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이 우스운 사람들, 정말 많네요

[가상대담] 과태료 규정에도 반복되는 수난... 장애인보조견 출입 막는 사회

등록 2014.06.30 14:54수정 2014.06.3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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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 등 장애인을 도와주는 보조견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습니다. 버스에서 승차를 거부 당하고, 식당이나 각종 시설에서 출입을 제한 받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 사회는 관심을 보이지만 그 때뿐입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없을까요? 그래서 장애인 보조견을 이용하는 장애인들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실제 보조견과 파트너들이 사회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보조견들의  입장에서 가상 대담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기자 말

매일 승차거부 당하는 보조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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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라인드>에서 시각장애인 주인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안내견의 모습. ⓒ 영화 <블라이드>


뭉치: 이번에 버스에서 또 승차 거부 당했어요. 그 버스 자주 타는 편인데 탈 때마다 혼나니까 겁이나요. 이번엔 특히 심했어요. 버스문이 열리고 내가 파트너 형을 안내하려고 버스에 오르려는데 운전기사 아저씨가 "개가 어디에 타"라면서 막 화를 내더라고요. 파트너 형이 안내견이라고, 안내견은 대중교통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해도 그냥 마구 안 된다고 하면서 버스카드를 찍으려는 형의 손을 쳐내더라고요. 엄청 무서웠어요(관련기사 : "어디서 개를 데리고 타... 당장 내려! )

리키: 나의 파트너 형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거든. 그래서 아이스크림 가게에 자주 가는 편이야. 그런데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그것도 같은 점포에서 두 번씩이나 거부 당한 적도 있어. 첫 번째 거부 당했던 지난 2012년에 파트너 형이 안내견의 출입을 막으면 안 된다고 따져서 그 가게에서는 "향후 재발하지 않도록 직원을 교육 시키겠다"고 약속까지 했거든. 그런데 2014년 4월에 또 거부했어. 이번에도 재발 방지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앞으로는 지켜질지 알 수가 없어. 사람들은 우리 안내견보다 거짓말을 더 잘하는 것 같아.

마음: 말도 마세요. 나는 지체장애인을 도와주는 보조견이에요. 나의 파트너 누나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이거든요. 근육에 힘이 없어서 내가 없으면 한 걸음도 못 움직여요. 핸드폰 같은 거 자주 떨어뜨리거든요. 내가 핸드폰도 주워 주고 휠체어도 밀어 주고 그래야 해요. 그런데 주인 누나가 제주도에 살기 때문에 가끔 비행기 타야 하는데 탈 때마다 항공사 직원들한테 혼이 나요. 개를 데리고 비행기 탈 수 없다고 말이에요. 한 번이라도 혼나지 않고 비행기 타면 좋겠어요.

태양: 우리가 출입거부나 승차거부 당하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정말 큰일이야. 난 이미 은퇴했지만 예전에 대형마트에서 출입거부 당한 일 때문에 텔레비전에 나온 적도 있었어. 지금은 없어진 대형 마트였는데 파트너인 엄마 부부와 함께였지. 매장에 들어가려는데 보안 요원들이 못 들어가게 막더라고. 그러면서 엄마가 안내견은 어디든 들어갈 수 있다고 하자 오히려 마구 화도 내고 나중에는 이 일로 시사프로그램까지 출연했어. 흠흠. 이래봬도 내가 텔레비전에 등장했던 몸이라고.. 아~ 옛날이여.

지나: 나의 파트너는 시각장애인이에요. 얼마 전에 결혼했지요. 결혼 전에 데이트 할 때 분위기 있는 집을 가고 싶어도 출입거부 당할까 봐 선뜻 못 가더라고요. 비교적 안내견 출입을 허용하는 가게 몇 군데만을 다니며 데이트를 했지요. 그래서 아쉬운가 봐요. 좀더 많은 곳에서의 사랑의 추억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말이죠.


판치: 나는 일본에 살고 있는 맹도견, 즉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안내견이무니다. 우리 일본에서는 비행기나 버스 탈 때 한 번도 거부 당한 적 없스무니다. 물론 아주 가끔 레스토랑 같은데서 규정을 잘 몰라 거부당하는 적은 있었지만 말이무니다.

보조견이 출입거부 당해도 해결 창구가 없다?

태양: 요즘은 승차거부나 출입거부 당하면 어떻게 처리하니? 내가 활동할 때는 보조견 이용자가 스스로 신고하고 발로 뛰어다니고 해야 했는데.

