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찾은 박원순, 운동화에 배낭 메고 유세

[서울시장 후보 첫 유세] '강남 3구' 올인..."좌도 우도 아닌 시민파 시장"

등록 2014.05.22 19:57수정 2014.05.22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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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 만나는 박원순 후보 6.4지방선거 첫날인 22일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강남구 대치동 은마상가앞에서 시민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강남의 심장' 강남역 1번 출구 앞,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섰다.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22일 출근길 첫 인사 장소로 강남역을 택한 것이다. 박 후보는 이후에도 점심 유세를 위해 선릉역 인근, 저녁 유세를 위해 송파구 신천역 인근 먹자 골목을 방문했다.

이처럼 첫날 유세는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에 모두 집중됐다. 2년 7개월 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며 첫 유세 일정으로 남대문 시장을 비롯한 강북 지역을 돌아다닌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강남 3구' 집중 유세에 박 후보는 "25개구 균형발전을 주장하고 있는데 시장일 때 당시 구청장님들이 초대를 안 해주셔서 (강남 쪽) 5개 구를 못갔다"라며 "(초청받지 못했던 지역에) 먼저 가는 것도 하나의 균형이 아닐까 한다"라고 말했다. 임종석 캠프 총괄본부장은 <오마이뉴스>와 만나 "박 후보는 강·남북 격차를 줄이며 갈등을 극복하고 그 벽을 넘어서겠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라며 "'강북만의 시장이 아니다, 서울의 시장이다'라는 뜻도 포함돼있다"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의 이날 행보에는 '지지율 다지기'의 의미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선거에서 여권 지지 성향이 뚜렷했던 강남 3구는 세월호 참사 이후 급격히 박원순 후보로 지지를 전환한 상황이다.

한국일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5일 발표한 조사결과(서울지역 유권자 704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임의전화걸기(RDD) 방식.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7%포인트. 응답률은 16.0%)에 따르면, 강남 3구에서 박 후보 지지율은 45.6%를 기록했다. 반면,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36.0%에 그쳤다. 3월 조사에서 50.2%의 지지를 얻은 것에 비하면 급격한 하락이다.

첫 유세 일정 강남 3구에 '집중'..."강북만이 아닌 서울의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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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 첫날인 22일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강남구 대치동 은마상가를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실제, 강남 3구에서 마주친 시민들은 박 후보를 먼저 알아보고 눈인사를 나누거나 악수를 하며 호감을 표했다. 방배동에서 만난 한 중년 여성은 "꺄" 소리를 지르며 반가움을 표했고, 한 남성은 팬을 자처하며 사진 찍기를 청했다. 강남역 앞 역시, 바쁜 출근길임에도 상당수 시민들이 박 후보를 반겼다. 박 후보와 악수를 한 유경섭(50)씨는 "박 시장과 페이스북 친구"라며 "박 시장은 사회적 결정을 할 때 여러 의견을 융합해 진행하는 것 같다, (정몽준 후보처럼) 너무 부자로 크면 어려움을 모르지 않겠냐"라며 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박 후보에게 호감을 드러내는 이들 가운데 50대 이상 중년 남성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박 후보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한 이재호(58)씨는 "박 후보가 시장으로서 일을 잘해왔다"라며 "변화도 좋지만 경험 있는 사람이 계속하는 게 좋을 거 같다"라고 말했다.

박 후보가 발걸음을 멈추자 시민들이 몰려와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한 명씩 줄을 서서 '포토타임'을 기다리자 박 후보는 "어서 오세요"라며 시민들을 반겼다. 출근하다 멈춰서 박 후보와 사진을 찍고 돌아선 박근옥(28)씨는 "박 후보는 서민을 잘 챙겨줄 것 같다"라며 "민심에 가까운 시장님으로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다만 박씨는 "정몽준 후보 쪽을 지지하던 나이 많으신 분들이 어떻게 모일지 모르니 선거 결과는 봐야 할 거 같다"라며 박 후보의 승리를 자신하지는 않았다. 

