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상장 추진... '3세' 이재용이 풀어야 할 과제

경영권 승계 논란 재점화... 이씨일가 수조 원 넘는 차익 거둘 듯

등록 2014.05.08 20:37수정 2014.05.0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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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안산 화랑 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조문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삼성 에스디에스(SDS)가 올해 안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삼성 SDS는 삼성그룹의 대표적인 정보통신계열사로 이건희 회장 일가 등이 주요 주주로 있다. 특히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은 1999년 이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헐값 인수와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 논란이 일었다.

삼성SDS가 상장될 경우 이 부회장 등은 1조 원이 넘는 상장 차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향후 그룹 승계과정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나 계열사 지분 매입 등을 위한 일종의 실탄 마련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또 일부에선 막대한 규모의 상장차익에 대한 사회적 책임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반면 삼성SDS 쪽에선 순수한 사업목적에 따른 것이라며, 그룹 승계구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삼성 불법 경영권 승계 논란의 핵심 삼성SDS, 특검의 역설?

삼성SDS의 상장 추진은 이미 증권가에선 오래된 시나리오였다. 그룹의 대표적인 비상장회사로 삼성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삼성SDS가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삼성 3세 이재용씨의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 의혹이 일면서 시작됐다. 결국 지난 2009년 삼성특검을 통해 이같은 의혹들은 사실로 드러났고, 이건희 회장 등은 법원에서 배임과 조세포탈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가 인정한 불법 경영권 승계는 의외로 간단하다. 삼성SDS가 1999년 2월 신주인수권부사채(BW, 회사가 새 주식을 발행할 때 우선 살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를 발행하면서 이건희 회장 자녀들에게 헐값으로 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회사는 손실을 입게 됐고, 이를 주도한 회사 임원들이 배임 등으로 처벌을 받은 것이다.


이를 통해 삼성SDS의 BW 발행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마무리가 됐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삼성특검이 오히려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법적 논란을 정리해주는 역할을 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삼성 입장에선 경영권 승계를 위한 법적 걸림돌이 치워진 셈이 된 것이다.

이후 증권가에선 삼성SDS를 둘러싼 상장 가능성이 꾸준히 흘러나왔다. 지난 2012년에 삼성SDS의 상장설이 끊이질 않자, 그룹 차원에서 부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선 '상장은 시간문제'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재용 부회장, 15년 만에 투자액 20배 달하는 상장 차익 가능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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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유성호

작년 말 기준으로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22.58%)다. 이밖에 삼성물산과 삼성전기가 각각 17.08%, 7.8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씨 오너 일가도 주식을 갖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0.01%이고, 이재용 부회장 11.25%, 이부진과 이서현 사장이 각각 3.9%를 갖고 있다.

현재 삼성SDS의 주가는 장외시장에서 14만 원과 15만 원 사이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그동안 급격한 성장을 해왔고, 그만큼 회사 가치도 크게 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이 회사가 정식으로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이씨 오너일가의 지분 가치는 얼마나 될까. 이재용 부회장 등은 지난 1999년 당시 BW를 인수해 주주에 올랐다. 당시 이들이 인수한 BW는 주당 7150원에 새 주식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것이다. 이 때문에 헐값 발행 논란이 일었다.

이 부회장이 가진 주식 수는 모두 870만4312주다. 1999년 당시 가격인 7150원으로 계산하면 620억 원이 조금 넘는다. 하지만 상장 가격을 현재 거래되는 14만 원으로 잡을 경우 이 부회장의 주식 보유 가치는 1조2186억 원이 된다. 상장에 따른 차익만 1조1566억 원에 달한다. 주가를 15만 원으로 잡으면 가치는 1조3056억 원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삼성SDS가 상장되고, 현재의 주가를 반영할 경우 이 부회장의 상장 차익 규모는 최대 1조2000억 원대에 달한다. 이 부회장 입장에선 15년 만에 투자액의 20배가 넘는 상장 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룹 경영권 편법승계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

삼성 쪽에선 이번 SDS의 상장은 글로벌 정보통신기업으로 가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씨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와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삼성 관계자는 "국내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상장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에서 상장에 따른 대주주들의 경영승계 시나리오 등은 말 그대로 '설'에 불과할 뿐"이라며 "상장 차익을 언급하는 것 역시 너무 앞서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재계 주변과 시민사회에선 삼성 경영권의 3세 승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인사는 "비상장회사의 지분 매입과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회사 가치 상승, 주식시장 상장을 통한 막대한 차익 실현은 이미 다른 기업들도 쓰고 있는 승계 방법"이라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 역시 8일 논평을 통해 "(삼성SDS 상장 후) 일정 시간이 흐른 후 3세 승계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이재용 부회장 등이 보유한 지분을 삼성전자가 매입하는 방식으로 현금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상조 교수는 "이 부회장 등 총수일가가 상장에 따른 차익을 실현할 수단을 갖게 된 것에 대한 법률적 장애는 없는 상태"라며 "그럼에도 삼성SDS 과거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이 우리 사회와 소통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그 방법에 대해선 이 부회장 등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문제"라고 강조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 #이건희 #삼성S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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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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