뭉치: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이번에 내가 버스에서 승차거부 당하고 나서 우리 형이 경기도며 인권위원회, 안양시청 등에 민원제기하고 또 인터넷에 직접 글 올리고 그랬어요. 우리 형은 인터넷도 잘하니까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인터넷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은 신고하는 일도 어렵겠더라고요.

마음: 예전에 내가 국회에서 거부 당한 적이 있어요. 국회가 있는 영등포구청에 과태료 부과해야 하는거 아닌가라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구청 공무원들도 잘 모르더라고요. 처음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 과태료 부과가 법무부라고 했다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라고 안내하기도 하고... <오마이뉴스> 기자가 보건복지부에 확인 후 해당 시·군·구청에서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알려주자, 이번에는 어느 부서에서 부과해야 하는지몰라서 이리저리 전화만 돌려주더라고요.

판치: 우리 일본에서는 상담 창구가 있어서 해결해 주고 있스므니다. 일본에서도 아주 가끔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출입을 막는 경우가 있스므니다. 한 번은 주인의 딸이 병원에 입원했스무니다. 그 병원에 주인과 같이 갔는데 병원에서 못 들어가게 했스무니다. 다른 환자에게 피해를 준다고 말입니다. 주인이 '공익재단보조견협회'의 상담창구에 연락을 해서 들어갈 수 있었스무니다. 협회 상담원이 병원 측에 보조견에 관한 법적 규정 등을 설명하고 나서 출입이 가능해졌스무니다. 수술실 같은 특수한 곳만 못 들어간다는 단서 조항을 달고 말이무니다.

리키: 와. 좋겠다. 그렇게 상담할 창구가 있으면 편리하겠는 걸. 우리 주인 형은 거부 당할 때마다 혼자서 구청에 연락하고 항의하고 인터넷에 올리고 그래야 겨우 해결되던데. 아이스크림 체인점 가게에서 두 번이나 출입 거부 당하고 나서 우리 형이 아주 화가 많이 났었거든. 본사에게 모든 체인점포에 "우리는 안내견을 환영한다"는 스티커를 부착해라, 이렇게 요구해서 제주도에 있는 점포에는 그런 스티커를 붙였다고 하더라고. 이렇게 보조견을 이용하는 장애인이 스스로 일을 해결하도록 뛰어다녀야만 겨우 조금 해결이 되는 것 같아.

뭉치: 일원화된 신고 창구 같은 게 있으면 좋겠어. 보건복지부 129 센터나 서울시내 120 다산콜 같은데에 전화만 하면 바로 신고부터 처리까지 해주면 안 되나?

마음: 뭉치 말대로 그런 일원화된 창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장애인들도 무슨 법이 있는지 어디에 신고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태양: 보조견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스스로 그런 신고할 곳을 찾아내는 것도 어려우니 뭉치 말대로 그런 창구가 만들어지면 좋겠네. 판치네 나라처럼 상담 창구가 있으면 좋겠어.

리키: 우리같은 안내견들이 출입을 제지 당해도 장애인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게 문제야. 우리 그냥 안내견 거부하는 사람들 있으면 콱 물어 버릴까?

지나: 지하철 같은 곳에서 일부러 꼬리 밟는 사람도 있어요. 그럴 때는 리키 말대로 물고 싶은 생각도 나지만 그렇게 되면 장애인들이 우리같은 안내견 이용할 수 없을 테니, 아파도 꾹 참아야 하는 거죠.

보조견 출입 막으면 과태료... 처벌 규정 있으나 마나

리키: 그런데 우리같은 장애인보조견 출입 막으면 뭔가 벌칙이 있다던데?

뭉치: 이번에 버스 탈 때 운전기사 아저씨가 출입을 막으니까 우리 형이 그러더라고. 장애인복지법 제40조 3항에 누구든지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대.

리키: 만약 그런 조항을 어기면 같은 법 90조에 의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던데?

지나: 그것뿐이 아냐. 보건복지부 권익지원과의 담당 사무관한테 물었더니 과태료 300만 원뿐이 아니고 더 엄하게 처벌할 수도 있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9조2항에서는 교통사업자 및 교통행정기관은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의 이용에 있어서 보조견 및 장애인보조기구 등의 동승 또는 반입 및 사용을 거부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어. 같은 장애인차별금지법 49조에서는 이를 어기는 차별 행위를 할 경우 이 법에서 금지한 차별행위를 행하고 그 행위가 악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법원은 차별을 한 자에 대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되어 있대.

