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가 산 꼭대기에서 시작되었다고?

교토 후시미 이나리 신사를 찾아서

등록 2014.06.10 18:07수정 2014.06.1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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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나리 신사 입구의 도리이와 문입니다. 조명이 밝아서 불에 타는 듯합니다. ⓒ 박현국

  이나리 신사 입구의 도리이와 문입니다. 조명이 밝아서 불에 타는 듯합니다. ⓒ 박현국

6일 저녁 교토시 남쪽 후시미(伏見)에 있는 이나리(稲荷) 신사를 찾았습니다. 이나리 신사는 원래 교토에 터를 잡고 살던 하타(秦)씨의 씨족신을 모시던 사당이었습니다. 지금 일본에서 이나리 신을 주신으로 모신 신사는 전국에 2790곳이 있고, 신사 안에 이나리 신을 별도로 모시거나 이나리 신의 사당을 짓고 섬기는 곳은 3만 2천 곳이나 됩니다.

 

이나리 신은 일본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섬기고, 많은 사람들이 복을 비는 신입니다. 회사 옥상이나 공장 등에도 이나리 신사를 모신 사당이 있는 곳도 있습니다. 이나리 신이 이처럼 일본에서 보편적인 신이 된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처음 하타씨는 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누에를 쳐서 견직물을 생산하는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일찍이 교토 서쪽에 정착하여 교토 지역을 다스리는 호족이었습니다.

 

어느 날 하타씨 선조 가운데 이로구노 하타노키미(伊呂具秦公)씨는 집안이 넉넉하여 떡으로 표적을 만들어서 활쏘기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흰 떡이 흰 새로 변해서 산꼭대기로 나라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뒤 흰 떡이 있던 산꼭대기에서 벼가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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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나리 신사 입구 문과 신사 본전 앞에서 복을 기원하는 사람들입니다. ⓒ 박현국

  이나리 신사 입구 문과 신사 본전 앞에서 복을 기원하는 사람들입니다. ⓒ 박현국

하타노키미씨는 이 어린 모를 뿌리 채 잘 뽑아서 집안에 옮겨 심고 잘 자라도록 기원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벼농사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이네나리(稲生り)로 불리다가 이나리(稲荷)가 되었다고 합니다.

 

일본 사람들에게 이나리 신은 벼농사의 풍요를 가져다주는 신에서 시작하여 식물신, 농업신, 상업신, 집터신 등 넓게 확대되었습니다. 특히 이곳에서는 흰색 여우를 상징물로 섬깁니다. 여우는 산에서 살다가 봄철 날씨가 따뜻해지면 들에서 놀다가 가을걷이가 끝나면 다시 산으로 돌아가는 습성이 있습니다. 이것이 농사철 주기와 일치하여 여우를 풍요신의 심부름꾼으로 섬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이나리 신사는 뒤에 교토가 헤이안 시대 수도로 정해지면서 하타씨와 황실과 협력 관계가 굳어지면서 이나리 신은 일본 전국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나리라는 말은 말 그대로도 좋게 된다는 뜻이 되어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었습니다.

 

지금도 해마다 정월 초하루 일본사람들의 하츠모데라고 하는 정월 참배 때는 해마다 30만 명 이상이 찾아와서 복전함에 돈을 넣으면서 복을 빌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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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사 본전 뒤에서 시작된 도리이는 산꼭대기까지 1 천 여 개가 세워져 있습니다. 모두 복을 비는 사람들이나 기업, 회사들이 자원하여 세운 것입니다. ⓒ 박현국

  신사 본전 뒤에서 시작된 도리이는 산꼭대기까지 1 천 여 개가 세워져 있습니다. 모두 복을 비는 사람들이나 기업, 회사들이 자원하여 세운 것입니다. ⓒ 박현국

가는 법> JR교토역에서 나라선 보통 전차를 타고 두 번째 이나리 역에서 내리면 됩니다.
<참고 누리집> 이나리 다이샤 신자, http://inari.jp/, 2014.6.10.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2014.06.10 18:07 ⓒ 2014 OhmyNews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나리 신사 #여우 #도리이 #하타 씨 #벼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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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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