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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와 연기 이야기만 해도 재밌어요"

[인터뷰] 연극 '썸걸즈'에서 레지던트 소진을 연기하는 배우 노수산나

14.06.05 09:53최종업데이트14.06.0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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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썸걸(즈) 에서 소진을 연기하는 노수산나와 영민을 연기하는 최성원 ⓒ 맨씨어터


착해도 너무 착한 여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자신에게 이별 통보도 하지 않은 나쁜 남자가 오란다고 오는 여자들이 세상 천지에 어디 있는가. 백이면 백, 너 같은 나쁜 남자는 꼴도 보기 싫다고 거부할 텐데 연극 <썸걸(즈)>의 여자들은 한 명도 아니고 네 명이나 영민의 초청에 응하고는 나쁜 남자와 다시 만난다.

노수산나가 연기하는 소진은 병원 레지던트면서, 영민이 약혼녀를 만나기 전에 가장 사랑한 여자다. 앞서 영민이 만난 세 명의 여자를 대표해서 영민에게 물병을 집어던지는 나름의 복수도 할 줄 아는 당찬 캐릭터이기도 하면서 말이다.

대학로 배우 5년 차에 접어든 노수산나, 어떡하면 본인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들까 쉴 새 없이 고민한다는 그녀를 만났다.

"여자, 상처인 줄 알면서도 확인하려는 심리가 있다"

- <썸걸(즈)>의 여성들은 이별 통보도 하지 않고 잠수 탄 나쁜 남자 영민의 초청을 거절하지 않고 영민과 만난다.
"영민에 대해 아무 감정이 없다. 하지만 연습하면서 '영민에게 왜 찾아가야 하지?' 하는 캐릭터 이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영민이 나를 불러서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 하는 궁금증 때문에 영민을 만난다. 영민을 만나면 옛 생각이 떠올라 기분 나쁠 게 뻔하다. 그럼에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여자의 심리가 있다. 영민 때문에 다른 사람과 연애를 시작하지 못할 정도로 상처가 있지만, 한 마디 해주고 싶은 마음에 영민을 보려고 한다. 영민이 왜 잠수 타고 결별했는가에 대한 진짜 이유를 듣고 싶은 마음도 있다."

- 소진은 영민에게 물병도 집어던질 만큼 영민에 대한 악감정이 북받치는 인물이다.
"영민의 찌질함에 대해 여자만 상처를 받고 끝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영민의 입장에서는 고해성사다. 영민의 마음을 상처 받은 여자에게 털어놓는 게 병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 모든 걸 털어놓아서 영민이 더욱 얄밉다. 영민이 어떤 부분에서 잘못했나를 짚어주는 게 소진의 역할이다.

영민은 지금의 약혼녀가 있기 바로 전에 소진을 결혼할 여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소진은 영민에 대한 상처가 가시지 않았는데, 영민이 소진을 옛 여자 중의 넘버원으로 사랑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더욱 상처가 커졌다. 이런 영민을 그토록 사랑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큰 캐릭터가 소진이다."

▲ 썸걸(즈) 에서 소진을 연기하는 노수산나 ⓒ 맨씨어터


- 영민을 호되게 다그치는 게 소진의 역할이다. 소진을 만난 다음에 영민은 철이 들었을까, 그래도 정신을 못 차릴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사람의 본질적인 성향이 바뀐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엄청난 노력으로 잠깐 변할 수 있지만, 사람의 성격이 변하는 게 아니다. 영민은 소진을 만난 다음에도 정신 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영민이 '사랑해' 하면서 울먹거리겠지만, 며칠 지나면 '여자들에게 상처는 주었지만, 내 할 일은 다 했어' 하는 식으로 어떻게든 자기합리화 하고 자신이 살던 방식으로 돌아갈 인물이다."

- 영민은 소진의 어떤 면을 사랑한 걸까.
"영민과 소진 두 사람은 말이 잘 통했다. 소진의 딱 부러지는 성격을 좋아한 것도 있다."

- 정상윤씨와 최성원씨가 상대역인 영민을 연기한다.
"성원 오빠는 가령 '소진이 귀여워 죽겠다'는 대사가 있으면 정말 그 대사대로 저를 바라보며 연기하는 스타일이다. 장난치는 것 같으면서도 연기로 어필할 줄 아는 센스가 있다. FM스타일이다. 이석준 연출가님의 코멘트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잘 지킨다. 성원 오빠가 친구 같은 느낌의 영민이라면, 상윤 오빠는 맏오빠처럼 듬직한 면이 있다."

- (현재 배우인) 남자친구의 연기가 다른 배우에 비해 다른 점이 있다면.
"연기에 몰입하는 스타일이라 캐릭터에 대한 열정과 고민이 많다. 인생 자체가 연기를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교 다닐 때부터 연기 공부만 하는 선배로 유명했다. 연기 수업과 공연에만 몰두했다. 남자친구랑 만날 때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절반이 넘는다. 그런데 연기 이야기만 나누어도 재미있다.

추구하는 연기론이 같은 방향이라 이야기가 마를 날이 없다. 어떤 인물을 연기할 때,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 아니라 관객의 입장에서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 넘치는 인물을 추구하는 게 저와 남자친구의 연기론이다. 그러한 연기론을 가지고 끊임없이 고민한다. 배우는 대본에 나와 있는 대사만 보여주기 쉽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이를 넘어서서 다른 면을 찾아낼 줄 안다. 함께 연기를 고민하는 가운데서 연기에 대한 눈이 싹트고 있다."

썸걸즈 노수산나 정상윤 최성원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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