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지만원의 증언... 백선엽씨 사실입니까?

[주장] "내 5·18 시각에 100% 동감한다 말해"... 광주민주항쟁에 대한 모욕

등록 2014.05.17 13:02수정 2014.05.1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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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5월이다. 지금으로부터 꼭 34년 전인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참혹한 학살극은 내 인생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1989년 대학에 입학한 내가 운동권 학생이 된 계기가 바로 광주민주항쟁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였기 때문이다.

1989년 4월, 밥을 해 주겠다는 선배의 자취집을 따라갔다가 우연히 보게된 1980년 5월 광주에서의 학살 만행 자료집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참혹하게  학살된 이들의 모습 그리고 연행되는 이들의 공포와 두려움. 말로만 듣던 광주의 학살을 내 눈으로 보면서 나는 말할 수 없는 죄책감에 고통스러웠다. 그런 비극이, 만행이 광주에서 벌어질 때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내 아버지가 틀렸음을 알게 된 것도 그때였다. 경제적으로 성공했던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권위적인 가장이었고 그런 아버지에게 나 역시 말 잘 듣는 착한 아들이었다. 그래서 그런 아버지가 늘상 "광주는 절대 가면 안 된다"며 "광주 사람들은 다 나쁘고 그런 광주에 대해 절대 알려고 하지도 말라"고 하여 나는 그것에 의심하지 않고 절대 복종했다.

그런 아버지의 교육 때문이었다. 여행을 좋아하여 고등학교 시절부터 방학이면 전국을 떠 돌아 다녔지만 나는 광주만은 가지 않았다. 아니, 전라도 지역은 어느 곳도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바로 그날 80년 광주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나는 내 아버지의 잘못을 대신 사과하고 싶었다. 아들인 내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나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비난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었다. 나는 학생 운동권 조직에 참여했고 5월이면 광주를 말했다. 추모제에 가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고 또 말을 했다. 그래서 올해도 5·18 광주민주항쟁을 왜곡하는 이들을 비판하고자 자료를 수집하던 중이었다. 참으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광주는 북한군이 일으킨 폭동' 지만원의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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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 시스템클럽 대표 ⓒ 유성호

5·18 광주민주항쟁에 대한 군사 평론가 지만원씨의 악의적 왜곡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2002년 8월 당시 <동아일보>에 '광주 사태는 소수의 좌익과 북한에서 파견한 특수부대원들이 군중을 선동하여 일으킨 폭동이다'라는 내용의 의견 광고를 게재했다. 이어 '광주 사태는 17살에서 22살 양아치 계급과 일부 시민, 학생들이 조직적인 선동에 놀아나 벌인 난동'이라고 주장하여 2002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2003년 1월 집행유예 선고로 석방되기도 했다. 

지만원씨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1980년에는 전두환 등 신군부가 총칼로 광주를 학살했다면 지만원씨의 이 같은 주장은 또 다른 제2의 광주 학살 행위와 전혀 다르지 않다고. 그래서 나는 올해 지만원씨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특히 그가 최근 세월호 참사에 대해 서슴지 않은 망언에 대해서도 용납할 수 없어 그의 잘못을 분명하게 쓰고 싶었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두고 "시체 장사에 한두 번 당해봤는가? 세월호 참사는 이를 위한 거대한 불쏘시개다"라며 피눈물 나는 유족과 슬픔에 잠긴 국민을 망언으로 공격했다. 그러더니 재차 세월호 참사에 대해 비판하는 국민의 불만 제기에 대해 "제2의 5·18폭동을 대비하라"며 국민과 5·18 광주민주항쟁의 명예를 싸잡아 훼손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런 지만원씨의 구체적 주장을 수집하기 위해 그가 운영하는 '지만원의 시스템 클럽' 사이트에 접속하여 자료를 검색하던 중 믿기 어려운 주장을 또 접하게 되었다. 바로 백선엽씨와 관련된 지만원씨의 일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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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일제강점기때 항일독립군을 토벌했던 '간도특설대' 장교 출신인 백선엽씨가 서울 상암동 '박정희 기념·도서관'에서 열리는 개관식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먼저 백선엽씨가 누구인지 간략한 설명이 필요하겠다. 흔히 '6·25 전쟁 영웅'으로 알려진 백선엽의 경력은 화려하다. 1920년생인 그는 만 32세가 되던 해에 육군 참모총장에 임명된다. 이후 1957년 재차 육군참모총장으로 일한 그는 대한민국에서 군인으로서는 더 올라갈 곳이 없는 별 넷 대장으로 예편하게 된다. 군 예편 후에도 그는 승승장구한다.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국의 외국 대사를 두루 거친 후 다시 주요 공기업 사장을 역시 두루 거쳤다.

