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를 잊지 않을게" 안산고교생 1500여명 '촛불'

안산 20여개 고교 참여..."대한민국이 지키지 못한 친구들 기억할 것"

등록 2014.05.09 22:57수정 2014.05.10 09:13
35
원고료로 응원
a

세월호 참사 24일째인 9일 오후, 경기 안산고교생 1500명이 모여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아달라"며 함께 촛불을 들었다. 안산 문화의 광장이 꽉 찰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모였지만 집회는 차분하게 진행됐다. ⓒ 유성애




"안녕 얘들아, 오늘 너희들을 잊지 않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모였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울면서 너희가 좋은 곳으로 가길 기도해주는 것뿐이라 정말 미안해. 언론이 너희를 잊었다고 해서 모두가 너희를 잊었다고 생각하지 마. 우리는 너희를 끝까지 기억할거야. 그 동안 많이 춥고 무서웠지? 따뜻한 하늘에서는 꼭 행복해야 해…."

세월호 참사 24일째인 9일 오후, 경기 안산고교생 1500명이 모여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아달라"며 함께 촛불을 들었다. 학생들이 모인 안산 문화의 광장에는 성악가 임형주가 세월호 참사 추모곡으로 헌정한 '천개의 바람이 되어'가 나지막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희생 학생들을 추모하기 위해 무대에 선 서하연 학생(안산 양지고)은 울먹이며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그는 이어 "어둡고 차가운 바다 안에서 밝은 빛을 기다리는 모두(실종자)가 나오길 바란다"며 "이런 죽음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또 다시 모든 국민이 공범이 되지 않게 절대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아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촛불집회에 앞서 오후 6시 30분께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모여, 노란색 도화지에 손수 '잊지 말아주세요'라 쓴 종이를 들고 약 한 시간 가량 행진했다. 문화의 광장까지 걸어가는 내내 학생들은 침묵했다. '동행'이란 이름으로 약 4km를 행진한 안산 내 20여개 학교 230여명은 이후 문화 광장에 모여 있던 학생들과 합류해 촛불을 밝혔다.

"친구들의 죽음, 가슴에 새기겠다"

a

세월호 참사 24일째인 9일 오후, 경기 안산고교생 1500명이 모여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아달라"며 함께 촛불을 들었다. 이들은 촛불집회에 앞서 오후 6시 30분께 안산 화랑유원지에서부터 손수 쓴 '잊지 말아주세요' 종이를 들고 약 한 시간을 행진했다. ⓒ 유성애


학생들은 특히 이번 집회가 어떤 정치적 성격을 가진 것이 아니라 순수한 의도로 모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산 내 24개 고교가 모인 '안산고교회장단연합(아래 회장단)'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친구들을 추모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 잊지 말자는 취지로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자유발언으로 채워져 오후 9시까지 진행된 촛불 집회는 내내 차분한 분위기였다. 광장을 꽉 채울 정도로 많은 고교생들이 모였지만 회장단의 지시에 따라 자리를 정돈해 앉았다. 집회에 참석한 경안고 신아무개 학생은 "이번 사고로 단원고에 다니던 친구를 잃었다"며 "친구를 추모하며 기억하고 싶어 수업을 마치고 왔다"고 말했다.  

무대로 나선 한 남학생은 "여기서 약속한다, 우리 친구들의 죽음을 가슴에 새기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한 달간 흘린 눈물이 결코 슬픔으로 끝나지 않도록 머리로 가슴으로 기억해 바꾸겠다"라며 "진정으로 책임지는 사회를 만들겠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지켜내지 못한 친구들을 미래의 대한민국은 기억할 것"이라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촛불 집회에 참여한 학생들은 마지막으로 A4용지에 이번 사고로 숨진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 문화광장에 있는 추모공간에 게시했다. 편지를 붙인 한 여고생은 "날이 갈수록 실종자가 적어지면서 세월호 뉴스도 같이 줄어드는 것 같다"며 "친구들에게 '미안하다'고 '잊지 않겠다'고 썼다, 다같이 친구들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안산 단원고 #안산 촛불집회 #세월호 촛불
댓글35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4,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