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산 책은 얼마 짜리입니까

[송준호 교수의 길거리 사회학] 모든 책의 가격은 독자가 매긴다

등록 2014.06.06 16:18수정 2014.06.0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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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가격은 누가 정해야 하는 걸까. ⓒ 김지현


서점에서 판매되는 모든 책에는 바코드와 함께 가격이 적혀 있다. 그 책값을 매기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책의 저자, 내용, 독자층 등이 바로 그것이다. 책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종이의 종류 역시 책값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준다. 시집의 경우 대략 8000원쯤 한다. 소설책은 부피에 따라 적게는 1만2000원에서 1만5000원 정도의 가격이 매겨진다.

혹시 아는가. 책이 서점에서 팔리면 그 책의 원고를 쓴 사람은 얼마 정도의 수입이 생기는지….

이 또한 저자의 지명도나 책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대체적으로 정가의 10% 정도가 주어진다. 1만 원짜리 책을 독자들이 한 권씩 구입할 때마다 그 책의 원고를 쓴 저자는 1000원의 수입이 생기는 셈이다.

이쯤 되면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보게 된다. 가만 있자, 그럼 10권이면 1만 원이고, 100권이면 10만 원…, 엥? 1만 권이 팔리면 1000만 원이고, 10만 권이 팔리면 1억 원이네? 맞다. 세금을 빼기 전으로 따지면 맞는 금액이다. 그런데 그 또한 혹시 알고 있는가, 한 해 동안 '억' 단위 수입이 작가에게 돌아갈 만큼 팔리는 책은 손가락으로 헤아리는 게 가능할 정도라는 사실을….

과거에는 책을 서점에 가서 직접 구입했는데 요즘에는 주로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 온라인으로 구입한다. 그렇게 책을 사면 편리할 뿐 아니라 매겨진 정가의 10% 정도에 해당되는 금액을 할인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일부는 쿠폰으로 적립해주기도 한다. 책을 그런 식으로 구입하는 게 과연 독서문화를 창달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1만 원짜리 천자문 책의 가치

대학가에서 서점이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교재를 파는 한두 개 서점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인터넷 서점 때문에 동네서점도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요즘 동네서점에서는 초·중·고 참고서를 주로 판다. 그나마 대형마트의 할인공세 때문에 경영난을 심각하게 겪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책값은 누가 정할까. 출판사 대표나 담당자일까, 아니면 그 책의 원고를 쓴 저자일까. 그것도 아니면 출판사와 저자가 협의해서? 맞다. 출간돼 나온 모든 책에는 가격이 적혀 있는데, 그건 출판사가 일방적으로 정하기도 하고, 저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도 하고, 양측이 협의해서 값을 매기기도 한다. 그러니까 모두 맞다. 그런데 틀렸다.

책값은 그렇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건 또 무슨 궤변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값을 결정하는 것은 출판사도 저자도 아닌, 바로 그 책을 구입한 독자다. 이쯤 되면 점점 모를 소리로 보일 수도 있다. 독자가 구입하기도 전에 책 뒤에는 이미 정가가 찍혀 있지 않은가. 그걸 독자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고? 

예를 들어보자. 어떤 대학생이 한자공부를 독하게 하기로 마음먹고 천자문 책 한 권을 1만 원을 주고 구입했다고 가정해 보는 것이다. 

그는 그 책에서 안내해 준 대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한자연습을 부지런히 해서 석 달 만에 드디어 천자문을 뗐다. 한자 천 글자를 알면 대학의 전공서적에 나오는 한자는 대부분 읽고 쓸 수 있다. 한자로 된 어려운 전공용어의 뜻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 능력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수천만 원이 넘을지도 모른다.

반대 경우는 뻔하다. 마음만 먹었지 그 천자문 책을 책꽂이 한쪽에 쑤셔 박아만 놓고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그러다 급기야는 그 책을 샀던 사실조차 잊고 지내다 결국 이삿짐을 꾸리면서 버리고 말았다면? 그는 그 책을 엄청나게 비싼 값을 치르고 산 셈이 되는 것이다. 거금 1만 원을 길거리에 내버린 것과 같기 때문이다.

참고서가 1년 전에 산 그대로 여전히 새 책인 것을 발견한 어느 대학교수가 고등학생 아들에게 일장 훈시를 했단다. "이 녀석아, 책을 샀으면 읽어야지. 돈 주고 사온 책을 이렇게 모셔만 두고 공부를 하지 않으면, 이거, 엄청나게 비싼 책이 되는 거야!"

며칠 뒤 어떤 일로 아버지의 연구실을 다녀간 그 고등학생 아들이 카카오톡으로 이런 메시지를 보냈더란다.

"아빠, 제가 아까 보니까 아빠 연구실에도 엄청 비싼 책이 짱 많던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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