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팅 시대, 디자이너도 제조자가 될 수 있을까

[3D프린터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1]

등록 2014.05.11 21:19수정 2014.05.1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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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8일. 일본에서 쇼난공과대학(湘南工科大學)의 직원 이무라 요시토모(27)가 총포 도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었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플라스틱으로 권총 5정을 만들어 소지한 혐의이다.  일본에서 국민은 총을 제조하거나 소지할 수 없다.

이무라는 인터넷을 통해 약 6만 엔(60만원)을 주고 3D 프린터를 구입했다.

권총 설계도는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내려 받았다. 설계도대로 3D프린터로 권총을 제조했다. 이무라가 3D 프린터로 제작한 5정 중 2정은 두께 2.5mm 합판 10장 이상을 관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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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터로 제조한 권총 이무라가 3D프린터로 제조한 권총과 같은 권총 ⓒ Wikieb DevBlog


이무라는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 자신이 3D 프린터로 직접 제작한 살상이 가능한 권총과 권총설계도를 올렸다. 이무라는 동영상 사이트에 올린 영상을 통해 "총을 가질 권리는 기본적 인권"이라며 "일본에서 권총을 소지하는 것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동영상을 발견한 경찰은 수사를 시작했다. 그는 또 경찰조사에서 "직접 만들었지만 위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경찰이 권총으로 인정했다면 체포돼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실탄은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이무라가 누군가를 살상할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3D 프린터 권총의 원조

1년 전인 2013년 5월 7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3D 권총발사가 성공했다는 보도를 접할 수 있었다.

3D프린터로 만든 권총발사에 세계 최초로 성공한 사람은 미국 텍사스대학 로스쿨에 재학 중이던 코디 윌슨(Cody Wilson)이다.

자신을 무정부주의자(crypto-anarchist)라 밝힌 윌슨은 "모든 사람이 총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상에 자신의 생각을 확산하고 싶었다.

그는 비영리 민간단체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Defense Distributed)'를 설립하여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2만 달러를 모았다. 그는 3D 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는 권총을 설계하고, 각각의 부품을 프린팅한 뒤 조립하는 방식으로 총알의 발사가 가능한 권총을 제조했다. 윌슨은 이 권충을 '리버레이터(Liberator)'라고 이름 짓고 인터넷에 공개했다. 작고, 하얀 프리스틱 권총, 리버레이터는 장난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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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레이터 코디 윌슨(Cody Wilson)이 3D프린터로 제조한 권총 ⓒ Wikipedia


리버레이터는 권총이라기보다는 '단발 총알 발사 장치'로 잘 작동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38구경 총알을 한번만 발사하는 것으로 살상이 가능했다.

윌슨은 총기제조 면허도 가지고 있었으며, 미국 현행법상, 총기제조는 불법이 아니므로 리버레이터의 제조는 미국 내에서는 법적인 문제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확산시키기 위해 온라인에 권총발사 동영상, 설계도면을 올렸다.

온라인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온라인에서 권총과 권총설계도면을 발견한 미 국무부는 "미국이 아닌 해외에서도 권총 설계도를 다운 받을 수 있으므로 국제 무기거래 규정에 어긋난다"며 윌슨의 계획을 중단시켰다. 그러나 이미 권총 설계도는 10만회 이상 다운로드가 이뤄진 뒤였다.

3D프린터로 무엇이나 만들 수 있나?

3D 프린터는 3D로 디자인 된 정보를 입력 받아 입체적인 형태로 출력한다.

3D 프린팅의 소재는 액체, 고체, 분말형태이며, 고무, 나일론, 플라스틱, 스테인레스 스틸, 티타늄 등이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이나 인간이나 동물의 세포 등도 소재가 될 수 있다. 몇 가지 재료를 혼합해서 3D 프린팅할 수도 있다. 신체 장기를 인쇄할 때는 세포를 3D 프린팅 재료로 사용하며, 음식을 프린팅 할 때는 식재료를 이용한다.

3D 프린팅은 1984년 Charles W. Hull이 처음 'Stereolithography'로 특허를 받은 뒤, 지난 30년간 꾸준히 관련 기술들이 발전해왔다.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여러 용도로 사용되어 왔으나 일반 대중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과거에는 Rapid Prototyping이라는 용어로 불려지던 3D 프린팅 시스템은 3D 영화, 3D TV가 등장하면서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생활용어가 되었다.

1~2백만 원대의 보급형 3D 프린터가 출시되면서 누구나 쉽게 자신만의 3D 프린터로 제품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좀 더 생활에 친숙한 기술이 되었다.

