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도 아는 자전거아저씨 "선거 예산은 2500만원"

[풀뿌리 후보③] 임승호 무소속 남구의원 후보

등록 2014.06.02 10:15수정 2014.06.0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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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가 대안이다." 마을에서 놀아본 이들이 '정치만 해온 정치인'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주민과 뒤섞여 환경, 복지, 사회적경제 등의 분야에서 성과를 쌓은 이들이 이번 6월 지방선거에서 후보로 나섭니다. <오마이뉴스>가 이들 '풀뿌리 후보'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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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지방선거에서 광주 남구의원 후보로 출마한 임승호 후보가 28일 자신의 유세차량인 0.5톤 중고 소형트럭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소중한


"어? 자전거 아저씨다!"

5월 28일 광주 남구 유안근린공원. 자전거를 탄 채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임승호 무소속 남구의원 후보(라선거구, 봉선2·효덕·송암·대촌)에게 중학교 1학년 학생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학생은 임 후보에게 명함을 건네 받더니 "저 아저씨 알아요! 자전거 아저씨, 마을친구 아저씨, 맞죠?"라고 웃음을 짓는다.

평소 '마을친구'를 자처하는 임 후보는 "너 아저씨를 어떻게 아니?"라고 되물었다. 그 학생은 조금 생각을 하더니 곧 야무진 대답을 내놨다.

"제가 아파트에 사는데요, 마을이란 말이 안 어울리잖아요. 그런데 마을이란 말이 참 좋았어요. 그래서 마을친구라는 아저씨 구호가 와닿았어요."

마을기업·마을신문 운영한 주민 밀착형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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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지방선거에서 광주 남구의원 후보로 출마한 임승호 후보가 28일 자전거를 타고 유안근린공원을 돌며 주민들과 만나고 있다. 한 중학생이 "자전거 아저씨", "마을친구 아저씨"라고 말하며 임 후보를 알아봤다. ⓒ 소중한


2010년 광주 남구 대촌동에 들어와 마을활동을 벌여온 임 후보는 '자전거 후보'이자 '마을 후보'로 통한다. 선거운동의 대부분 시간을 자전거를 탄 채 마을을 도는 것으로 보내기 때문이다.

"돈 안 드는 선거"를 하기 위해 예비후보 신분일 때까지 선거사무원, 사무장, 회계책임자를 겸임하기도 했다. 선거운동에 동원된 장비도 0.5톤 소형트럭 한 대와 빌린 자전거 5대가 전부다. 구의원의 역할을 "주민들이 스스로 정치의 주인이 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임 후보는 "마을공동체를 되살리기 위한 심부름꾼의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임 후보는 4년여 동안 두리공동체라는 마을기업을 운영하며 로컬푸드운동과 협동조합운동을 벌여왔다. 그러면서 마을의 강점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를 브랜드화 하기 위해 노력을 쏟았다. 그러면서 "사람 간의 관계를 알게 해주는 곳이자 '규모의 경제' 효과"를 느꼈다.

그는 '마을신문'의 편집장이기도 하다. 광주 남구 효덕동의 송화마을 이야기를 담은 <함꾸네>가 그것이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아파트촌이라 이웃 간의 교류가 약한 송화마을에서 <함꾸네>는 소통의 매체로 자리 잡았다. 마을의 역사와 마을사람의 이야기 등을 담아 마을 개념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임 후보는 무소속을 고집하고 있다. "정치의 주인공은 안철수와 같은 한 명의 영웅이 아니라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라고 믿는 그는 "(나와 같은 풀뿌리 후보는) 정당에 얽매이지 않고 마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마다 주류 정당이 있고, 그 주류 정당의 공천을 받으면 대부분 당선이 되는데 그러다보니 마을을 책임질 구의원은 물론이고, 일부 주민자치위원도 정당에 충성하는 경우가 많다"며 "구의원의 경우 정말 주민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필요로하는지 점검하는 생활 속의 심부름꾼이 되어야 하는데 이는 뒷전이 돼버린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로 임 후보는 '1000개의 명령'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구의원의 할 일은 '내가 무엇을 하겠습니다'라고 제시하는 것보다 주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운동 방식으로 주민들의 바람과 고민을 듣고 있다. 제가 당선이 되든, 되지 않든 '매월 찾아가는 사랑방'을 통해 주민들이 내리는 1000개의 명령을 듣고 싶다. 그리고 그걸 정책 의제로 발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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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지방선거에서 광주 남구의원 후보로 출마한 임승호 후보가 28일 자전거를 타고 유안근린공원을 돌며 주민들과 만나고 있다. 한 아이가 임 후보의 기호인 "4번"을 외치며 손가락을 펴 보이고 있다. ⓒ 소중한


"마을은 완벽한 공동체... 정당으로부터 자유로워야"

- 선거에 나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10년부터 광주 남구 대촌동에 들어와 '마을활동가'로 살아왔다. 고싸움으로 유명한 대촌동의 칠성마을에는 자체적인 마을규약이 있다. '대소사가 있는 집이 우물의 우선 사용권을 갖는다'라는 세세한 것까지 담고 있다. 경찰이 없어도 마을주민 스스로 이 규약을 지킨다. 또 마을 가운데엔 '도창'이라는 공동 창고가 있다. 가을 추수가 끝나면 집집마다 마을세를 걷어 모아두는 것이다. 일종의 신협이라고 할까? 그걸로 마을일꾼의 월급도 주고, 마을의 공공재가 무너지면 보수도 한다. 완벽한 하나의 공동체다.

