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해산재판, 야당대표의 참관을 기대한다

[주장] 너무나 조용한 '역사적 재판'... 민주주의 위한 야당 노력 보여주길

등록 2014.05.27 13:57수정 2014.05.2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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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사건이 시작된 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정부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청구서 및 정당활동정지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한 게 지난해 11월 5일. 그로부터 6개월 넘게 '역사적인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역사적인 재판치고는 너무 조용하다. 변호사들의 활동만 간혹 언론에 보도될 뿐이다. 정치권·시민사회·대중의 관심이 너무나 적다. 사상 최초의 정당해산재판이라는 의례적인 표현 이외에도 한국의 정치지형을 전면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재판, 시민의 정치 활동의 자유를 통제하게 될 재판, 나아가 우리의 상상력을 제한할지도 모르는 재판임에도 여론은 참 조용하다.

역사적인 정당해산 재판에 초라한 여론의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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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로고 ⓒ 통합진보당

이 재판은 여러 면에서 '역사적인 재판'이다. 먼저 이 사건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정당해산 재판이다. 정당해산은 정당해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현대의 정치는 정당정치이다. 정당이 해산되면 정당에서 활동하고 정당을 지지하는 시민의 정치도 해산되고 제약된다. 헌법이 정당을 특별히 보호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것도 작은 정당의 해산사건이 아니다. 비록 2012년 총선이후 분당되기는 했으나 통합진보당은 2012년 총선에서 13명의 국회의원 당선자를 배출했다. 정당 지지율은 13.4%에 이른다. 한때 국민 중 8명 중의 한명이 이 정당을 지지한 것이다. 정부가 주장하듯이 진보정당의 뿌리를 2000년의 민주노동당으로 잡는다면 그 동안 꾸준히 성장해 온 정당이다.

정당해산신청 당시 통합진보당은 여섯 명의 현직 국회의원, 두 명의 기초자치단체장, 19명의 광역지방의회의원, 91명의 기초지방의회의원, 당원수 10만 명인 거대 정당이었다. 물론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보다는 작은 정당이지만 제3의 정당으로서 한국의 정치를  좌우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당세를 갖고 있었다. 알게 모르게 통합진보당은 이미 우리의 가까운 이웃인 것이다.

이렇게 큰 정당을 해산하게 되면 수많은 정당원과 그 지지자들의 정치적 의사표현 역시 강제로 해산된다. 이들의 정치적 자유가 제약되는데 정치권에서 논쟁과 토론이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상상력 통제하려는 정부와 공안부

정당은 근원적으로 인간 상상력의 산물이다. 정당은 지금은 없지만 앞으로 있을 미래의 모습을 정강 정책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정당은 미래의 모습을 현실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정치투쟁을 벌인다.

정당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다. 얼마든지 통일된 조국을 상상할 수 있고 국민과 외국인을 포함한 모든 인간이 사람답게 대접받는 사회를 상상할 수도 있다. 심지어 국가보안법과 국정원이 없는 사회도 상상할 수 있다. 물론 이와 반대되는 사회도 상상할 수 있다.

상상의 자유에서 몇 가지는 제외된다. 인간을 인간으로 대접하지 않는 그런 사회를 정당이 상상해서는 안된다. 노예제 부활이나 인종차별은 금지된다. 그리고 공동체를 파괴하는 분리독립, 파시즘, 군국주의도 금지된다. 이처럼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당은 모든 것을 상상할 수 있다.

현재 정부, 구체적으로 검찰 공안부가 통합진보당의 정강 정책에 대해 공격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상상력에 대한 공격이다. 현재 형성된 쟁점은 ▲ 진보적 민주주의 ▲ 자주적 민주정부 ▲ 민중주권주의 ▲ 민주집중제 ▲ 민중중심의 자립경제 체제 ▲ 코리아 연방제 통일방안 등이다. 모두 우리 사회에서 상상해 왔던 것들이며 이미 실현된 것들도 있다.