특히 그는 한국전쟁 당시 공적을 이유로 생존해 있는 군인으로서는 최초로 동상이 세워지기도 했다. 자신이 근무했던 1사단 내에 동상이 세워진 것이다. 또한 계룡대 육군본부에는 그의 이름을 딴 '백선엽 회의실'이 운영되고 있으며 국가 세금으로 차량과 운전병, 보좌관 등을 10년째 국방부가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과도한 특혜다. 이뿐 만이 아니다.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이한 지난해에는 그의 이름을 딴 상이 제정되기도 했다. 이른바 '백선엽 한미 동맹상' 제정이었다.

결국 이 같은 백선엽씨에 대한 과도한 국가적 예우가 사회적 파문으로 이어졌다. 생존해 있는 백선엽씨가 입었던 군복마저 대한민국 문화재로 문화재청이 지정하려 한 것이다. 다행히 그의 의복 등은 문화재로 최종 지정되지 못했다. 과거 그의 친일 행적을 들어 반대한 김광진 국회의원과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사회단체 덕분이었다.

그렇다면 문제가 된 그의 친일 행적은 무엇일까. 국가기관이었던 '대통령소속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의 발표에 의하면 그는 일제강점기 당시 간도특설대의 장교로 복무했다. 유신 독재자였던 박정희와 같은 부대에서 근무한 것이다. 그곳에서 그는 스스로도 인정한 것처럼 항일 무장 독립세력들을 탄압하는 분명한 친일 행적을 했다. 그런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의류가 대한민국 문화재로 등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결국 이를 알게된 국민의 분노가 들끓자 문화재청은 문화재 등재 기도를 포기했다.

이 같은 문화재 등재 무산은 백선엽씨가 지금까지 살면서 대한민국에서 겪게 된 거의 유일한 수치가 아닐까 싶다. 만 30대 나이에 육군참모총장을 두 번씩이나 거치며 대한민국의 살아 있는 신화로 추앙받아온 그로서는 참으로 황망한 일이었을 것이다. 여하간 군인으로서는 더 이상 올라 갈 위치가 없는 별 넷 육군대장으로 예편한 백선엽씨는 이 같은 배경으로 군 출신 인사들에서는 감히 똑바로 쳐다보기도 어려운 신적 존재, 그 자체다.

별 넷은 왜 대령에게 허리를 굽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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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클럽 관련 글“지 박사님, 당신을 존경합니다. 지 박사님의 5. 18 시각에 대해 저는 100% 동감입니다. 그런데 저는 용기가 없었고, 지 박사님은 용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존경합니다.” - 지만원씨의 5.18 관련 망언에 대한 백선엽씨의 언행을 쓴 관련 글 캡쳐 ⓒ 고상만


그런데 이런 백선엽씨와 관련해 우연히 보게된 지만원씨의 주장은 참으로 황당했다. 별 넷 육군 대장 출신인 백선엽씨가 군 예편 계급으로 대령에 불과하고 나이도 한참 어린 지만원씨에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90도로 허리를 숙여 거듭 경의를 표했다는 것이다. 무슨 소린가 싶었다. 2013년 12월 2일 지만원씨가 운영하는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게시글중 관련 내용을 공개한다.

제목 : 백선엽 대장님께 감히 건의 드립니다 -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이 대장님을 사랑합니다. 백선엽 대장님은 그냥 대장님이 아니라 6·25 전쟁 최고의 영웅이십니다. 2003년 6월경이었습니다. 삼각지 육군회관에서 선배 장군들이 육군회관에서 주최하는 어느 친목 모임에 제가 끼었습니다. 그 자리에 백선엽 장군께서 나오셨습니다. 저는 원체 과문한 존재인지라 영웅 백선엽 대장님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서도 그 얼굴이 그 유명하신 백선엽 대장님 얼굴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습니다.

테이블에는 저를 포함해 8명이 착석하였습니다. 저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예비역 높은 장군들이었습니다. 박경석 장군이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을 소개했습니다. 저를 소개하는 순간 백선엽 장군의 눈빛이 빛났습니다. "잠깐, 저기 저분이 지만원 박사요?" 했습니다. 박경석 장군이 "예, 제가 가장 사랑하는 지만원 박사입니다" 이렇게 말씀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백선엽 대장께서 갑자기 일어서시더니, 제게 허리를 90도 굽히셨습니다. "지 박사님, 당신을 존경합니다. 지 박사님의 5·18 시각에 대해 저는 100% 동감입니다. 그런데 저는 용기가 없었고, 지 박사님은 용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존경합니다." 그러시더니 또 한 번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셨습니다.

