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은 '나눌 것'이 아니라 '나눌 마음'의 문제

등록 2014.06.23 15:42수정 2014.06.2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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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래작가가 종군위안부 희생자들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로 소녀상의 원작가인 김운성, 김서경 작가 부부에게 저작권을 얻어 축소된 작품으로 만든 '돌이킬 수 없는-우리 할머니'상 ⓒ 이안수


#1


모티프원에는 작은 소녀상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종종 옆으로 뉘어지곤 합니다. 모티프원을 방문하는 누구에게나 이 작품이 여기에 있게 된 경위를 이야기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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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티프원의 이 작은 소녀상은 가끔, 옆으로 뉘어지곤 합니다. ⓒ 이안수


조각가인 김성래 작가의 '돌이킬 수 없는-우리 할머니'인 이 작품은 일본 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평화비, 소녀상'를 축소한 것입니다.

김 작가께서는 일본 점령기에 강제로 전선에 끌려가 인본 군인들의 성노예로 인권을 유린당한, 우리 역사의 희생자로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오신 할머님에게 크게 마음 쓰는 작가로 그 분들에게 도움될 수 있는 일을 하고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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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재능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김성래작가 ⓒ 이안수


그는 이 소녀상의 원작가인 김운성, 김서경 작가 부부에게 저작권을 얻어 축소된 작품을 여러 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을 구입하고자하시는 분은 자유롭게 작품을 가지고 가고 조각상의 밑바닥에 새겨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자율기부해 주는 것으로 작품값 지불을 대신하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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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우리 할머니'상이 제작된 경위를 밝히는 안내문 ⓒ 이안수


#2

부산에서 세 사람의 친구들이 왔습니다.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함께 다니고 그 후로도 만남을 지속해 온 사이었습니다. 물경 30년 지기 친구가 된 것입니다.

이른 아침(6월 22일), 커피를 내리기위해 서재로 내려오신 분께 긴 아침인사를 드렸습니다.

"세상은 소유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누구와의 관계에서 불행해지고, 또한 누구와의 관계에서 행복해지지요. 저는 10년 된 친구와 함께 오시는 분을 각별하게 대하고, 20년 된 친구와 함께 오신 분은 나이와 관계없이 높여대하고, 30년 이상 된 친구들과 함께 오시는 분은 무조건 존경으로 대합니다. 30년이나 묵은 친구들을 두셨으니 세상에 갈증이 없으시겠습니다. 오랜 친구는 사막을 걷는 사람들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이니까요." 

그 분은 제 몫의 커피까지 내려서 제게 내밀면서 말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이곳을 발견해준 친구에게 감사하고, 제가 오늘 이곳에 있음을 감사합니다."

저는 칭찬에 더욱 신명난 어조를 답했습니다.

"선생님처럼 아침에 감사의 마음을 많이 가질수록 그날 하루가 더 행복해 질 수 있음이 분명합니다. 행복은 발견이고 현재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인정함으로서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커피를 한 모금 삼킨 그 분이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제 말을 받았습니다.

"그래요. 행복하면 그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여유도 생기고요."

그분 일행 중의 한 분은 심한 척추성 소아마비로 거동이 적지 않게 불편한 분이었습니다. 15살과 10살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도 불구하고 장애친구와 이처럼 긴 시간 행복할 수 있는 비밀을 알만했습니다.

"선생님들의 우의가 이토록 굳건할 수 있음의 바탕은 바로 '나눔'의 마음인 것이었군요. 혼자는 거동이 불편한 친구와 시간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사실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나눌게 없다고 여기는데 오늘 선생님을 대하니 '나눌게 없는 게 아니라 나눌 자세가 없다'고 해야 옳겠군요.

이 소녀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작가는 작품에만 몰두하는, 그것도 팔릴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시대정신을 일깨우는 작품에 몰두하는 전업 작가입니다. 그 분에게는 돈을 나눌 수 있는 경제적 여유는 없지만 이런 방법으로 나누는 법을 찾아냈어요."

저는 김성래 작가의 조각상을 옆으로 뉘여서 조각상의 바닥을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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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우리 할머니'상의 작품 값을 자율적으로 보낼 수 있는 계좌번호가 조각상 아래에 새겨져 있습니다. 신한은행 | 100-011-870650, 예금주 |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 이안수


그분은 조각상의 바닥을 카메라로 찍으면서 말했습니다.

"이 조각상의 바닥을 보니 제게도 나눌 것이 더 있을 것 같아요."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김성래 #소녀상 #김운성 #김서경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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