2012년 7월,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는 3D 프린팅이 인터넷보다 더 영향력이 클 것이라고 보도했다. 3D 프린팅 시스템이 전통적인 제조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원래 3D 프린팅 시스템은 산업계에서 제조 과정에 널리 쓰였다. 자동차와 항공 산업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3D 프린터로 프로토 타입을 만들거나 패턴을 캐스팅할 때 많이 사용해왔다. 미국의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Boeing)은 비행기 조립에 사용할 300여 개의 부품을 3D 프린팅으로 생산하고 있다. 중국은 차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J-15)에 3D 프린터를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

일본 시부야에 위치한 팹카페는 발렌타인 기념으로 3D 프린팅 초콜릿을 제작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패션업계에서도 3D 프린팅을 활발하게 접목하고 있다. 패션디자이너 Iris van Herpen은 벨기에에 본사를 둔 Materialise를 통해 3D 프린터로 드레스를 만들어서 선보였다. 3D 프린터로 출력한 악세서리를 판매하고 있는 한 회사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Generative Modeling기법을 이용한다.

3D 프린팅을 가장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는 분야는 의학계이다.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의 헤리옷-와트 대학의 과학자들이 배아줄기세포의 3D 프린팅 방식을 개발했으며, 의족, 의수, 임플란트처럼 개인 맞춤형 제품들도 등장하고 있다.

IT 전문사이트인 더버지는 미국 델라웨어 병원에서 두살된 여자아기가 3D 프린터로 만든 의료용 로봇 팔을 착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3D 프린터로 인공장기나 인체조직, 인공 간, 인공 귀도 만든다. 3D 프린터로 턱뼈를 만들어 이식한 사례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13년 말 태국에서 3D 프린팅 기술로 인공 턱을 만들어 수술을 받은 사람이 깨어나자마자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공장제품이라면 상당히 비싼 의족도 3D 프린터로는 5천 달러에서 1만 달러면 만들 수 있다.

미국 '스크립스 클리닉'의 정형외과 의사인 대릴 디 리마 박사는 소의 조직을 가지고 인공 연골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3D 프린팅 업체 '오가노보'는 간 조직을 작은 조각으로 출력해 약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대학교의 연구원은 3D프린터를 이용해 인간 세포를 원료로 하여 인간의 심장기관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잉크대신 살아있는 세포를 포함한 젤(gel)을 분사하여  단층이 아니라 한 층 한 층 쌓아 올려 입체적인 조직을 완성하여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심장기형을 가진 아기의 심장과 똑같은 모형을 3D프린터로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거친 후 성공적으로 아이에게 이식시키는데 성공했다. 미국 텍사스대 연구원 토머스 보랜드는 유방절제수술을 한 여성들이 자가 지방을 본떠 이식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 그는 "이는 미래 재생의학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독일의 한 연구팀은 심근경색에서 오는 손상을 회복시키기 위한 심장 세포 프린팅을 연구 중이다. 독일의 연구기관인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잉크 대신 고분자 물질을 3D 프린터의 노즐로 한 방울씩 뿌린 뒤 굳게 해 층을 쌓는 방법으로 인공혈관을 만든다.

가까운 곳에서 3D프린팅을 체험해 보려면?

국내에서는 ㈜로킷에서 에디슨이라는 브랜드로 보급형 3D 프린터를 제조하여 판매하고 있다. 대학생 스타트업 기업인 오픈크리에이터는 2099년 REPRAP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해 판매하였던 초기모델을 넘어 독자적인 신제품을 출시하려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공대출신 주승환은 . 오픈소스 기반 3D 프린터 '윌리봇(Willybot)'을 개발했으며, 3D 프린터 개발 커뮤니티를 통해 3D 프린터 개발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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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용 3D 프린터 스트라타시스의 개인용 3D 프린터 모조. ⓒ Stratasys


국립과천과학관 '무한상상실'에는 3D 프린터 9대가 설치되어 있다.

학생과 일반인 누구나 사용해 볼 수 있다. 각종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돼 3D 프린터뿐 아니라 레이저 커터, CNC 장치 등 각종 공작 기계를 체험할 수 있다.

3D 프린터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스케치업, 오토데스크 123D같은 3차원 드로잉 프로그램으로 설계 도면을 만드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3차원 스캐너'로 기존 물체를 그대로 본뜰 수도 있지만 편집 과정이 필요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6년까지 100억 원 안팎을 투입해 전국의 무한상상(想像)실 3000곳에 3차원(3D)프린터를 순차적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2018년부터는 학교에 3D프린팅 교육 과정도 개설된다.

인터넷에는 3D 프린터로 직접 제작할 수 있는 여러 사물 및 상품들의 설계도나 도면을 검색하고 공유하는 웹사이트들이 늘고있다. 씽기버스가 대표적인 사이트이다. 가정 내 공구, 소품, 액세서리 등의 도면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로 등록되어 3D 프린터 이용자라면 누구나 내려 받아 물건을 직접 제작해볼 수 있다. <이어서 계속>
덧붙이는 글 '세상에 인재를 더 하려는 열린 연구소' 한국 커뮤니케이션 연구소(http://blog.naver.com/skclab
소장/오익재(ukclab@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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