한 비판. 구조상황을 통제하지 않은 당국에 대한 비판. 민간업체 '언딘'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 것에 대한 비판. 이런 비판들은 보이질 않는다. 공영방송사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입을 다물어 버렸다.

참사를 잊지 않고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

아프다. 솔직히 이 글을 써내려가면서 일주일 이상을 방황했다. 쓰고 싶지가 않았다. 써봐야 아무 소용도 없는 기사가 될 것 같았다. 분노해야 하지만, 분노하여 이 참사의 원인을 뿌리 뽑을 때까지 끝없이 문제제기를 하고 싸워야만하지만, 소용없을 것이란 생각뿐이었다. 대통령 퇴진을 주장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통령이 이 사태의 문제를 직시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정말 직시하고 움직여 줄 수 있을까. 모든 게 의문 투성이다. 그래서 난 아팠다. 무기력했다. 손에 잡히는 일도 없었다. 그렇지만 다시 힘을 내 볼 생각이다. 참사를 잊지 않고 일상을 살아가는 삶에 대한 고민, 새로운 삶에 대한 고민을 하고 이를 실천해보자. 일어서고 또 일어서는 것, 담쟁이처럼 끊질 긴 생명력을 가진 우리가 아닌가?
#세월호참사 #서울 시청 함동분향소 #5.16 #단원고의 푸른 새싹들 #새로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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