하지만 요즘 대부분의 마을은 이러한 모습을 찾기 힘들다. 공동체가 파괴됐다. 마을공동체를 되살리기 위해 선거에 출마했다. 마을을 살리는 데 구의원이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고, 그 심부름꾼 역할을 마을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내가 해보고 싶다."

- 이력 중 마을신문인 <함꾸네>의 편집장직을 맡고 있는 게 눈에 띈다.
"3년 정도 마을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광주 남구 효덕동과 노대동 일대는 인위적으로 조성된 아파트촌이라 이웃과 마을의 개념이 약한 곳이었다. 처음 이곳에서 음악회를 열었고, 이어 소통의 매체가 필요하겠다 싶어서 마을신문 <함꾸네>를 만들기 시작했다. 마을의 역사와, 마을에서 봉사하는 사람, 어린이 이야기, 주민들의 목소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 두리공동체라고 하는 마을기업의 대표로 있다. 마을기업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공동체 일자리 사업이라고 보면 된다. 주민들이 그 마을의 강점을 발굴해 그 강점을 갖고 공동 기업을 운영하는 거다. 예를 들어 대촌 칠성마을의 고구마순이 좋다고 하면 각자 주민들이 생산한 고구마순을 모아다가 포장, 배송 등을 마을기업에서 담당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개개인이 포장, 배송, 위생관리 통과 등을 하긴 어렵지 않은가. 협동을 하면 비용이 줄어들고, '규모의 경제'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또 나름 브랜드화 되기도 한다."

- 무소속으로 출마하며 "마을은 정당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인가.
"지역마다 주류 정당이 있고, 그 주류 정당의 공천을 받으면 대부분 당선이 된다. 그러다보니 마을을 책임질 구의원은 물론이고, 일부 주민자치위원도 정당에 충성하는 경우가 많다. 구의원의 경우 정말 마을 주민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필요로하는지 점검하는 생활 속의 심부름꾼이 되어야 하는데 이는 뒷전이 돼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무소속을 고집하고 있다."

"돈 안 드는 선거" 목표... 0.5톤 트럭 1대·자전거 5대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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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지방선거에서 광주 남구의원 후보로 출마한 임승호 후보가 28일 유안근린공원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소중한


- '마을친구'를 자처하고 있다. 임 후보와 같은 풀뿌리후보가 기성 정치인에 비해 갖고 있는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풀뿌리 후보가 구의원이 돼 정치를 하게 되면 주민과 같이 생활했던 경험으로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잘 들을 수 있다. 마을의 역사를 알기 때문에 일반 정치인과 전문가보다 훨씬 더 마을 밀착형 정책을 펼칠 수 있다.

또 당선이 되면 정당에 얽매이지 않고 마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다. 구의원의 역할은 마을주민들이 스스로 정치의 주인이 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주민들이 총회를 열고 싶다면 그 기회를 만들고, 예산을 마련해주는 역할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조례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의 주인공은 어떤 한 영웅이 아니라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돼야 한다. 마을후보, 풀뿌리후보는 그 역할을 잘 할 수 있다."

- 예비후보 신분일 때까지 선거사무원, 사무장, 회계책임자를 겸임하고 있다고 들었다.
"선거 치를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웃음). 그런데 세 역할, 특히 회계책임자 역할까지 하다보니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겠더라. 회계 업무를 하다보면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어도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5일부터 펀드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1300만 원이 모였다. 특히 두리공동체에서 운영하는 마을카페 알바생이 내 준 1만 원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내가 고용주고 그 친구는 고용원, 즉 갑을관계인데 을에게 인정받았다는 게 정말 뿌듯했다."

- '돈 안 드는 선거'를 치른다고 했는데. 선거 예산은 얼마나 들 것 같나.
"2500만 원 목표로 하고 있다. 선거운동 장비도 0.5톤 트럭 1대와 자전거 5대가 전부다. 트럭은 폐차 직전의 차를 200만 원 주고 샀다. 동생 친구들이 페인트칠을 해주는 등 도와줘서 꾸미는 데 100만 원밖에 들지 않았다."

- '1000개의 명령'이란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
"구의원의 할 일은 '내가 무엇을 하겠습니다'라고 제시하는 것보다 주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운동 방식으로 주민들의 바람과 고민을 듣고 있다. 제가 당선이 되든, 되지 않든 '매월 찾아가는 사랑방'을 통해 주민들이 내리는 1000개의 명령을 듣고 싶다. 그리고 그걸 정책 의제로 발굴할 것이다."
#6월 지방선거 #풀뿌리 #임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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