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찍어 대통령 눈물 닦아줘라?
세월호 참사 악용하는 새누리당

[取중眞담] 국민이 원하는 건 눈물 닦아주는 대통령

등록 2014.06.02 18:16수정 2014.06.0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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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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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인지 대통령 선거인지... 1일 오후 부산역광장에서 새누리당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눈물' 사진이 담긴 피켓을 100개 가까이 들고 나왔다. 이 피켓의 다른쪽은 서병수 후보 사진이 붙어 있다. 막판 총력 유세에 나선 서병수 후보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선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민규


지난 주말을 기해 부산 전역에는 '위기의 대한민국, 부산이 구합시다'라는 플래카드가 나붙기 시작했습니다.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가 내건 선거홍보 플래카드입니다. 한 새누리당 부산지역 의원은 유세에서 "부산은 6·25 때도 백척간두의 나라를 살려낸 곳"이라며 "구국"을 부르짖기도 했습니다.

이 상황만 본다면 나라에 전쟁이라도 난 것 같습니다. 이 시간 휴전선은 일단 겉으론 평온합니다. 일본 해상자위대나, 중국 인민해방군에 별다른 움직임이 있다는 외신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주한미군이 물놀이 공원에서 여직원을 성추행하고 출동한 경찰까지 폭행했다는 보도가 있기는 하지만 국가적 위기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쯤되면 '애국' 부산시민들은 도대체 어떤 위기의 대한민국에서 뭘 구해야하는걸까 의아해집니다. 정답은 새누리당의 위기입니다. 새누리당의 선거 플래카드에는 눈물을 흘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이 함께 담겨있습니다. 뿐 만 아니라 서병수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사진과 서 후보의 사진을 양면으로 붙인 선거 홍보판을 들고 부산 전역을 누비고 다닙니다.

서 후보는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서병수 네가 부산시장이 되지 못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는데, 그 죄를 어떻게 감당하려 하느냐"는 시민의 말이 "심장을 후벼 파는 말씀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새누리당이 행여 부산시장 자리를 놓쳐 박근혜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일이 발생할까 걱정스럽다는 이야기입니다.

세월호 참사 악용말라던 새누리당, 대통령 눈물 선거판에 끌어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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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부산 거제동의 길가에 서병수 새누리당 부산시장이 붙인 선거홍보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서 후보는 '위기의 대한민국, 부산이 구합시다'는 플래카드에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 흘린 눈물 사진을 부각했다. ⓒ 정민규


새누리당 의원과 후보들도 "도와주세요, 대한민국을 믿습니다"란 피켓 홍보에도 나섰습니다. 김무성 선대위원장도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구에서 '도와주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는 피켓을 들었습니다. 도와달라는 것 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무엇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건지가 궁금합니다.

최근 새누리당이 최선을 다하는 것을 보면 무엇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건지 답이 나올 것도 같습니다. 부산에서 새누리당은 요즘 들어 색깔론 제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1일 시당 성명에서도 "부산을 종북 좌파 세력에게 내어 줄 수 없다"며 "오거돈 후보는 통진당과 야합하여 부산시를 종북좌파 세력의 숙주 도시로 만들려고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고창권 통합진보당 후보의 사퇴를 오 후보와의 야합으로 규정하고 종북몰이를 시작한 것로 보여집니다. 그러면서 한쪽에서는 의원과 후보들이 나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달라지겠다"고 호소를 합니다. 20세기 때부터 애용해오던 색깔론 씌우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밑도 끝도 없이 뭐가 달라지겠다는 건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세월호 참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라"고 입버릇처럼 야당에게 말해왔습니다. 그런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을 지방선거 정치판에 활용하고 있는 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나아가 새누리당에서는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고 읍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눈물을 닦아 주는 건 휴지가 아니라 1번을 찍은 투표용지여야 한답니다.

새누리당이 세월호 참사로 대통령만이 눈물을 흘렸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은 자신의 눈물을 닦아 달라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눈물을 닦아 줄 대통령입니다.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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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2014 지방선거, 뉴스게릴라가 간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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