이 날 유세에서 박 후보는 여러 선물을 받기도 했다. 강남역 인근의 커피숍 직원은 박 후보에게 뛰어와 차가운 커피를 건넸다. 박 후보는 "이 귀한 커피를 아껴서 시장에 당선되면 시장실에 가져다 놔야겠다"라며 웃었다. 한 주부는 "딸이 팬"이라며 박 후보에게 유산균 음료를 선물하기도 했다.

운동화에 배낭 메고 유세..."이런 게 새정치"

본격적인 유세에 돌입하자 차림부터 달라졌다. 박 후보는 이날 정오 '배낭 유세'에 맞춰 자킷을 벗고 셔츠를 걷어 올렸다. 아침나절 신었던 구두는 파란 색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 등에는 검은 배낭을 둘러맸다. 물 두 통을 배낭 옆에 꽂았다. 얼굴엔 선크림을 허옇게 발랐다

'조용한 선거전'을 위해 걸어 다니며 시민과 만나고자 함이다. 배낭 유세 중에 한 시민은 박 후보와 '길거리 정책 토론'을 하기도 했다. 이재권(50)씨는 박 후보에게 "에코마일리지의 일환으로 옥상에 텃밭을 가꾸도록 지원해주면 어떻겠냐"고 즉석 제안을 했고 박 후보는 "4만 개의 베란다 텃밭, 이런 거를 하면 시민의 삶의 질이 나아진다, 그렇게 하겠다"라고 답했다.

이씨는 "에코 마일리지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구체적인 수치까지 들어가며 설명해주고, 구체적인 답변을 해주니 고무적이었다"라며 "기본적인 건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느낌이다, 진정성이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박 후보의 배낭 유세는 선릉역 길가에 놓인 소화전 앞에서 잠시 중단됐다. 박 후보는 "이런 게 길 한가운데 있으면 안 된다, 시장이 되면 바로 고치겠다"라고 말했다. 신천 지역 주민들은 박 후보에게 온갖 '민원'을 접수하기도 했다. 신천역 먹자골목에서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은 "먹자골목 홍보물을 세워달라"고 부탁했다. 한 주민은 "도로가 삭막하니 가로수를 심어달라"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노래방 도우미를 단속해달라"라고 당부했다.

계속 된 유세에서 박 후보는 당명은 물론 자신의 이름 석자도 말하지 않았다. "안녕하십니까,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을 뿐이다. 선거 후보라면 으레 두르는 어깨띠도 없었다. 왼쪽 가슴팍에 노란 리본만 달았다. 이에 대해 임종석 본부장은 "요란한 선거운동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라며 "또 상대후보도 그렇지만 박 후보도 인지도 매우 높은 편이라서 크게 이름을 알리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길거리를 걸으면 시민과 쉽게 만날 수 있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라며 "세를 보여주는 것보다는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새정치, 새 선거운동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박 후보는 '영동권역 종합발전계획'을 발표하며 강남 3구 표심 잡기에도 나섰다.

이날 오전 구 한국감정원 옥상에서 박 후보는 '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 일대 72만㎡를 국제업무·마이스(MICE)의 중심지로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잠실운동장을 전면 보수하고 코엑스는 더 많은 국제 회의 유치가 가능하도록 증축하며 한국전력공사 부지를 글로벌 전시·컨벤션·국제업무지구 기능을 갖춘 지구로 개발하는 것이 핵심 공약이다. 또, 한국전력공사 부지 개발 이익을 기업으로부터 환수해 탄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것 역시 발전계획에 포함돼있다.

박 후보는 "서울시 도시계획권을 잘 활용하면 민간자본으로 이 어마어마한 프로젝트가 가능하다"라며 "용산국제업무지구와는 원천적으로 다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세계 최고의 컨벤션 시티, 국제업무지구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는 은마 아파트 상가를 방문한 후에는 "서울은 이제 무조건 파괴하는 개발이 아니라 인간의 삶이, 기본이 살아있는 방법으로 개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선거 중엔 내가 새정치연합 후보지만 당선되면 새누리당, 새정치(연합)가 어딨고 좌와 우가 어딨겠나.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고 시민파 시장이다"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강남 3구 #정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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