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결국 박근혜가 웃나

[판세분석] 여론조사 블랙아웃 시점, '김문수 총리론' 부각되는 이유

등록 2014.06.01 21:55수정 2014.06.0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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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대참사에도 불구하고 선거는 박빙 구도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경기, 인천, 부산, 강원, 충북, 세종 등에서의 승자가 누구일지를 예측하지 못한다. 하나 확실한 흐름은 지난 6·2 지방선거 때와 같이 야권이 압승하는 그림은 아니라는 점이다.

예상과 달랐던 2010년, 야권의 선거전략이 먹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야권은 짜릿하게 승리했다. 여론조사와는 판이하게 다른 결과였다. 당시 <중앙일보>를 비롯한 막판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광주광역시, 전남, 전북에서의 승리가 예상됐을 뿐이다. 9곳은 확실히 새누리 우세, 제주만 무소속이 이기는 분위기였고 나머지 지역도 새누리 우세였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달랐다. 야권이 10곳, 새누리가 6곳에서 승리했다.

그것은 전략의 승리였다. 야권은 '무상급식'으로 젊은 유권자의 관심을 끌어냈다. '야권연대'로 야권성향 사표(死票)를 방지했고 승리를 위해 양보, 연대했다. 선거 막판 '여론조사 블랙아웃' 시점 야권이 전면에 내세운 메시지는 '전쟁이냐 평화냐'였다. 천안함 북풍몰이에 실증을 내기 시작하던 건강한 보수 세력에 대안의 모습을 선보였던 것이다.

당시의 승리는 야권이 스스로 쟁취했기에 값진 것이었다. 이명박 정권 역시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선거였다. 선거 막바지에 대통령이 순직한 장병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기에 이르렀다. 대통령이 나서서 천안함 북풍몰이를 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렇게 했다. 그리고 패배했고 정권은 레임덕에 빠졌다. 그들도 전략을 세웠지만, 야권의 전략이 더 주효했다.

4년이 흘렀다. '선거의 여왕'이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세하는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선거전략은 두 가지로 분석된다. 하나는 연대할 수 없는 야권 지형을 만들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종북몰이가 그것이다. 또 하나는 집권 전반기와 박근혜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고려, 친박을 전진배치한 '정권 안정론'이었다. 김황식(서울), 남경필(경기), 유정복(인천), 서병수(부산), 원희룡(제주) 구상을 했다. 처음 김황식, 남경필, 원희룡은 출마에 뜻이 없었지만 '보이지 않는 손'이 밀어붙였다.

이에 대항하는 새정치민주연합에는 전략이 부재했다. 지난 대선 아깝게 정권을 놓친 제1의 거대 야당임을 고려할 땐 이해할 수 없는 무력한 모습이다. 민주당과 안철수당이 전격적으로 합당할 때까지만 해도 선거판을 주도하는 듯 보였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김한길 대표는 안철수의 대중적 인기도에 기대하는 바가 있었지만 기초선거 무공천을 둘러싼 논란에서 보여줬듯이 안철수는 전략을 선보일 정도의 정무 감각을 보여주지 못했다. 광주광역시장과 안산시장 후보로 자신의 측근을 전략공천했다. 안철수는 그곳에서의 승리를 위해 다른 곳에 전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냉정하게 분석하면 '세월호 대참사'로 박근혜 정권이 스스로 휘청거리지 않았더라면 6.4 지방선거는 일방향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전략의 차이, 승리에 대한 의지 차이가 확연했기 때문이었다.

여론조사 '블랙아웃' 시점, 선거는 초박빙으로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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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는 막판 혼전... 초박빙 선거 선거 6일 전, 여론조사는 새누리 vs 새정치 박빙 선거구도임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일보> 5월 30일 1면 ⓒ 조선일보pdf


6.4 지방선거는 이제 여론조사 '블랙아웃' 시점에 돌입했다. 5월 28일까지 시행한 여론조사결과만 보도할 수 있다. 수치상 새누리당이 불리하지 않다. 박원순 후보가 서울이라는 지방선거의 상징에서 선전을 벌이고 있어 야권이 유리한 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

총 17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정당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하고 있는 여야 우세지역은 11곳이다. 서울/충남/전남/전북(새정치), 대전/경북/경남/대구/울산/제주(새누리)이다. 광주까지 야권으로 친다고 해도 여당이 6대 5로 앞서 나가고 있다. 새누리의 6곳은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의 승리한 지역과 동일한 수치이다. 즉, 그들은 이미 지난 선거와 동일한 지역을 확보하고 추가 확보를 위해 뛰는 셈이다.

부산, 세종, 경기....'수성 3곳'에 정권의 선물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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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5월 28일 부산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현장회의를 열고 서병수 후보를 총력지원했다. 가덕도 새바지 해안에서 신공항 건설 결의를 다진 새누리당은 구포시장 등을 찾아 지원 유세를 펼쳤다. ⓒ 서병수 후보 캠프


나머지 지역은 어디이며 새누리가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까? 경기, 인천, 강원, 충북, 세종, 부산 등 6곳이다. 인천, 강원, 충북, 부산 등 4곳은 초초박빙으로 진입한 모양새다. 경기, 세종은 오차범위 내에서 새누리가 앞서 나가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경합지역 6곳을 좀 더 살펴보자. 인천, 강원, 충북은 현재도 새정치연합 보유 지역이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이기면 좋은 곳이다. 실제 막판 여론조사 결과 1%포인트 안팎의 초박빙 상태이기 때문에 내심 1~2곳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나머지는 경기, 부산, 세종이다. 이곳은 현재도 새누리당 소속이다. 반드시 수성해야 하는 '수성 3곳'이다. 만일 세 곳만 지켜낸다면 나머지 경합지역 3곳에서 모두 진다고 해도 9(새누리)대 7(새정치)대 1(광주)로 새누리당은 승리를 선언한 수 있게 된다.

