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

[분석] "북한과 일본마저 합의하는 한반도에 한국은 없다"

등록 2014.06.05 15:38수정 2014.06.0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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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이 세월호 참사와 지방선거에 쏠린 사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각국의 이해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과 일본은 지난달 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북·일 간 외무성 당국자 회담의 합의 사항을 전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북한 내 (과거) 일본인 및 납치 피해자 진상 조사와 이에 따른 일본의 대북 제재 해제에 합의했다는 것입니다. 쉽게 생각해 보면 이 문제는 인도적 차원의 문제로 국제 정세와 별로 관계가 없을 것 같으나 속 내용은 전혀 다릅니다.

더구나 4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회담 당시 북한이 "핵무기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었다고 일본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 보도해 일본이 북한의 핵을 암묵적으로 용인하면서까지 합의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관해 일본 당국자는 북한에 "이른바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 등을 실행하지 않도록 자숙을 촉구했다"고 강조했지만, 북한은 오히려 "핵무기 개발과 경제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며 기존의 이른바 '병진노선'을 계속해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보도의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합의문 내용만 놓고 보더라도 이번 합의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일본이 북핵 문제를 별도로 분리하고 이번 북·일 협상에서 합의에 적극적으로 임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렇게 되다 보니 그동안 북핵 문제 공조에서는 찰떡같다던 한·미·일 공조가 깨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는 등 문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일본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펄쩍 뛰고 있지만, 북핵 철폐의 원칙론에만 올인하다가 이제 멍하니 미국만 바라보아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린 것 같은 박근혜 정부의 씁쓸한 뒷모습이 되고 말았습니다.

기회주의자인 일본 아베 총리의 '절묘한 승부수'


그렇다면 우선 이번 북·일 간의 합의는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가장 큰 힘은 아베 일본 총리의 노림수입니다.

미국의 반발을 사면서도 신사 참배 등으로 일본 우익 군국주의 부활의 획책하는 군사 대국화의 길을 분명히 한 아베 정권은 이제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혼자 힘으로는 중국이나 러시아를 제지할 수 없다는 약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미국이 사활을 걸며 미사일 방어정책(MD)을 위해 한·미·일 삼각 군사 동맹을 강조하고 있는 점은 이를 잘 말해줍니다. 그런 일본은 과거사 문제가 있는 중국이나 북한, 한국을 개별적으로 상대하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과는 사사건건 남중국해 상에서 영토 분쟁에 돌입해 있어 북한이나 한국과는 당분간 충돌을 피하고자 하는 전략입니다. 그런데 쉽게 회복될 줄 알았던 한일 관계가 계속 꼬여가고 있는 것입니다. 같은 보수 우익 정권인 박근혜 정권에 들어와서도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베의 또 다른 속앓이 중 하나입니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대북 관계에서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활용하여 관계 개선의 시늉을 보이고 이를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아베의 지지율이나 위상은 전체적으로 높아지는 것입니다. 이는 이미 지난 2002년 북일 정상회담으로 증명된 바 있습니다.

이렇게 철저히 정치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요소로 인해 아베는 이번에 북일 협상 타결을 밀어붙였고 합의를 이룬 것입니다. 적절한 시점에 평양까지 방문해 북일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의지까지 피력한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북한, "끝없이 옥죄어 오는 한·미... 맛 좀 봐라?"

그렇다면 이러한 일본의 속내를 잘 알고 있고,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일본과 아베 정권을 하루가 멀다 하고 연일 관영 매체를 통해 비판해온 북한은 또 무슨 이해가 있어서 이번에 합의를 한 것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일본과 똑같이 북한에도 이득이 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박근혜 정부와 미국 정부의 한결같은 북핵 철폐, 이에 따른 사전 조치 선이행 등 변하지 않는 대북 정책 조건 속에서 가중되는 대북 제재를 수십 년간 견뎌 오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와중에서 북일 간의 교섭 성공과 이에 따른 합의 등으로 북일 관계 진전은 남북 관계에 있어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남한의 박근혜 정부에게도 볼썽사나운 모습을 안겨줄 호재입니다. 북한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른바 북핵 공조를 위한 한·미·일 삼각 협력 구도에도 치명타를 안길 수도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계속되는 경제 제재 등으로 북한을 압박해 오는 한국과 미국에 보란 듯이 일본과 합의를 이룬 것입니다.

