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버릇이 생겼어요... "몇시에 퇴근하세요?"

[공모-출퇴근의 추억] 퇴근시간에 숨겨진 의미

등록 2014.06.10 10:52수정 2014.06.1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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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일상을 기준이라 생각한다면 남을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쳇바퀴 돌 듯 며칠 몇 달 몇 년씩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보면 남을 이해하기는커녕 '먹고살기 어려움'은 나에게만 해당되는 말 같다. 또, '감당하지 못 할 스트레스'는 나에게만 주어진 형벌 같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사실 나도 그랬다. 평일에는 일을 하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에는 쉬는 게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럼에도 나만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고 생각했다. 일을 하다가 가슴속까지 차오르는 울분은 나에게만 해당되는 일인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오후, 공항철도를 타기 위해 탄 버스가 잠시 신호에 걸려 멈췄을 때 나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오토바이에서 튕겨져 나가 도로에 쓰려져 있는 아저씨는 경련을 일으킨 채로 의식을 잃었고, 그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은 119에 전화를 거는 듯했다. 그 시각은 아마 오후 4시와 5시 사이였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진 오토바이에는 '열쇠, 도장 제작 수리'라고 적혀 있었다.

여가를 즐기기 위해 거리로 나선 사람들 속에서 그 아저씨는 근무 중이었다. 아마도 그에게는 토요일은 일거리가 몰리는 날이었을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놀러가기 위한 차량으로 막히는 도로에서 그는 조금이라도 늦을까 조바심을 냈다는 점이다. 나 역시 약속 때문에 들뜬 마음이었는데 누군가는 일을 하고 있었다니…. 생각해보지 못한 사실이었다.

풋살장에 얼음물 놓고간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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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요리를 배달하시는 아저씨가 두고 가신 물 ⓒ 최하나


그리고 약속장소인 풋살장에 도착했다. 오후 6시가 약간 넘은 시각이었지만, 아직 날은 밝았다. 그렇게 열심히 구경을 하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문을 열고 들어와 얼음물을 두고 가셨다.

"누구셔? 아는 사람이야?"
"원래 공찰 때 짜장면 시켜먹으라고 이런 거 두고 가요."

우리가 거의 두 시간 가까이 공을 차며 스트레스를 푸는 동안 아저씨는 두 번을 더 물을 두고 가셨다. 그러더니 풋살장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만약 우리가 주문을 하면 아저씨는 가던 길을 다시 돌아와야 한다. 그러니 차라리 그 곳에 앉아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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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나갈 무렵 앉아 구경하시던 아저씨 ⓒ 최하나


우리가 한참 놀 시간인 오후 6시부터 8시는 아저씨의 마지막 근무시간이었던 것이다. 아마도 그 날 오전에도 오후에도 내내 그 풋살장을 오갔을 것이다. 철가방을 음식으로 가득 채우고.

날이 어둑해지고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 상암월드컵경기장 주변은 산책을 나온 가족과 커플들로 붐볐다. 그런데 그들 손에서 뭔가 반짝이는 게 하늘로 솟구쳤다.

"저거 뭐지?"

가만 보니 광장에서 장난감을 팔고 있었다. 버튼을 누르면 빛이 나오고 고무줄을 걸어 잡아당기면 하늘 높이 날아가는 그 물건을 팔기위해 남자는 방금 출근한 듯했다. 그의 출근은 해가 져 어둑어둑해지는 저녁 시간, 그리고 물건이 다 팔리는 그 순간이 그의 퇴근시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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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을 누르면 불이 들어오고 고무줄을 끼워 날릴 수 있는 장난감 ⓒ 최하나


결국 나의 평범하면서 이상한 하루가 다른 출퇴근 시간 만큼이나 사람들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일깨워줬다.

그 후로 나에게는 이상한 버릇이 하나 생겼다.

"몇시에 퇴근하세요?"

일을 한다고 하면 제일 먼저 퇴근시간을 묻게 된다. 출퇴근시간을 안다는 건 그 사람이 언제 제일 피곤한지 슬픈지 기쁜지를 알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덧붙이는 글 출 퇴근 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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