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플레이'로 한국 국방부 압박하는 미국

한국 국방부 "미 MD 참여계획 없다" vs. 미 국방부 "자료 주었고 배치추진 의사"

등록 2014.06.10 11:52수정 2014.06.1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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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군사적으로 사활을 걸고 있다시피 한 것이 이른바 '미사일 방어체제(MD)' 구축이다. 한반도에 있어서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를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이는 넓게는 중국이나 러시아의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수단이 된다.

하지만 북한은 물론 중국마저도 미국의 이러한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에 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이 만약 한국이 이 MD 체제에 참가할 경우, 한중 관계의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남한 땅에 미국의 MD 시스템을 구축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 국방부는 이러한 미국의 MD 체계에 참여할 의사나 계획이 없다는 점을 나름대로 초지일관하게 밝혀왔다. 국방부가 9일, 기자에게 보내온 이메일 공식 답변을 통해 이러한 논란에 관해 "우리는 미국 MD체계의 계획, 준비, 개발과정에 참여는 물론, 협의를 한 바도 없다"고 기존 국방부의 입장을 다시 강조한 것은 이를 잘 반증한다.

특히, 국방부는 이번 답변에서 "미국이 구상하는 MD체계는 미 본토 및 지역방어를 위해 상승-중간-종말단계로 구성된 다층방어체계"라며 "KAMD(한국형 미사일방어)는 한반도 짧은 종심을 고려된 것으로, 발사된 북한의 미사일을 효과적으로 요격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종말 단계 하층 방어 위주의 미사일 방어체계"라고 서로 방어 차원이 다른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다시 말해 북한의 미사일 공격 등에 대한 대응은 미국이 추진하는 MD 참여가 아니라 자체적인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제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3일, "요격 고도가 40km 이상 되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에 관해서도 해외 구매가 아니라 자체 국내 기술로 개발해 실전 배치하겠다"는 입장을 언론에 밝힌 바 있다.

우리 국방부의 이러한 입장에서 본다면, 미국의 MD 체제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는 전혀 도입의 필요성이나 검토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

즉, 한반도 특히, 남한 상공 방어는 고도 30~40㎞ 이하에서 KAMD의 핵심 요격수단이라 할 수 있는 패트리엇(PAC-3) 미사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보완할 L-SAM도 시간을 가지고 자체 개발로 실전 배치하면 된다는 것이다.

국방부, "미국 MD 편입,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정례브리핑에서도 "북한이나 또 다른 나라에서 미국 쪽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대한민국 상공을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북쪽, 그러니까 사할린 위쪽으로, 알래스카 쪽으로 북극에 가까이 넘어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것을 우리 대한민국 인근에서 요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는 전 세계에 없다"며 우리가 미국의 MD에 편입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이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미국 정부, 특히 MD 체제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미 국방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우선 총대는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멨다.

그는 지날 3일 오전,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포럼 조찬 강연에서 사드(Thaad)의 한국 배치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 측에서 (한국 배치를) 추진을 하는 부분이고 제가 또 개인적으로 (미국 군 당국에) 사드의 (한국) 전개에 대한 요청을 한 바 있다"고 발언했다.

한국 국방부가 필요도 없고 추진하지도 않겠다는 미국 MD 체계의 핵심인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국 전개를 한반도 군사 방위의 책임과 함께 실권을 쥐고 있는 한미연합사령관이 미 국방부에 요청했다는 것이다. 우리 국방부의 기존 입장이 머쓱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커티스 한미연합사령관이 다분히 한국 여론을 의식해 총대를 메기 전인 지난달 29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하면서 "미 국방부가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자 아시아에서 협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압박에 나섰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어 "한국에 향상된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전개하는 계획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혀 이미 커티스 한미연합사령관의 압박 의도를 예고했었다.