저는 황당했습니다.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아마도 당시의 제 얼굴이 굳어졌을 것입니다. 분위기가 얼어붙었습니다. 헛기침들을 하면서 냅킨을 둘렀습니다. 이때 박경석 장군이 제 귀에 대고 말했습니다.

"지 박사, 저 분은 영웅이야, 당신은 영웅으로부터 인사를 받은 거야. 나 같은 사람이 하는 농담이 아니란 말이야, 이걸 분명히 알아야 해. 나도 놀랬어. 이건 보통 일이 아니라니까. 지 박사 정신 차려." - 중략

백선엽씨, 묻습니다... 지만원씨의 주장, 사실입니까?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지만원씨의 주장에 대해 나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 국가 차원에서 밝혀진 광주민주항쟁의 역사적 사실에 대해 지만원씨가 보여준 그동안의 언행은 너무나 끔찍한 일이었다. 그래서 지만원씨의 발언에 공감하는 이들은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소위 '일베류' 같은 이들의 동조라고 여겨왔다.

그런데 다른 누구도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군 계급인 별 넷 대장 출신 인사가, 그것도 대한민국으로부터 온갖 영예와 특혜를 받고 있는 사람이 이런 행위를 공개석상에서 했다니 믿을 수 없다.

지만원씨가 공개한 그 글이 사실이라면, 그래서 정말 그 글처럼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지 박사님, 당신을 존경합니다. 지 박사님의 5·18 시각에 대해 저는 100% 동감입니다. 그런데 저는 용기가 없었고, 지 박사님은 용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존경합니다"라며 재차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니 믿을 수 없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당시 자리를 함께 했다는 군 출신 인사들이 '신'처럼 따르는 당신의 행동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생각하니 더욱 끔찍하다.

그래서 묻는다. 정말인가. 정말 백선엽씨는 지만원씨가 말한 그 어처구니없는 망언에 100% 동감하는가? '광주 사태는 소수의 좌익과 북한에서 파견한 특수 부대원들이 군중을 선동하여 일으킨 폭동'이며 '광주 사태는 양아치 계급과 일부 시민, 학생들이 조직적인 선동에 놀아나 벌인 난동'이라는 지만원씨의 망언을 백선엽씨는 믿으며 그러나 차마 용기가 없어 말하지 못한 것이 사실인가. 그래서 이런 망언을 한 지만원씨가 그리 존경스러웠는가.

국민이 죽었다. 전두환 등 신군부의 군사 쿠데타에 반대하며 민주주의를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민간인을 학살했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찌르고 쐈다. 그들은 저 1980년 5월에 임산부를 죽였고 다친 사람의 치료를 위해 헌혈하고 나오던 여고생을 조준 사격으로 학살했다. 그것이 바로 저 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만행이었다. 이러한 저들의 학살 행위에 대해 대한민국 '별 넷' 대장으로 온갖 국가적 예우를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는 백선엽씨, 당신이 할 수 있는 말인가?

또다시 광주민주항쟁 34주기가 다가왔다. 하지만 전두환 등 신군부가 일으킨 학살극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지만원씨와 같은 망언이 계속되고, 그런 지만원씨 같은 망언에 대해 공감하고 존경한다는 사람들의 참담한 언행이 계속되는 지금, 광주의 학살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아니, 이 나라 대한민국의 정의와 민주주의는 지금도 학살당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믿기 어려운 지만원씨의 주장에 대해 당사자인 백선엽씨의 답변을 직접 요구한다. 지만원씨의 주장을 부인하든, 아니면 지만원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제라도 사과해 달라. 당신이 답변할 때까지 나는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이 나라 상식을 가진 건강한 국민과 함께 당신의 언행에 대해 끝까지 기억할 것이다.

이 나라 민주주의의 '아픈 증거인' 광주민주항쟁 과정에서 숨져간 이들을 모독하는 그 어떤 행위도 나는 용납할 수 없다. 그래야 진짜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이다. 반드시 경위를 밝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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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운동가,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 의문사 및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조사하는 조사관 역임, 98년 판문점 김훈 중위 의문사 등 군 사망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오마이북),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돌베개), 다시 사람이다(책담) 외 다수.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 등 다수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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