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의 노예에서 벗어나 생각의 주인으로"

[리뷰] <생각의 좌표>를 읽고...

등록 2014.06.23 18:33수정 2014.06.2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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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은 현재이며, 가장 소중한 사람은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다."

톨스토이가 한 말이다. 이 말이 비극적 울림을 주는 이유는 우리가 이 소중한 '현재'를 바로 즐기지 못하고, 풍족하거나 뭔가가 되어 있을 미래를 위해 이용하기만 해야 한다는 데에 있다.

중·고등학교는 (명문) 대학을 가기 위해, 대학에 가서는 취직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유보해야 한다. 취직해도 좀처럼 현재를 즐기기 어렵다. 구조조정을 당하지 않기 위해 자기계발에 힘써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톨스토이의 말은 우리 사회엔 해당하지 않는 말인듯하다.

유명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와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의 저자 홍세화 선생의 최근작, <생각의 좌표>를 읽는다. 2009년 11월에 초판이 발행되어 시의성이 떨어졌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읽어보니 그의 전작을 다시 한 번 읽는 듯 새로운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올해 5월에 13쇄가 발행된 것을 보니 이는 나만의 경험이 아닌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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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좌표> 표지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 법'을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 한겨레출판

<생각의 좌표>는 초록색 띠에 새겨진 흰색 글씨가 말하고 있듯이,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는지" 알게 해주는 책이다.

세상을 바꾸자고, 투표하자고, 선거하자고 하면서, 실은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것들을 처음부터 꼼꼼하게 일깨우고 있다. 사회와 인간에 대한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과 날카로운 그의 필봉이 독자를 책 속으로 빨아들인다.

저자가 이 글을 쓰던 때가 2009년 MB 정권 초기다 보니 쇠고기 파동이나 용산철거 때의 참사, 4대강사업, 자율형 사립고 등에 대한 당시 정부의 정책들에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엄정한 비판과 지식인으로서의 자성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저자가 집중하는 부분은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다. 우리나라에 군림 중인 위정자들과 재벌들을 비롯한 이른바 '노블레스'들은 '나눔'과 '봉사'와 같이 경제적 하위 계층의 국민들에게 불규칙적이고 시혜적이며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의 도움에는 찬성의 뜻을 표현하지만, '분배'와 같은 공식적이고 제도적인 개혁에는 똘똘 뭉쳐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인다는 것이다. 그들은 가진 자들의 의무 즉, '오블리제'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저자 홍세화는 경제적으로 상위에 속하는 국민의 20%가 하위 20%에 비해서 근 여덟 배나 재산을 더 가지고 있는데도 우리나라 국민의 30% 이상은 무조건 새누리당을 지지하고, 일간지 시장의 7할을 조·중·동이 차지하도록 허용하는 현실을 개탄한다. 저자는 우리의 생각이 우리가 자발적으로 혹은 자율적으로 소유하게 된 것이 아니라 공교육과 미디어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라고 고발하고 있다.

독서와 토론 위주의 교육보다는 주입식 암기 위주의 교육은 지적 호기심을 죽이는 역할을 함으로써 어린 시절 우리가 늘 하는 '왜?'라는 질문을 터부시하게 되었다는 거다. 인간과 사회를 연구하는, '인문학'이라고 일컫는 공부를 하게 되면 '자유'와 '평등', '박애'의 가치를 저절로 깨닫게 된다고 한다.

저자는 이제는 약발이 다한 것처럼 보이는 '종북'이니 '좌빨'이니 하는 색깔론 또한 그 연원은 사실 인문학적 소양을 외면한 교육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민을 이쪽 저쪽으로 이간질 시킬 만한 새로운 아이템으로 종교를 소개한다.

"스님들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빨리 예수님을 믿어야 한다.", "머리를 민 정신 나간 사람들.", "불교 믿는 나라는 가난하고 하나님 믿는 나라는 다 잘 산다." 이상은 한국의 목사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저자는 국민의 65%가 가톨릭 신자이고 2%가 개신교 신자인 프랑스 국민들이 가장 존경한다는 피에르 신부의 말을 인용한다.

"사람을 굳이 둘로 나누어야 한다면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으로 나누어지는 게 아니라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어진다." (p.128)

무상교육과 무상의료가 이루어진다면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 갖춰지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불이 넘어간다고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가지라고 하면서도 정작 예산 부족으로 '무상'은 어렵다며 '분배'를 단호히 거부한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프랑스는 이미 국민소득이 6~7천불 할 때부터 무상교육과 (준)무상의료가 시행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육비와 의료비가 들지 않아야 돈을 조금 벌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현재'를 즐길 수 있고 바로 옆의 사람을 챙기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나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실현되려나.

생각의 좌표 -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 법

홍세화 지음,
한겨레출판,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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