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안 고치는 박근혜 정부, 용서 못해"

[현장] '세월호 참사 3차 촛불행동' 2만명 참석, '진상규명' 촉구

등록 2014.05.31 22:20수정 2014.06.0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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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리본, '세월호 참사 잊지않을게요' 세월호 추모 범국민촛불행동 참가자들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 리본'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엄마, 아빠 나 여기 있어요. 엄마가 돌아보면 언제나 나 있어요. 그러니 울지 말아요. 엄마가 자꾸 우니까 내 몸이 마르지 않아요."

31일 오후 청계광장, 가수 이수진씨가 부르는 동요 '섬 집 아기'가 흐르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한 단원고생으로 분한 배우 최민아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채 피지도 못하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교생들을 떠올리며 시민들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800여 개 단체로 구성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아래 대책회의)가 이날 오후 6시 개최한 '3차 범국민촛불 행동'에는 주최측 추산 2만명(경찰 추산 3000명)의 시민들이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 자리를 잡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한 명의 생존자도 구하지 못한 무능한 정부에 분통 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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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잊지 않겠습니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3차 범국민촛불행동'에서 한 참석자가 '잊지 않겠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며 "진상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라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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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국민촛불행동 "성역 없는 진상조사하라"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3차 범국민촛불행동'에서 참가자들이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들의 신속한 수습과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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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3차 범국민촛불행동'에서 참가자들이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들의 신속한 수습과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이날 촛불 문화제에는 지난해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목숨을 잃은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 5명의 부모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해병대 캠프 참사 희생자 유가족 이후식씨는 "태안사설 해병대 캠프 참사는 세월호 침몰 참사의 축소판"이라면서 "돈벌이에 눈 먼 업주의 만행과 자질이 부족한 직원들의 부도덕한 행위, 관리·감독할 기관의 부정부패 행정, 무능한 해경의 초동대응 실패, 관계 부처간의 책임 떠넘기기, 총체적 안전 불감증까지, 이 모두가 어쩌면 이렇게 똑같은가"라고 비판했다.


이씨는 이어 "눈물 마를 날 없는 나라가 원망스럽고 단 한 명의 생존자도 구하지 못한 무능한 이 정부에 분통이 터진다"면서 "참고 있지 말고 일어서 달라, 이제는 온 국민이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유가족은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않는 이 정부를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며 "학생증 사진이 영정 사진이 되는 이 개떡 같은 대한민국을 심판해야 한다"고 울먹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만이 똑같은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매번 참사 때마다 그 진실이 낱낱이 드러나지 않은 채로 그냥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참사가 되풀이된다"면서 "어쩔 수 없이 잘못이 생기면 그 잘못을 낱낱이 드러내고 고쳐 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허용된 최선일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철저히 규명되기 위해서는 민간차원에서의 진상규명은 물론이고 공적으로 특별법에 의한 진상조사위 구성, 특별검사 도입 등 모든 방법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희생 나오지 않도록 1000만명 서명운동 동참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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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훔치는 백기완 소장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3차 범국민촛불행동'에서 가수 이수진 씨가 세월호 침몰사고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를 추모하며 동요 '섬 집 아기'를 부르자,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교생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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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손도 쓰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3차 범국민촛불행동'에서 가수 이수진 씨가 세월호 침몰사고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를 추모하며 동요 '섬 집 아기'를 부르자, 참가자들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교생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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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서명용지 전달받는 유가족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3차 범국민촛불행동'에서 참석자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등을 요구하는 '천만인 서명운동' 서명용지를 모아 세월호 유가족 안산 단원고 고 오경미 학생의 아버지에게 전달하고 있다. ⓒ 유성호




대책회의는 이날 집회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등을 요구하는 '천만인 서명운동' 서명용지를 모아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전달했다.

단원고 유가족들을 대표해 서명용지를 받은 안산 단원고 2학년 고 오경미양의 아버지는 "정부가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의지가 약하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며 "또 다른 희생이 나오지 않도록 천만인 서명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우리 아이들이 왜 부모의 눈앞에서 배가 넘어가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진실을 알고 싶다, 국민들의 성원이 너무 뜨겁다, 이 뜻을 지켜 반드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책회의는 서명운동을 시작한 이후 전국적으로 78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명했으며, 이날 하루 서울에서만 2만69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오후 8시께 청계광장을 떠난 참가자들은 촛불을 들고 종각~을지로 입구를 거쳐 서울광장까지 한 시간여 동안 행진했다. 시가행진 도중 참가자들은 "진상조사 실시하라" "성역 없이 조사하라" "팽목항을 잊지 말자"는 구호를 외쳤으며, 연도에서 가두행진을 지켜보던 일부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화답했다.

오후 9시께 서울  광장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세월호 희생자들과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실종자들을 추모하면서 인간 리본을 만들었다.

용인 사는 한 중학생 "경찰이 끌고 가 짓밟았다"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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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진상조사 촉구 촛불행진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3차 범국민촛불행동'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들의 신속한 수습과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촉구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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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진상조사 촉구 거리행진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3차 범국민촛불행동'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들의 신속한 수습과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촉구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일부 참가자들은 광화문 한국통신 건물 앞까지 진출해 청와대로 향하다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중학생을 폭행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기도 용인의 한 중학교 1학년생 정아무개군은 이날 8시 30분께 일민미술관 앞에서 경찰들에게 끌려가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정군은 "촛불을 든 분들과 함께 대열 속에 있었는데, 앞에 있는 경찰관들이 나를 끌고 가서 짓밟으며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했다"고 말했다.

정군의 폭행을 목격한 유아무개 목사는 "폭행을 한 경찰관들에게 '소속을 밝혀라' '지휘관이 누구냐'고 물었지만,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다"면서 "112 신고를 했지만 '인력이 없어서 출동 못하니 진정서를 제출하려면 하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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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도 세월호 참사 잊지 말아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3차 범국민촛불행동'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벌이며 경찰 가슴에 노란 리본을 붙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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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선 시민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3차 범국민촛불행동'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거리행진을 벌이며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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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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