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통공사, 논란 속 국제입찰 참여 결정

사외이사 전원 불참 가운데 이사회서 의결 '논란'

등록 2014.05.23 17:11수정 2014.05.2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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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통공사(이하 공사)가 지난 9일 이사회를 열어 '필리핀 마닐라 경전철 1호선 운영 및 유지보수 사업(이하 마닐라 경전철 사업)' 국제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의결했다.

'마닐라 경전철' 사업 진출에 반대했던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사외이사 5명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당연직 이사 6명이 임시의장을 선출한 뒤 가결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 사업은 필리핀 교통통신부 마닐라 경전철 운영청에서 발주했고, 인천교통공사의 업무보고서상 총사업비는 약 650억 페소(1조 6900억원)다. 총사업비 650억 페소 중 차량 구매와 차량기지·환승역 건설 등의 정부 주도 사업이 300억 페소(9100억원)이고, 나머지는 국제입찰로 민간자본 350억 페소를 끌어와 경전철 운영과 연장선 건설 사업을 맡기는 방식이다.

국제입찰 기한은 오는 28일이다. 입찰에 낙찰되면 2015년부터 32년간 경전철을 운영하고, 운영과 동시에 연장구간 공사로 기존 20.7㎞에 20개 역을 32.4㎞에 30개역으로 늘려 연장선 운영권 역시 가진다.

현재 국제입찰에는, 국내에선 인천교통공사의 에코레일컨소시엄과 코레일의 SMC컨소시엄, 해외에선 프랑스 아얄라(Ayala)컨소시엄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교통공사가 참여하는 에코레일컨소시엄은 '토목건축 분야 네덜란드 Movares, 운영 인천교통공사, 전동차 분야 현대로템'으로 구성돼있다.

프랑스 아얄라(Ayala)컨소시엄의 경우 '토목건축 Bouyges, 운영 RAPT, 전동차 Alstom'이고, 코레일 SMC컨소시엄의 경우 '토목건축 GS건설·포스코건설, 운영 코레일, 전동차 포스코엔지니어링'이다.

현대로템이 올해 2월 말 인천교통공사에 사업 참여를 요청했고, 인천교통공사는 3월 초에 현지 출장을 다녀왔다. 그 뒤 3월 중순 사업성 검토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한 다음, 3월 14일부터 4월 7일까지 인천발전연구원(이하 인발연)이 사업 참여 타당성 검토 용역을 수행했다.


인천교통공사는 4월 9일 특수목적법인 에코레일과 '마닐라 경전철' 사업 국제입찰을 위한 합의각서(MOA: Memorandom of Agreement)를 체결했다. 4월 17일엔 국제입찰 참여를 결정하기 위한 이사회를 열었는데, 이때 사외이사들이 반발하면서 의결이 무산됐다. 그 뒤 이사회를 두 번 더 열었으나 결정하지 못했고, 5월 9일 사외이사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당연직이사만 참여해 가결했다.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타당성 검토... '논란'

사외이사가 전원 불참한 가운데 국제입찰 참여를 의결한 것도 문제지만, 그 준비과정에서 허점과 절차상 위법성 논란이 일 전망이다.

준비과정의 허점은 짧은 연구용역 기간이다. 인천교통공사가 서둘러 입찰을 준비하다보니, 인발연이 사업 참여 타당성을 분석한 용역기간은 3월 14일부터 4월 7일까지로 한 달이 채 안 된다. 경제성 분석을 위한 현지 출장도 두 번에 불과했다. 게다가 인발연이 이 분야에 전문성을 확보한 것도 아니라, 부실 용역 논란이 일고 있다.

위법성 논란은 지방공기업법 위반 여부다. 지방공기업법 제65조의 3은 200억원 이상 신규 투자 사업 시 전문기관에 타당성 검토 용역을 맡기게 돼있다. 이 경우 인발연은 용역 수행 대상 기관에서 제외된다. 아울러 국제입찰 참여시 시의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인천교통공사는 이 사업이 200억 원 이상 신규 투자 사업에 해당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기술을 투자하는 것이지, 자금을 투자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인천교통공사는 국제입찰에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 에코레일 지분의 20%를 지닌다. 이를 '현대로템이 대행하기로 돼있어 서류상 지분일 뿐이라 출자가 아니다'라는 게 인천교통공사의 주장이다.

민법상 금전·현물 등 재산이나 노무는 출자에 해당한다. 입찰이 성사될 경우 마닐라 경전철의 기존 1호선을 운영하는 데 현지에서 고용하는 인원은 인천교통공사 파견 인력 20여명을 포함해 1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1호선 연장선까지 운영할 경우 16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기존 1호선 운영에만 연간 600억원, 연장선까지 포함하면 약 976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인천교통공사는 이를 신규 투자 사업이 아니라고 해석했다.

필리핀의 외국인 투자 환경도 위험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필리핀은 전력 생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전기가 민영화(민간회사 독점)돼있어 전기요금이 해마다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인상률이 10.8%에 이른다.

이 때문에 코트라 마닐라지사도 올해 3월 필리핀 경제동향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필리핀 투자 환경의 가장 큰 위험요소는 전기요금 상승'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김성정 인천교통공사 이사회 의장은 "인천교통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의정부 경전철 사업은 여전히 적자와 잦은 기술적 고장에 시달리고 있고, 지난해 10월 개통하기로 돼 있던 인천공항 내 자기부상열차는 답보상태며, 월미은하레일 역시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인천교통공사가 지닌 현안들이 뭐하나 시원하게 해결된 게 없는데, 수익을 보장받기도 어려운 국제입찰에 참여한다고 해서 모든 사외이사가 반대했다"고 말했다.

또한 "인천시 재정위기 주범으로 공기업이 지목됐다. 공기업 정상화는 곧 시 재정위기 타개책이다. 그래서 사외이사들이 시 재정에 도움이 되라고 반대하고 보이콧했던 것인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시사인천>은 5월 28일 실시될 국제입찰 참여를 놓고 논란이 일자, 인천시 교통기획과와 인천교통공사에 인발연이 수행한 사업 참여 타당성 검토 용역보고서 공개를 요청했지만, 인천교통공사는 공개를 거부했다. 인천교통공사는 사업 개요와 추진경과, 추진계획, 기대효과 등을 담은 두 쪽짜리 업무보고서만 시의회에 공개했을 뿐이다.

시 교통기획과는 "인천교통공사에서 추진한 사업이라 자료를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고, 인천교통공사 신사업개발처는 "국제입찰을 앞두고 용역보고서를 공개할 경우 타 경쟁사에 유리한 정보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천교통공사 #의정부경전철 #마닐라 경전철 #지방공기업법 #인천발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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