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어버이날, 또 한 번 눈물이 흐른다

부모님 가슴에 꽃을 달아 줄 아이가, 이제는 없다

등록 2014.05.08 14:04수정 2014.05.0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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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저녁, 퇴근하고 집 앞에서 현관문에 달린 번호 키를 누를 때, 아직 문을 열고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마치 눈 앞에 있는 양 큰 소리로 자랑하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집으로 들어선다.


아이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눈이 빠져라 기다렸다는 듯 앞에서 서성거린다. 잠시 앉을 틈도 주지 않으려는 아이 앞에서 나 또한 분주히 옷을 갈아입고 대충 씻고 나와 아이와 눈을 맞추며 한참을 듣는다. 네 살 아이가 하는 자랑거리라야 크게 뭔가가 있겠느냐마는 분명 아이 자신에게는 자신감에 충만한 자랑거리가 분명할 것이다.

어제는 그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 목소리는 한층 더 커졌고 발뒤꿈치가 바닥에 닿을세라 뛰고 또 뛴다. 빨리 와서 이것 좀 보라는 건데, 그것은 어린이집에서 카네이션을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이게 뭐야?'라는 나의 말에 아이는 '꽃'이란다. '무슨 날이지?'라는 나의 두 번째 질문에 '하하. 몰라' 나도 함께 웃었다. 언제 이렇게 컸나 싶기도 하고 뭔가를 해서 자랑하겠다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도 그렇고 마냥 웃음이 났다.

사실 내 속마음은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서 고맙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맞벌이하느라 더 안아주지도 못하고 기침하고 콧물날 때 한 번 더 보듬어주지 못한 그 아쉬움이 더 클 것이다. 다른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있을 때 옆에 있어주지 못한 부재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어버이날이지만 어쩌면 부모의 자식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게 남고 기억되는 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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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 ⓒ sxc


어버이날이지만 부모가 자식에 대한 아쉬움과 측은함이 더욱 느껴지는 날이기도 하다. 앞에서 보고 있으면 보듬어주기라도 하고 멀리 있으면 밥이라도 제대로 먹고 다니냐며 잔소리라도 하건만, 이제는 내 눈 앞에 보이지 않고 목소리는 내 귓가에 들리지 않은 자식들이 있다. 아직도 차디찬 바닷속에 있을 자식을 생각하면 어버이날이 원망스러울지 모른다. 지켜주지 못한 부모의 죄책감은 무엇으로도 보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늘도 알았을까. 무심하게도 어버이날 새벽부터 내리는 비는 부모의 눈물과 함께 바다에 스며들었다. 이제는 마르고 말라 눈물도 나오지 않은 눈에서 한없이 또 한 번 흐른다. 어서 와서 부모님의 가슴에 꽃을 달아 줄 아이가 이제는 없다. 보는 둥 마는 둥 겸연쩍어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수줍게 '엄마 아빠 감사해요'라고 들릴 듯 말듯 말해 줄 아이가 이제는 없다.


노란 리본의 의미는 전쟁터에 나가 있는 사람들의 조속한 무사 귀환을 바라는 뜻으로 나무에 매단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아직도 부모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망망대해의 바다에 가라앉아 있다. 아이들을 앞에 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부모의 무력함이 어버이날인 오늘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다. 부디 노란 리본이 의미하는 것처럼 무사히 돌아오지는 못할지라도 아이의 육체만이라도 찾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부모가 되고 아이가 커가면서 어버이날을 맞이해 보니 어버이날은 자식이 감사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부모가 자식을 키우면서 못다 한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날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버이날 #세월호 #카네이션 #자식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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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평범한 한 아이의 아빠이자 시민입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우리 아이들은 조금 더 밝고 투명한 사회에서 살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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