여론조사를 보면 경기와 세종은 오차범위 내에서 조금 앞서고, 부산은 반대 상황이나 지역의 정당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해볼만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선거 막판에 새누리당발 각종 선심성 공약과 신종 관건선거 비판이 나오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에는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인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중앙당 차원에서 전면에 내세우는 모양새다. 이에 더해 통합진보당 고창권 후보가 오거돈 후보를 지지하며 사퇴하자 때아닌 '통합진보당 색깔론'을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이러다 '우리가 남이가'가 등장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움직임이다.

세종/충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충북의 딸'로 표현하면서 지역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어머니 육영수씨의 고향이 충북임을 내세우는 홍보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부산에는 TK와 기세싸움이 팽팽하던 국제공항을 선물로 주려 한다면 세종/충북에서는 인정에 호소하는 전략인 셈이다.

부산에는 새누리당 중앙당 차원에서 커다란 선물을 주려 한다. 이는 초박빙 다른 지역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힘 있는 여당 후보'를 결과적으로 뒷받침해주는 명백한 증거로 유권자들에게 인식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흐름을 막기 위해서 야권이 선거 막판 즉 '여론조사 불랙아웃' 시점에 뭔가 주도권을 쥘만한 전략을 내세워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다. 새정치에서 내놓는 메시지라고는 안철수 대표의 3박 4일 외박유세와 사전투표 현장에 50대 이상 노년 유권자들 모습이 많이 보여 불안하다고 집토끼들에게 호소하는 정도다.

경기도지사 김문수 총리론 언급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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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후임 총리는 김문수? 김문수 국무총리 후보론에 남경필 후보는 환영, 야당 김진표 후보는 반발하고 있음을 전하는 <서울경제> 5월 31일자 6면 ⓒ 서울경제pdf


'수성 3곳' 중 경기도가 가장 애매하다. 앞서 나가긴 하지만 우세를 확인하지도 못한 상황이다. 수도권이기에 지역정서에서 자유로워 박근혜 마케팅도 별반 무소용이다. 인천국제공항이 이미 있기 때문에 신공항을 선물로 줄 수도 없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김문수 총리론!

친박이 본 그는 딱 '도지사급'이었다. 김문수는 경기도지사를 2번 연임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이번에도 그가 경기도를 책임져주기를 기대했다. 연초에 서청원 의원 등 친박 실세들이 그에게 가한 무언의 압박은 대단했다. 그러나 김문수는 중앙정치, 즉 대권도전의 꿈을 키우기 위해 버텨냈고 남경필 후보가 경기에 나서게 됐다.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후보로 박근혜와 경쟁하긴 했지만 제대로 겨뤄보지 못했다. 박근혜의 유력한 대항마가 되려는 결의에서 경선 초반에는 도지사직을 사퇴하겠다는 발언도 했지만 곧 거둬들였다. 박근혜와 겨뤘던 그는 친박은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

그런 그가 6.4 지방선거 막판에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개혁총리로 존재감을 한껏 부각시켰던 '안대희 카드'가 전관예우 사실로 못 써먹게 됐다. 관료 출신으로는 관료들의 '적폐'를 손댈 수 없음을 인식한 박 대통령은 정치인 중에서 총리를 찾는 모양새다. 거론되는 시점도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과연 남경필이 서울의 박원순처럼 우세한 상황이었다면 그가 과연 이와 같은 중차대한 시점의 '책임과 권한'이 막강해진 총리 후보로 거론될 수 있었겠는가. '기춘대원군' 김기춘 실장이 조만간 각종 사안에 대한 총체적 책임을 지고 물러날 뜻이라고 보도됐다. 국정운영의 축이었던 남재준 국정원장도 이미 자리를 떠났다. 이같은 상황이면 국무총리의 위상이 정홍원 총리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된다.

남경필 후보는 노골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면 치열하게 겨루던 새정치 김진표 후보는 뒤통수를 맞은 분위기다. 김 후보측의 대변인은 30일 논평을 내고 "현직 경기도지사를 국무총리 후보로 내정하는 행태는 과거와는 다른 중앙정부 차원의 '신유형 관권선거'"라며 "초박빙 지역인 경기도에서 남 후보를 지원하겠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정리해 본다. 막판 여론조사 결과 언론에서는 17곳 중 새누리가 6곳, 야권이 5곳 우세로 분석하고 있다. 나머지 6곳 중에서 부산, 세종, 경기에서 새누리는 승기를 잡기 위해 부산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유치 카드, 세종/충북에서는 '박근혜는 충북의 딸'로 접근하고 있다. 경기에서도 갑작스레 김문수 총리 후보론이 부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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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19일 오후 전남 진도군 진도군청에서 세월호 사건 실종자 가족들이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위 3곳만 수성해도 지방선거 승리는 새누리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나머지 경합지역 인천, 강원, 충북 모두를 새정치연합이 이겨도 그러하다. 한달 내내 울지 않다가 선거 막판에 방송 카메라 앞에서 긴 눈물을 흘렸던 박 대통령이 과연 웃을 수 있을까.

사공 많은 야권에서 막판 전략을 내놓지 못하는 가운데 이제 그 결과는 3일 후면 확인이 가능하다.
#김문수 #6.4지방선거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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