이 매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은 이미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기 위해 부지 조사도 실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은 사드를 일시적으로 주한미군에 배치한 뒤 한국이 이를 구입하도록 하거나, 아니면 한국이 이를 곧바로 구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미 국방부의 강력한 언론 플레이... 당황하는 우리 국방부

상황이 이렇게 되니 한국 국방부가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특히,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3일) 정례브리핑에서 커티스 한미연합사령관의 언급과 관련하여 "(사드의 한국 전개에 대해) 아직 협조 요청이 온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어 "주한 미군이 자체 방어용 무기를 가져온다는 것으로,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협조 요청이 오면 정부 차원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러한 발언으로 인해 일부에서는 사드 불가라는 국방부의 기존 입장이 변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이에 미 국방부는 사드 한국 전개를 위한 압박을 더욱 본격화하였다. 이번에는 아예 미국 MD 정책의 실무 책임자인 페피노 드비아소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 정책국장이 5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 매체는 페피노 국장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박근혜 정부는 사드의 성능과 가격을 알기 위해 정보를 요청했으며, 록히드 마틴사의 패트리엇-3(Pac-3)와 함께 사드로 알려진 고고도 미사일방어 시스템에 관한 정보도 받았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MD 체계는 물론 이의 핵심인 사드는 전혀 검토 대상도 아니라는 한국 국방부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내용을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 정책국장이 언론을 통해 밝힌 것이다. 한마디로 언론플레이를 이용해 압박의 직격탄을 우리 국방부로 날린 셈이다.

그런데 이에 관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5일 오전 브리핑에서는 "(미국이) 그러한 것을 요청받은 바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오후에 입장 자료를 통해 "방위사업청이 지난해 5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의 핵심 체계인 패트리엇 PAC-3와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개발을 위해 유사 무기 체계인 사드는 물론 이스라엘 '애로우'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한 바 있다"고 번복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와 더불어 "PAC-3 자료는 받았지만, 사드 자료는 받지 못했다"고 밝히며 국방부는 이것은 무기 개발을 위한 일반적인 자료 수집이지 사드 도입을 전제로 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방부의 이러한 입장 번복은 다소 볼썽사나운 꼴이 되고 말았다.

<한겨레>는 5일 자 보도에서 '"사드 협의한 바 없다"던 국방부 '이중플레이'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마저 6일 자 보도에서 '국방부, 부인했다가 뒤늦게 말 바꿔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국방부의 어정쩡한 태도를 비판했다.

미국방부, "보도내용은 미국방부 입장"... 우리 국방부의 다음 대응은?

미 국방부는 이러한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의에 지난 6일,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한 정확도에 관해 블룸버그통신 기자의 보도에 관해 어떠한 의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이메일로 공식 답변했다.

이에 기자가 "이 보도가 (미 국방부의 입장을 반영한) 정확하다고 보아도 되는가"라고 재차 질의하자 "그렇다"며 "그 기자는 국방부를 수년 동안 취재하고 있으며 괜찮은(good) 사람"이라고 답변하면서 기사의 정확도를 다시 강조했다. 즉, 미국 국방부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기사이고 국방부의 미사일 정책국장이 직접 나서서 인터뷰를 한 정확한 기사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방부는 앞서 언급했듯이 9일, 기자에게 보내온 공식 답변을 통해 이러한 논란과 관련하여 "현재까지 미국의 한반도 내 THAAD 포대 배치 검토 여부는 공식적으로 알려온 바 없으며, 한 미간 협의한 바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우리는 미국 MD체계의 계획, 준비, 개발과정에 참여는 물론, 협의를 한 바도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러한 논란 과정을 종합해 본다면, 혈맹이라고까지 불리는 한미 양국 국방부 사이에 상당한 엇박자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한국의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MD) 참여는 그 실효성 여부를 떠나서라도 북한은 고사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강한 반발을 불려 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또한, 이른바 사드 체계를 갖춘 1개 포대 배치에만 2조 원 가까운 비용이 들어가는 등 미국 MD 참여에 따른 국민 혈세 부담에 관한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은 미사일 방어체제(MD)에 한국을 편입시키기 위해 그 핵심이 되는 이른바 '사드'라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제 전개를 위해 더욱 거센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미 국방부의 강력한 압력 속에서 과연 우리 국방부가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으로 일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왜냐하면, 이미 한미 간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이 '사드' 문제는 어쩌면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를 포함해 한국 국방부의 자주 국방력 강화와 이행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방부의 다음 대응이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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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 전문 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동 행정대학원 외교안보 석사 5학기 마침. 지역 시민운동가 및 보안전문가 활동. 현재 <시사저널>,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민중의소리> 국제관계 전문기자 등으로 활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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