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관피아' 가득, 박근혜 믿을 수 있을까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대형로펌과 검찰의 연합체... 민관유착의 대표적인 예

등록 2014.05.20 13:50수정 2014.05.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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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역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TV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 이희훈


세월호 침몰 사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 사과했다. 한참 늦었지만, 아무리 늦더라도 책임인정과 사과는 가치가 있다. 특히 그것이 진심으로 이루어지고 제도개혁까지 이어진다면 더욱 가치가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개혁 방안은 따로 평가를 받아야 하겠지만 관료와 민간의 유착 근절의지는 눈여겨 볼 만하다. 최소한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정치, 경제, 관료, 언론의 기득권 카르텔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점을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국의 기득권 세력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해 왔다. 지금처럼 해 나가도 안전하고 행복하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시민들의 안전과 인권, 자유와 행복은 위기에 처했다. 이번의 세월호 사건은 우리의 현재 모습을 너무나 충격적으로 보여주었을 뿐이다. 이미 자살률 세계 1위의 '자살 공화국'이 한국이지 않은가?

이런 면에서 박 대통령의 문제인식은 환영하고 싶다. 기득권의 대표적인 집단인 새누리당 출신인 박 대통령의 이러한 인식이 한국 기득권 세력의 인식변화로까지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그런데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박 대통령과 대통령을 둘러싼 기득권 세력이 제대로 개혁을 해 낼 수 있을까? 말한 대로 관피아를 척결하여 정치, 경제, 관료, 언론의 기득권 카르텔을 해체할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지켜지지 않는 약속이 되는 것은 아닐까?

정부에 가득한 대형로펌·검찰 출신 비서관

불행히도 나는 박 대통령의 관피아 척결, 기득권의 지배카르텔 분쇄 약속을 믿지 못 하겠다. 당장의 증거가 있다. 5월 13일 청와대 비서관 인사가 그 증거이다. 청와대는 민정비서관에 우병우 변호사(전 대검 수사기획관), 공직기강비서관에 권오창 변호사, 민원비서관에 김학준 변호사를 내정했다. 이로써 민정수석실 비서관급 이상 5명이 모두 변호사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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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비서관에 내정된 우병우 전 대검찰청 수사기확관. ⓒ 권우성


이 인사의 정치적 특징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과잉, 편파 수사를 했던 우병우 변호사란 인물을 민정비서관에 임명한 점이다. 전임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도 없는 인사이다. 검찰을 장악하고 야당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라고 보인다.

그런데 이것 말고도 중요한 것이 있다. 민정비서관실이 모두 변호사로 채워졌다는 점, 그것도 기득권을 대표하는 대형로펌의 변호사들로 채워졌다는 것이다. 홍경식 민정수석은 '광장', 권오창, 김학준비서관은 '김앤장', 김종필 비서관은 '태평양', 우병우는 검찰 출신이다.

마치 민정수석실이 대형로펌과 검찰의 연합체처럼 보인다. 한국 최고의 권력 청와대, 법조계의 권력 대형로펌, 공권력의 핵심 검찰의 연합체인 것이다. 이 보다 더 완벽한 민관유착, 기득권의 유착이 어디에 있을까?

대형로펌에 근무하면서 이들은 과연 누구를 위하여 어떤 일을 해 왔을까? 우리 사회에서 한때 불었던 갑-을 열풍에서 이들은 어느 편을 대리하고 변호했을까? 대형 로펌은 정치 및 경제 권력을 대리했고 이들과 일체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변호사 업계를 넘어서서 한국 사회의 기득권세력이 되었다.

개별 변호사는 얼마든지 착하고, 갑이 아닌 을이 될 수 있지만 대형로펌은 그렇지 않다. 존재가 의식을 결정하는 이상, 개별 변호사의 인격이나 감정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관료개혁은 정치-재벌-관료-언론의 '기득권 카르텔' 깨는 출발점

나는 지난해 9월에 열린 노무현 대통령 기념 심포지움에서 한국의 관료제를 평가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전히 유효한 평가이다.

"(이로써) 유능하고 효율적이며, 기계적이고 계획적이면서도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관료상, 민주시민의 정체성을 갖지 않는 (한국의) 관료상이 완성되었다. (한국의 관료는) 정치권력, 경제권력과 한 몸으로 유착되어 모피아, 법피아의 수준, 정치권력을 실제로 뒷받침하면서 정치권력을 조정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한편 관료가 정치권력과 함께 한국을 지배하면서 정치권력과 관료의 부패, 관료자체의 부패는 확대되었다."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정치, 경제, 관료, 언론의 기득권 카르텔이다. 언론이 지배카르텔의 일부라는 것은 종편채널과 최근의 KBS 사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의 유착관계를 끊고 이들을 견제하는 것이 근본적인 개혁 방향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관료개혁이다. 정치권력이 스스로 정치와 관료, 민간의 유착고리를 깨야 하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는 최소한의 안전이라도 보장되는 사회에서 살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민관유착의 문제를 지적한 박 대통령의 말은 옳다. 그러나 청와대의 민정비서관실 인사는 박 대통령의 말과 배치된다. 민관유착의 실상, 기득권 카르텔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모순이다.

청와대 비서관 인사가 철회되지 않는 한 박 대통령의 관피아 개혁 약속에 대한 불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해경을 해체하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한다고 하더라도 청와대부터 민관유착을 척결하지 않으면 이것은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 국가의 모든 부처가 청와대를 따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청와대부터 민관유착을 근절하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청와대 인사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한다. 심리적으로 모순인 기괴한 상태이다. 마치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 인사에 대한 재판에 대해 이들의 무죄를 확신하면서도 유죄판결을 확신하는 상황과 같다. 이러한 비정상을 정상화시켜야 하는 것도 개혁의 내용 중의 하나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칼럼은 한국미래발전연구원 홈페이지(www.futurekorea.org)에 동시 게재합니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장, 참여정부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 등을 지냈으며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2011) 등의 저서를 냈습니다.
#관피아 #민관유착 #관료개혁 #김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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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래발전연구원(http://www.futurekorea.org/)은 민주주의와 한국사회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진보적 정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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