판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우와 그렇게 무서운 규정이 있스무니까? 우리 일본에는 장애인 보조견을 막으면 안 된다는 규정은 있지만 이를 어겼을 때 처벌하는 규정은 없스무니다. 그래도 일본에서는 국회도 들어가고 비행기, 기차도 마음 편하게 탈 수 있스무니다.

뭉치: 그런데 그런 규정 있으면 뭐하니? 지금까지 안내견이나 다른 보조견들이 출입금지나 승차거부 당해도 과태료 부과하는 거 한 번도 못 봤는데. 이번에 내가 버스에서 승차 거부당해서 우리 형이 경기도며 인권위원회며 안양시청에 민원 제기해서 개선명령만 내렸다고 하던데 뭐.

지나: 개선 명령? 그게 뭐야?
뭉치: 안양시청에서 버스 회사에게 "안내견을 승차거부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직원에게 교육시켜라. 뭐 이런 거래.

리키: 그런데 태양 할아버지가 출입 거부 당했을 때  과태료 부과한 적이 있다면서요.
태양: 그랬지. 내가 2005년에 우리 엄마와 함께 도봉구에 있는 대형마트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출입 거부를 당했어. 경비 아저씨들이 마구 화내고 못 들어가게 하더니 나중에는 오히려 우리가 잘못했다고 그러더라고. 그때 주인 엄마랑 아저씨가 나서서 항의도 하고 방송국에 연락도 하고 그래서 과태료가 부과되었다는 소리를 들었지.

마음: 그건 태양 아저씨의 주인 엄마가 유명한 사람이라서 그런거 아니에요? 안내견 드라마 <내사랑 토람이> 쓴 주인공이었다면서요. 또 방송국에서 취재도 하고 텔레비전에도 나오고 했으니까 과태료 부과한거죠.

리키: 나는 같은 곳에서 두번이나 출입거부 당했는데도 과태료 부과 안하더라 뭐.

지나: 공익인권변호사모임인 <희망을 만드는 법>의 김재왕 변호사는 "장애인보조견의 출입을 방해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이 제정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과태료 부과된 적이 없다는 것이 문제인 듯하다. 좀더 실효성있는 안내견 출입을 위해 과태료 부과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

판치: 당신네 나라 조금 이상하무니다. 장애인보조견 출입을 막으면 처벌하는 규정이 엄하게 있는데도 이를 어기는 사람도 많고, 또 어기는 사람에게 법대로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처벌하지도 않고 말이무니다.

출입거부 당하면 우리도 스트레스 받아요!

마음: 그러나 저러나 뭉치 넌 괜찮아? 바로 얼마 전에 거부 당했잖아. 난 한 번 거부당하고 나면 가슴이 철렁해서 마음에 상처가 남아.
뭉치: 나도 마찬가지지. 버스만 보면 마구 떨리고 말이야.

지나: 난 너희들이 아는 대로 늘 쾌활한 성격이잖아. 내 꼬리는 언제나 하늘로 향하면서 살랑살랑 흔들리고 말이야. 그런데 우리 주인 언니가 거부 당하고 나면 움츠러들면서 꼬리도 처지고 머리도 땅으로 향하고 힘이 쭉 빠져.

리키: 난 언제나 당당하게 버스에 오르거나 출입문을 찾는데 이런 일을 당할 때마다 다리가 주춤거려지더라고. 주인 형도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그날은 평소와 달리 나한테 많이 미안해 하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 받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린 장애인을 돕는 보조견이니 힘을 내야지.

지나: 한 번은 파트너가 약속이 있어서 갈빗집에 갔었거든. 처음에는 갈빗집 아저씨가 절대 들어갈 수 없다고 하더라고. 다른 손님한테 피해를 준다고. 그런데 관련 규정 설명하니까 구석 자리로 안내를 해주었어. 내가 훈련 받은 대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까 나중에 그 주인 아저씨가 나를 엄청 예뻐하더라고. 이렇게 착한 개는 처음 본다면서 말이야. 지금은 우리 언니 단골집이 되었어.

마음: 맞아요. 사람들은 실제 우리 보조견들을 만나 보지도 않고 겁부터 먹거나 우리가 말썽을 일으킨다고 생각해요.

뭉치: 너무 스트레스 받으니까 힘들어요. 태양 할아버지. 은퇴하시니까 어때요?

태양: 모두들 지금 스트레스 많이 받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렴. 은퇴를 하고보니 내 삶이 그래도 나쁘지 않았구나! 한 사람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면서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구나. 힘이 들더라도 모두들 힘내자꾸나.
#안내견 #장애인보조견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시각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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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에 맞서 분투하는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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