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육군사관학교, 여친과 성관계 사관생도 퇴학 취소"

"사과학교 3금 제도는 도덕적 한계 벗어난 성관계나 동침에만 국한"

등록 2014.05.16 18:51수정 2014.05.1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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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외박을 나와 원룸에서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맺었다는 이유로 퇴학 처분을 받은 사관생도가 육군사관학교를 상대로 낸 퇴학처분취소 소송에서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이겼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사관학교가 3금 제도를 통해 금지할 수 있는 성관계나 동침은 도덕적 한계를 벗어난 성관계나 동침에 국한된다는 것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법원에 따르면 육군사관학교 4학년 생도인 A(25)씨는 2012년 11월 졸업 및 소위 임관 한 학기를 남기고 퇴학처분을 받았다.

주말에 외박할 당시 원룸에서 여자친구를 만나 사실상 동거생활을 하며 수차례 성관계를 가져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고, 또한 자발적으로 양심보고를 하지 않아 정직의무를 위반했다는 게 퇴학 이유였다. 이 원룸은 A씨의 어머니 명의로 계약한 것이었다.

육사는 '3금 제도(금주·금연·금혼)' 위반자를 징계하고 있고, 이 규정을 위반했을 때는 자발적으로 양심보고를 하고 자율적으로 벌칙을 정해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하고 있다.

생도대 훈육위원회는 "A생도가 승인되지 않은 원룸 운영, 여자친구와의 주말 동숙 및 성관계, 양심보고 미실시 등은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하며, 엄정한 기강확립과 유사사례 재발방지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한다"며 퇴학으로 의결했다.

반면 교육위원회는 "3금에 대한 본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금혼 관련 규정의 모호성 등에 대한 다수 의견이 있었다"며 "퇴학시키지 않고, 중징계하기로 한다"고 의결한 심의결과를 육군사관학교 교장에 건의했다.


육군사관학교 생도생활예규에는 사관생도는 도덕적 한계(성관계, 성희롱, 성추행, 남녀 동침, 임신, 동거)를 위반하는 행위는 성군기 위반행위로 강력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동침 및 성관계 금지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교육위원회의 건의와는 달리 육군사관학교 교장은 A생도에 대해 퇴학 처분을 내렸다. 사관학교 졸업과 소위 임관을 앞두고 있던 A씨에게는 날벼락이었다. 게다가 A씨는 모범적이고 헌신적인 지휘근무로 육군사관학교 교장 및 생도대장의 표창을 받은 모범생도였다.

A씨는 "여자친구와 결혼을 전제로 사귀었고 서로 동의하에 영외에서 성관계를 했기에 퇴학 처분은 부당하다"며 20113년 1월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문준필 부장판사) 2013년 7월 A씨가 육군사관학교 교장을 상대로 낸 퇴학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한 퇴학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동침 및 성관계 금지규정'은 사관생도로 하여금 청백한 수련 기풍을 유지하고, 절제와 극기의 미덕을 습성화하기 위한 것이므로,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성인이 성행위와 사랑을 하건, 그것은 개인의 자유 영역에 속하고, 다만 그것이 외부에 표출돼 사회의 건전한 성 풍속을 해칠 때에만 규제가 필요하므로, 성도덕에 맡겨 사회 스스로 자율적으로 질서를 잡아야 할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을 제재의 대상으로 삼아 국가가 간섭하는 것은, 국가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성적 자기결정권의 내용인 성행위 여부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생도의 성행위와 사랑이 성군기를 문란하게 하고,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을 해치는 정도에 이른다면, 성군기 확립 및 사회의 건전한 풍속 유지를 위해 제재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나, 이런 정도에 이르지 않은 생도의 성행위와 사랑까지 제재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일반적 행동자유권,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형해화하므로, 법익균형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는 사이인 점, 쌍방의 동의하에 영외에서 동침하고 성관계를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의 동침 및 성관계는 개인의 내밀한 자유 영역에 속할 뿐 성군기를 문란하게 하거나 사회의 건전한 풍속을 해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원고가 생도생활을 성실히 한 점, 졸업 및 임관이 얼마 남지 않은 점, 퇴학처분은 징계양정 중 가장 무거운 처분인 점, 퇴학될 경우 현역으로 입영되는 점, 교육운영위원회는 퇴학이 아닌 중징계를 의결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퇴학처분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그러자 육군사관학교는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육군사관학교의 특성 등을 감안하며, 퇴학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항소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제3행정부(재판장 이태종 부장판사)는 2013년 12월 "퇴학 처분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며 육군사관학교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징계사유 4가지 모두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원룸에서의 동침에 대해 "원고가 결혼을 전제로 여자친구와 교제를 한 점, 남녀 간의 자유로운 교제가 허용되는 현실에서 원고가 여자친구와 원룸에 드나들었다는 사실 자체로 도덕적 한계를 넘어 동침 및 성관계 금지규정이나,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육군사관학교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6일 육군사관생도 A씨가 육군사관학교장을 상대로 낸 퇴학처분취소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퇴학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육군사관학교의 생도생활예규도 도덕적 한계를 위반하는 성관계 등의 행위만을 성군기 위반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춰 보면 동침 및 성관계 금지규정은 도덕적 한계를 위반한 성관계 등의 행위만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고, 그렇지 않고 모든 동침 및 성관계 자체가 도덕적 한계를 위반한 행위로서 금지되는 것이라고 해석돼야 한다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해 헌법상 일반적 행동의 자유,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여자 친구와 동침하거나 성관계를 맺은 것은 그의 내밀한 자유 영역에 속하는 것일 뿐이고 그것이 미풍양속을 해한다거나 성 군기를 문란하게 했다는 아무런 근거나 자료가 없으므로, 원고가 도덕적 한계를 넘어 동침 및 성관계 금지규정이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에도 실렸습니다. 로이슈
#육군사관학교 #사관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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