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눈으로 보는 가족제도

등록 2014.05.06 12:34수정 2014.05.06 12:34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함께 있는 '가정의 달'이라고 하여, 가족에 대해 생각하고 평상시보다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미션이 주어지는 달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가족'이란 무엇일까요? 가족의 사전적 의미는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고, 가정이란 '가까운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생활 공동체'를 일컫습니다.

흔히 여성주의는 혈연으로 묶인 가족을 '싫어'하거나 '해체'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결론부터 간단하게 말하면 여성주의는 성별 분업 구조에 기초한 유교적 가족질서를 싫어하고,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족'에 대한 관념을 다시 생각해 볼까요. 소위 '정상가족'이라는 것은 중산층 이성애 핵가족을 보편적인 가족이라고 믿는 관념입니다. 남성이 경제력을 주도한 이성애 부부와 자녀가 있는 4인 가족이 우리의 가장 보편적인 가족의 모습이라 생각하는 것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범주에 속하지 않은 것은 결핍처럼 느껴지게 하니까요. 근대이후의 성별 분업의 강화와 공사(公私) 이분법의 논리에 의해 여성은 일차적으로 가족안에 속한 존재이며,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가족 안에서 남성과의 관계를 통해서 주어졌습니다. 가족의 일상사는 여성의 노동에 맡겨져 있고 가족관계도 여성의 노력으로 유지되는 측면이 큰데도 가족 안에서 여성의 지위는 안정되지 못했습니다.

남성을 부양자, 여성을 피부양자로 보는 관념은 여성의 취업을 어렵게 하고 여성의 저임금을 정당화하기 때문에 여성이 경제력에 접근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현재 비정규직, 저임금, 단순노동 직업군에 많은 여성이 분포되어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지요.

어김없이 불황기가 되면 여성들은 생계 책임자가 아니라며 해고 1순위가 되고, 기혼여성의 경우 직장을 다니더라도 가사노동과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현실이 여성에게는 끊임없이 갈등에 직면하게 합니다.

그렇다면 가부장의 권한을 갖고 있는 남성은 행복할까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로 인해 노동시장이 불안정하여 남성가장의 개별임금은 가족의 생계유지를 보장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이미 남성들도 한 직장에서 생계를 평생 보장받지 못한 시대입니다. 그 결과 가족을 유지해 주는 물질적 기초도 취약해졌고, 남성가장은 가정과 직장에서 모두 불안정한 지위를 갖게 됨으로써 가정과 일을 양립하기에 한계에 놓인 상황입니다.

따라서 여성도 언제든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스스로 책임지거나 남성과 분담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지요. 성별분업의 약화가 비단 경제에 의해서만은 아니지만 여성이 전업주부로서의 전통적 개념으로는 삶을 지탱하기 힘든 것이 보편적인 노동자 계층의 현실입니다. 더불어 여성은 생계를 분담하면서도 가정에서는 여전히 가사노동과 육아 등의 돌봄 노동에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국내 가족변화에 관한 연구들에서도 전통적인 성별 분업의 약화가 가족 변화의 핵심으로 언급됩니다. 여성주의가 바라는 사회도 성별 분업이' 해체'된 사회입니다. 더 이상 여성의 희생을 기반으로 가정이 유지되지 않아야 하고, 유교적 관습에 얽매여 성역할을 나누어서도 안 되겠지요. 우리사회에 깊이 뿌리 박혀 있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하나씩 걷어내는 일도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가족제도에 대한 여성주의 대안은 무엇일까요? 간단하게 말하면 평등한 부부(또는 사람) 관계에 기초한 민주적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작은 공동체라고도 할 수 있는 가족, 그 가족과 이웃간에 돌봄을 소통시킬 수 있는 마을 공동체를 어떻게 가동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또한 현재 지배적 이념으로 자리 잡은 이성애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이라는 정상가족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다양한 모습의 가족의 탄생도 인정해야 하겠지요. 여기에는 제도적으로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고 그와 더불어 사회적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가족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비혼 독신, 동거가족, 비혼부모가족, 한부모가족, 재혼가족, 동성가족, 혈연으로 묶이지 않았지만 그만큼의 친밀감과 유대감이 있는 사람들의 경험과 위치에서 가족을 바라보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관용성의 폭은 사회의 성숙도와 함께 달라질 것입니다.

유교적 가족 옹호론자들은 가족 다양성을 주장하는 것이 가족을 완전히 해체해버릴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그러나 해체하는 것은 성별 분업구조에 기초한 유교적 가족질서와 정상적 핵가족이라는 관념이지' 가족'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모여 살고, 친밀성을 나누고 보살피면서 가족 정체성을 가지는 데, 그 관계들을 모두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어쨌든 인간의 삶에서 타인과의 돌봄과 교류는 꼭 필요한 것이니까요.
덧붙이는 글 생활정치 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 http://jinjunews.tistory.com/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생활정치 시민네트워크로 서울이 아닌 우리 지역의 정치와 문화, 경제, 생활을 고민하고 실천합니다.

AD

AD

인기기사

  1. 1 공교롭고도 낯뜨거운 '윤석열 단독'
  2. 2 박근혜 탄핵 후에도, 매년 100억 받으며 돈 쌓는 이 재단
  3. 3 15년 걸린다더니... 단 3일만에 쌍용천 뒤덮은 초록물의 의미
  4. 4 로고만 싹 잘라내고... '상습 표절' 손씨, 오마이뉴스 사진도 도용
  5. 5 [단독] '검찰 직접수사 완전폐지' 흐지부지? 여당 내 반대 기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