연방제 통일방안이란 이미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일부 확인한 바 있다. 민주주의와 민주정부, 자립경제를 왜 상상해서는 안되는지 그리고 상상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왜 위협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부·검찰 공안부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정부·검찰 공안부가 설정해 놓은 틀 안에서만 상상하라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의 틀 안에서만 상상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틀이란 이미 기득권의 첨병인 정부와 공안부가 만든 것이다. 이 틀을 깨지 않으면 개혁과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상상력이 제한되면 개혁과 발전을 할 수 없고 이렇게 되면 야당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구체적 위험이 있어야 해산 가능... 진보당은 정말 위험한가

한편, 정당은 상상의 자유를 가지지만 현실에서 이를 실현해야 한다. 따라서 민주사회에서는 폭력·폭동은 금지된다. 이때의 폭력이나 폭동은 엄격하게 증명돼야 한다. 실제로 사회에 위험을 초래하는 정도여야 한다. 사회에 아무런 위험이 없음에도 폭력혁명을 상상·토론했다는 이유로 정당을 해산하는 것은 과잉이다. 

이것이 정당해산의 또 다른 요건인 구체적 위험성이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이를 '폭력의 선동과 공중에 대한 폭력사용의 위협'이 실제로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폭력사용의 위험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성이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이러한 위험을 정당해산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 막을 수 없을 때에 한해 정당을 해산할 수 있다. 정당의 해산으로 정당만이 해산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정치적 자유 역시 해산되기 때문이다. 이를 '보충성' 혹은 '최후 수단성'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정당해산재판은 민주사회에서 극도로 어렵고 중요하다. 프랑스나 미국·영국·일본 등은 정당해산 제도 자체를 두고 있지 않다. 정당해산이라는 극단적인 방법보다는 관용을 바탕으로 한 다원주의 틀 안에서 민주주의를 보전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해석된다.

따라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재판은 당면한 정치 쟁점 중에서도 제법 앞서는 주제다. 한국의 민주주의의 수준, 정치활동의 자유, 상상력의 자유, 검찰 공안부의 활약 등 많은 쟁점이 포함돼 있다. 결정적으로 한국 정당과 정치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재판인 것이다.

당장 수십만, 수백만의 시민들이 사랑했던 그리고 지금도 사랑하는 정치집단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니 정치권은 치열한 관심을 가질 만하다. 통합진보당이 기득권층과 대결하면서 민주와 진보를 주장해왔고, 한때 야권통합의 대상이기도 했으니 특히 야당은 관심을 가질 만하다.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아무도 통합진보당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변호는커녕 관심도 없다. 언론의 관심도 없다. 이 정도면 통합진보당이 이미 해산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

야댱 대표의 재판 참관을 기대한다

우리는 지금 박근혜 정부 하에서 안전과 민주주의 위기 시대를 살고 있다. 당장 세월소 참사가 우리의 안전이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줬다. 또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통합진보당의 정당해산재판 역시 한국 정치, 민주주의 위기의 증거다.

우리의 안전도 총력을 기울여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도 확보해야 한다. 특히 민주주의는 우리의 노력으로 확보할 수 있다. 민주주의 위기는 정치와 재판을 통해 막을 수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도 재판에서 민변 변호사들이 막아내지 않았는가? 시민의 정치적 자유를 확대함으로써 민주주의 위기는 막을 수 있다.

나는 민주주의 위기를 막기 위한 방안 중의 하나로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정당해산재판에 야당 대표가 참관할 것을 기대한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 모든 야당에게 기대한다. 직접 재판에 참여해 정부와 통합진보당, 검찰 공안부와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것을 권한다. 이를 통해 야당이 얼마나 한국의 정치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지 그리고 이것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대중들에게 보여주길 희망한다.

재판의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지방선거 전에 정당해산재판이 끝날 것으로 예상한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재판은 예상과는 달리 신중하고 꼼꼼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 재판 진행이 반드시 정부에 유리한 것도 아니다.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그리고 민주주의 수준에 따라 결론이 내려질 것이다.

통합진보당이 해산되지 않을 가능성도 최소한 절반은 된다. 만일 통합진보당이 해산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다면 통합진보당은 여전히 우리의 이웃으로 남게 될 것이다. 야권통합, 야권연대를 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때를 대비해서라도 야당 정치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당장 다음 기일은 6월 10일이다.
덧붙이는 글 이 칼럼은 한국미래발전연구원 홈페이지(www.futurekorea.org)에 동시 게재합니다. 이 기사를 쓴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장, 참여정부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 등을 지냈으며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2011) 등의 저서를 냈습니다.
#통진당 #정당해산심판청구 #김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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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래발전연구원(http://www.futurekorea.org/)은 민주주의와 한국사회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진보적 정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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