미국 등에 업고 중국만 바라보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

더 나아가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와중에 이번달 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중국의 시진핑 주석에게도 북한이 혈맹이지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던짐으로써 중국 또한, 난처하게 만들 수 있는 호재였던 것입니다.

이렇듯 이번 북·일 간 합의는 국제관계가 명분론보다는 국가적·정치적 이해관계 차원에서 돌아가고 있다는 냉혹한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일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욱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그렇다면 한국의 국가적 이익은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달 말 방한할 것으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손을 잡음으로써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국제 정세에서 각국은 철저한 자국의 이해관계로 움직입니다. 중국은 자국의 지속적인 경제적 번영을 위해 남한과 손잡고 있으며 자국의 경제 성장에 방해가 되는 한반도에서 충돌 상황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전 조선(한)반도의 비핵화라는 중국의 기본 입장도 이를 반영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런 차원에서 중국은 중국을 겨냥하고 있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정책(MD)에 참가하려는 한국의 가능성이나 의도에 쐐기를 박을 것입니다. 이를 구현하는 한·미·일 군사 동맹에 대한 우려는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만약 박근혜 정부가 이러한 분명한 입장을 가진 중국 정부를 통해 거저 북한에 압력을 넣어주기만 바란다면 이보다 더 멍청한 외교 정책은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으로 따지자면 북한에 대한 압력보다도 한국에 대한 압력의 힘이 더 클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북한과 대화에 나서라

그런데 지금 박근혜 정부의 외교 정책은 어디에 있는지요. 허울 좋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축이나 이른바 '드레스덴 연설'의 실제적인 결과는 무엇인지요. 언제까지 박근혜 정부는 북한을 핑계 대면서 북핵 완전 철폐와 사전 동결 조치 이행이라는 조건을 빌미로 북한이 점점 핵 개발만 강화할 시간을 벌어 줄 것인지 의아할 뿐입니다.

한반도 정세에 있어 비단 중국이나 일본만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5일, <AP통신>은 동경발 보도에서 최근 러시아가 과거 소비에트 시절의 대북한 차관을 100억 달러나 탕감해 준 사실을 언급하면서 "러시아가 미국의 아시아 군사력 재균형(rebalancing) 정책을 견제하기 위해 도발적인 전략에 나섰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해 (이는 미국의 아시아 중심 정책(Pivot to Asia)에 빗댄) '푸틴의 중심(Putin's Pivot)' 정책으로 명명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와 북한 문제가 이미 (마치 러시아에 있어) 큰 횡재(windfall)가 된 이래 더욱 시급히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쉽게 말해, 러시아도 한반도 정세에 있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빼놓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미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크림 반도 회복 등 일부가 친러시아 진영으로 돌아오는 횡재(?)를 했으며 미국이 강력하게 군사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동아시아 특히, 한반도 문제를 가만히 보고 있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소비에트 체제 붕괴 이후 수십 년에 걸쳐서 해결되지 않았던 과거 소련의 대북한 채권 문제가 최근 일거에 90% 탕감으로 정리되면서 나머지 10%도 북한에 대한 투자 자금으로 남기겠다는 러시아의 방침이 왜 나왔는지 잘 말해 주고 있는 기사입니다. 외신들이 심상치 않게 북한과 러시아 관계가 강화되고 있다고 보도하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가 첨예하고도 발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데, 과연 박근혜 정부의 외교 정책 특히 한반도 정책이나 통일 정책은 어디에 있는지 거듭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겉만 번드레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현'이 아니길 바라고자 합니다.

일본마저도 북핵 용인하면서까지 합의를 해주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지금, 박근혜 정부가 같은 민족인 북한과 남북 협상에 나서지 못할 이유는 또 무엇인지 궁금할 뿐입니다.
#북일 합의 #남북 관계 #한반도 정세 #븍핵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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