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성 재기소한 검찰, 복수의 끝은 어디인가

'간첩무죄' 재기소, 검찰 무능한 단면 보여주는 것에 불과해

등록 2014.05.13 14:40수정 2014.05.13 14:44
0
세월호 침몰로 나라 전체가 어수선한 지금 검찰은 쉬지도 않는다. 간첩조작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검찰은 간첩혐의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받은 유우성씨를 이번에는 불법대북송금 혐의로 다시 기소했다. 죄명은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이다.

검찰이 주장하는 바에 의하면 유우성씨는 2005년 6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탈북자들의 부탁을 받고 북한의 가족에게 돈을 보내주는 이른바 '프로돈' 사업을 하면서 1668차례에 걸쳐 26억700여만 원을 불법 입출금했다는 것이다.

범죄가 있으면 수사를 해야 하고 유죄를 확신하면 기소를 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 인간에 대한 분풀이, 복수로 국가공권력이 동원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공권력이 이렇게까지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 마치 칼을 들고 사람을 찌르지 않았을 뿐 유우성씨를 죽이려고 하는 것 같은 살기가 느껴진다. 

무죄판결 후 불과 보름만에 이뤄진 기소, 무엇을 의미하나

유우성씨에 대한 새로운 기소는 간첩사건 무죄판결이 나온 지난 4월 25일 이후 불과 보름만에 이루어졌다. 이것은 검찰이 이미 기소할 내용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 나아가 항소심에서 유우성씨에 대한 무죄를 예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법원이 조작된 증거를 인정하고 유죄를 선고했다면 검찰은 불법송금 혐의로 유우성씨를 기소했을까? 아마 준비는 했어도 기소는 하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법원은 유우성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두 번째 무죄이니 무고한 시민임이 그만큼 확실해졌다. 기본적으로 정의의 편인 검사, 간첩이자 범죄자인 유우성의 구도는 깨어졌다. 오히려 검사가 범죄자였음이 드러났다. 이 위기는 유우성씨를 다시 범죄자로 만들어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미 '처벌할 가치 없다'고 판단한 사건을 다시 기소한 것


검찰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는 단서는 이 사건이 이미 4년전에 끝난 사건이라는 점이다. 검찰은 2010년 이 사건을 조사했고 통장만 빌려줬을 뿐 경제적 이익을 얻지 않았다는 유우성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2010년에는 처벌 필요성이 없었던 사건이 4년 만에 처벌 필요성이 있는 사건으로 둔갑했다. 탈북자단체의 고소가 있다고는 하나 검찰은 고소인의 눈치를 보면서 기소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그 사이에 있었던 일은 간첩혐의 기소와 증거조작, 무죄선고, 검찰과 국정원에 대한 수사, 검사의 중징계 등이다.

처벌했어야 할 사건이라면 2010년에 수사한 후 기소했어야 했다. 아니 최소한 간첩혐의 기소 때 같이 기소를 했어야 했다. 그래야 한 번의 재판으로 모든 범죄를 심판받고 새로운 사람으로 출발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여러 혐의 중 하나씩 기소하고 재판을 한다면 이것은 국가가 개인을 영원히 괴롭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경우를 법률상 검사에게 주어진 권한을 남용했다고 해서 공소권남용이라 부른다. 검사에게는 수사를 하고 공소를 제기할 권한이 있지만 그 권한은 엄격히 제한된 권한이다. 개인적인 복수나 조직의 이익, 정권의 이익을 위하여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혐의가 없는데도, 같은 행위를 한 다른 사람은 처벌받지 않는데도, 수사기관이 함정수사를 했는데도, 개인을 처벌하기 위하여 기소를 강행하면 공소권남용이 된다.

지금까지 공소권남용 이론은 교과서에만 존재했다. 공소권남용의 사례도 적었고 이를 인정한 사례는 더욱 적었다. 그런데 이번에 공소권남용이 현실에서 그것도 매우 중요한 사건에서 발생했다. 확실히 현실은 교과서나 소설보다 훨씬 더 가혹하고 막장인 것인지 모른다. 상식을 가진 일반인의 윤리의식으로는 도저히 하지 못할 일도 버젓이 국가공권력이 하고 있으니 말이다.

공소권남용은 실체심리 필요 없는 공소기각 판결의 대상

공소권을 남용했을 때 대책은 공소제기 불법 선언과 재판거절이다. 즉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따지는 실체심리를 하지 않고 공소제기가 불법이라고 선언하고 재판을 거절하는 것이다. 이를 공소기각이라고 부른다. 즉,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법원이 실체심리에 들어가지 않고 공소제기 자체가 불법이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겨우 검사의 공소권 남용을 통제할 수 있다.

이번 기소는 명백히 공소권남용에 해당한다. 유우성씨가 화교 신분을 속이고 서울시에 취업한 혐의도 적용되었다고 하는데 이 혐의 역시 처벌할 필요가 있었다면 간첩사건 기소 때 함께 기소했어야 하는 사안이다. 그리고 만일 이를 놓쳤다면 그 부담은 국가가 지는 것이 타당하다.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번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 중의 하나는 변호인이 열정적으로 변호를 하고 법원이 제대로 심리를 한다면 증거조작, 간첩조작 사건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까지 변호인과 법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기대하고 응원을 보낸다. 이 사건이 공소기각 판결로 끝날 때까지 유우성씨 사건은 끝난 것이 아니다.

검찰의 '분풀이 기소'는 공권력의 무능력과 타락 보여주는 것

사족이다. 하지만 근거없는 걱정은 아니다. 만일 이번에도 검찰이 무죄 혹은 공소기각 판결을 받는다면 검찰은 유우성씨와의 싸움을 그만둘까?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는 느낌이다.

그동안 국정원과 검찰의 행태를 보았을 때 이를 확신할 수 없다. 국정원과 검찰은 새로운 혐의를 찾아 헤맬 것이다. 그러면 언제 이 싸움이 최종적으로 끝날 것인가? 검찰은 유우성씨에게 무엇을 원할까?

아마 이 싸움은 유우성씨가 검찰의 혐의를 전면 인정하고 내가 나쁜 놈이라고 자백해야 검찰이 끝낼 것이다. 만일 유우성씨가 항복하지 않는다면 계속하여 기소를 하는 무한 반복재판이 될 수도 있다. 재판으로 복수를 하는 것이다. 검사는 이 과정에서 월급받고 생활하겠지만 유우성씨는 변호사 비용은 고사하고 생활조차 이어가기 힘들 것이다.

어쩌면 세월호 사건에서 보여준 무능력과 간첩조작에서 보이는 도덕적 타락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이 무능력과 도덕적 타락은 바로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고 자신의 안전과 이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 국가권력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자식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칼럼은 한국미래발전연구원 홈페이지(www.futurekorea.org)에 동시 게재합니다.
*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장, 참여정부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 등을 지냈으며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2011) 등의 저서를 냈습니다.
#유우성 #검찰 #공소권남용 #김인회
댓글

한국미래발전연구원(http://www.futurekorea.org/)은 민주주의와 한국사회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진보적 정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3. 3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