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각지에서 동시에 울린 외침 "우리는 분노한다"

'미시 USA' 엄마들 주최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 미국 각지에서 열려

등록 2014.05.19 16:07수정 2014.05.2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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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9일 오후 9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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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추모시위 ⓒ missyusa


'잊지 말아 주세요, 잊지 말아 주세요, 잊지 말아 주세요'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난 5월 18일을 맞아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안타까운 마음들을 나누는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가 미국 각지에서 동시에 열렸다.

미국 '50개주 동시집회'를 목표로 계획된 이날 집회에는 LA 얼바인 400여 명 등 총 900여 명, 뉴욕 맨해튼 300여 명, 워싱턴 D.C.와 시카고, 산호세 각 200여 명, 샌디에고와 매릴랜드, 시애틀(워싱턴주) 각 150여 명, 뉴저지, 필라델피아(펜실베니아주) 각 100여 명, 메디슨(위스콘신)과 유타 각 90여 명, 미시간과 피츠버그 각 80여 명, 보스톤(매사추세츠주) 70여 명, 애틀란타(조지아주)와 콜럼버스(오하이오주),트윈시티 (미네소타주), 미주리 각 60여 명, 아리조나 40여 명이 참여했다. 최소 38개 지역에서 엄마들 주최로 집회가 열렸고, 많은 한인들이 집회에 동참했다.

미주 한인 엄마들은 어린 생명들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해 '50개 주 동시집회'를 갖기로 했다. 집회가 끝난 후 엄마들이 집회 후기를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리기 시작했다.

"엄마의 마음.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 그것이 이번 세월호 참사를 슬퍼하는 모든 국민들의, 모든 동포들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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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미국 뉴욕 뉴욕타임스 앞에서 열린 세월호 추모집회 ⓒ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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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미국 뉴욕 뉴욕타임스 앞에서 열린 세월호 추모집회 ⓒ 김은주


집회 자유발언 때마다 엄마들은 이구동성으로 아픔과 분노를 말했다.


"다음에 일어나는 마음은 분노입니다. 최근 한국 검찰의 수사발표와 같이, 그리고 이곳 미국의 언론들이 수없이 지적한 바와 같이 초기에 제대로 대응만 잘했더라면 그 모두를 살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의 아이들은 어른들의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너무 잘 들어 그만 그 귀중한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구조작업이 우왕좌왕하고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로 가장 중요한 초기 그 시간들을 다 흘려보내고 단 하나의 생명도 구해내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이것이 나라냐?', '이것이 국가냐?'라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 속속 밝혀지는 과정들은 구조하려하는 것이 아니라 방치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속에 일어나는 큰 분노를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부기관과 선박회사의 유착관계, 선박회사와 이를 감시하는 상급기관들의 비밀스런 거래들... 결국은 어른들의 욕심이, 올바르지 못한 어른들이 생때같은 어린 목숨들을 죽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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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추모시위 ⓒ AJ Yoon


미주의 한인 여성들이 서로 정보교환을 위해 모이는 한인 여성 생활정보 커뮤니티 '미시 USA' 회원들은 지난 11일 <뉴욕타임스>에 세월호 추모 및 정부 비판 광고를 낸 데 이어 지난 16일 <워싱턴포스트> 지에 다시 광고를 내보냈다.

'진실을 밝히라: 왜 한국인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분노하는가'라는 제목의 전면광고에서 침몰하는 세월호를 검은색으로 표현한 뒤 "300명 이상이 배 안에 갇혀 있었지만 한 명도 구조되지 못했다"고 썼다. 이어 '무능력과 태만', '언론 검열과 조작', '언론 통제, 여론 조작, 공공의 이익 무시'라며 정부 대응을 비판했으며, "어설픈 구조 활동은 박근혜 정권의 리더십 부재, 무능력, 태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미주 한인 엄마들은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정부의 주요 언론 검열로 무력화됐고, 실패한 구조 작전의 진상을 드러내는 인터넷 동영상과 게시글들이 웹상에서 지워졌고 박 대통령의 행위는 이 나라를 권위주의 정권 시절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한국인들은 민주주의의 후퇴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엘에이(LA)와 11일 애틀란타와 뉴욕, 오레곤, 플로리다, 휴스턴, 산호세, 라스베가스 등에서 열렸던 추모 및 규탄 시위에 이은 18일의 동시집회는 많은 미주 한인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큰 사건이다. 예상보다 많은 엄마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참여하는 것은 이번 세월호를 바라보는 동포들의 마음이 모두 같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 날인 데다가 나이드신 분들이 집회를 방해하는 데도 꿋꿋하게 집회가 열린 애틀란타에서는 다음과 같이 집회의 의미를 밝혔다.

"우리가 이렇게 집회를 여는 것은 '엄마의 마음' 때문입니다. 우리의 자녀들이 대대로 바라보아야 할 땅, 내 조국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이와 같은 참혹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 그 마음입니다. 제대로 된 조국,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조국, 그리고 아이들이 마음껏 자신의 꿈을 펼치는 조국, 그런 자랑스러운 조국이 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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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추모시위 ⓒ missyusa


한편, 필라델피아 집회현장에서 한 참가자는 다음과 같은 자유발언을 했다.

"엄마의 사랑은 가장 위대하다. 엄마의 분노는 가장 무섭다. 여기 모인 여러분들이 그 엄마다. 아이들은 학창시절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학여행에 설레는 마음으로 나섰다. 그리고 아이들의 수학여행은 세월호 침몰과 함께 중단되었다. 어른들의 비겁함이, 부정한 정부의 무능력이, 돈만아는 부패와 욕심이 우리 아이들의 수학여행을 중단시켰다. 이제 엄마인 여러분이, 그리고 우리들이 아이들의 중단된 수학여행을 마무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 엄마의 사랑으로, 그리고 그 분노로 우리 아이들의 수학여행을 끝나게 해주자!"

이제 엄마들에게 몇 가지 과제가 있다고 한다. 동시집회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제작하고, 엄마들에게 색깔을 씌우며 종북·빨갱이로 모는 한인단체를 향해 경고를 보내고, 미주 한인단체들의 철저한 세금조사를 촉구하는 일이란다.

엄마들은 아이들을 위해 세상을 바꾸고 싶어한다. 한 엄마는 플라톤의 말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치 참여 거부에 대한 징벌 중 하나는 자신보다 하등한 존재에 의해 지배당하는 것입니다(One of the penalties for refusing to participate in politics is that you end up being governed by your inferiors. - Pl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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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미국 LA에서 열린 세월호 추모집회 ⓒ Linda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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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미국 LA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추모시위 ⓒ Linda Lee


#세월호 #추모시위 #미씨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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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이코노미스트, 통계학자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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