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유임 아닌 '후보 지명'... 청문회와 임명동의 필요"

정홍원 '총리 자격' 논란... 국회 부의장· 변호사 등 "법률 규정 위배" 지적

등록 2014.06.27 16:43수정 2014.06.2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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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표를 수리하겠다는 입장을 60일 만에 번복하고 사표를 반려하며, 총리로 재신임했다. 언론은 '유임'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정홍원 총리의 사표 수리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후임 총리에 안대희 전 대법관을 총리에 지명하고 국회에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 요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안 후보가 낙마하자 다시 후임에 문창극 총리 지명을 했고 그 역시 자진사퇴하자 정홍원 총리를 재신임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두고 "정홍원 총리 유임이 아니라, '후임 총리후보를 지명한 것'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그것도 판사 출신인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법률위원장과 이석현 국회 부의장이 제기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변호사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이번 사안을 심도 깊게 진단하며 박 대통령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정홍원 총리의 사표를 반려하며 유임을 결정했더라도, 그것은 유임이 아니라 새로운 총리를 임명한 것이라고 법률적 판단을 내린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청와대, 정홍원 총리 '사의 표명' 후 6시간 뒤 수용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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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국무총리와 서남수 교육부 장관, 강병규 안행부 장관이 20일 오전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먼저 지난 4월 16일 대한민국을 비탄에 잠기게 만든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 정홍원 국무총리는 4월 27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사의를 표명했다.

정 총리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비통함에 몸부림치는 유가족들의 아픔과 국민 여러분의 슬픔과 분노를 보면서 저는 국무총리로서 응당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각 총괄하는 총리인 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고 사죄드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진작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자 했으나, 우선은 사고 수습이 급선무이고 하루빨리 사고수습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서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정홍원 총리의 사의 표명 기자회견 6시간 뒤에 청와대는 수용 입장을 발표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 것에 대해 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다만 "그러나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구조작업과 사고 수습으로, 이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사고 수습 이후에 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후 지난 5월 22일 민경욱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새 국무총리에 안대희 전 대법관을 내정했다"며 "앞으로 내각 개편은 신임 총리의 제청을 받아 진행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민 대변인은 "참고로 정홍원 총리는 세월호 사고 수습이 진행되고 있고 국정의 공백이 없도록 하기 위해 신임총리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계속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후속 절차로 5월 26일 안대희 총리 내정자에 대한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공직사회의 적폐를 척결하고 국가개조를 추진하기 위해 내정했다"는 안대희 총리 후보자는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로 활동하며 받은 고액수임료와 전관예우 논란으로 '황제변호사'라는 지탄의 대상에 오르며 결국 5월 28일 자진사퇴했다.

이후 청와대는 지난 6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개조와 개혁을 이끌 새로운 국무총리 후보자에 문창극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초빙교수를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문창극 지명자 역시 <중앙일보> 주필 시절에 쓴 각종 칼럼과 교회에서의 발언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큰 파문을 불러왔고, 결국 지난 24일 자진사퇴했다. 청와대는 거센 비난 여론에 밀려 문 지명자에 대한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당초 사표를 수리하겠다던 입장을 번복하며 정홍원 총리의 사표를 돌연 반려하고 총리 직책을 다시 맡겼다.

청와대 윤두현 홍보수석은 26일 브리핑을 통해 "지금 시급히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노출된 여러 문제들로 인해 국정공백과 국론 분열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대통령께서는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고심 끝에 오늘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를 반려하고, 국무총리로서 사명감을 갖고 계속 헌신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발표했다.

판사 출신 박범계 "정홍원 유임 아닌 후임 총리후보 지명"

그러자 판사 출신으로 새정치민주연합 법률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원내대변인이 즉각 법률 위반을 지적하고 나왔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정홍원 총리는 이미 세월호 책임을 지고 사의 표명, 대통령도 이를 수용하고 후임 총리 후보들을 두 번씩이나 지명하고, 한 번은 (임명)동의안과 함께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보낸 바 있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그렇다면, 정 총리는 유임이 아니라 사표 수리 후 후임 총리후보 지명"이라고 꼬집으며 "이것을 유임으로 포장하는 것은 (국회) 임명동의라는 헌법 규정과 인사청문이라는 법률 규정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법률적 판단을 내렸다

이석현 국회 부의장 "법률상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 필요"

이석현 국회 부의장은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 "법률상 (정홍원 총리 지명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석현 부의장은 27일 페이스북에 "정 총리 '유임'은 정치적 개념일 뿐, 법률상 '지명'이다"라며 "대통령이 정 총리 사의를 이미 받아들였기에, 새 후보를 두 번이나 지명했던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이 부의장은 그러면서 "안대희 후보는 국회에 청문요청서까지 제출!"이라고 상기시키며 "(이번에 정홍원을 총리로) 새로 지명한 것이니, 법률상 청문회와 국회 동의 필요!"라고 강조했다.

박찬운 교수 "정홍원 사의 반려는 유임 아닌 새 총리 임명"

변호사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의를 표명하고 임명권자가 그것을 수용한 상태라면, 대통령은 새로운 총리를 임명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그 헌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찬운 교수는 27일 페이스북에 먼저 "정홍원 총리는 세월호 사건 이후 사의를 표명했다, 그리고 대통령은 이를 받아 들였다, 그 결과 두 번에 걸쳐 총리 후보자를 지명했다"고 일련의 과정을 거론했다.

박찬운 교수는 "모 의원이 정 총리 지명에 대한 법률적 문제를 지적했는데, 나 또한 그런 생각을 갖는다"며 "사의를 표명하고 임명권자가 그것을 수용한 상태라면 대통령은 새로운 총리를 임명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 대통령은 그 헌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만일 이번 유임 결정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귀착된다면 향후 총리, 장관 임명에서도 이같은 일은 되풀이 될 수 있다"며 "이것은 국회 청문회법을 잠탈하는 것도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초헌법적 사태를 만드는 것으로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법적 판단을 떠나 정 총리는 정치적으로는 새로운 총리다, 자신이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이 그것을 수용하였다면 정치적으로 그는 이미 총리가 아니다"며 "그러므로 어제 대통령이 사의 반려라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유임을 결정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유임이 아니라 사실상 새로운 총리 임명이라고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정 총리의 유임 결정은 비록 법률적 인사청문회의 대상이 아닐지 모르지만, 사실상 총리 임명으로서 정치적 인사청문회까지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찬운 교수는 "아마도 정 총리가 곧 국회에서 대정부답변을 할 터인데, 그때가 바로 정 총리에 대한 정치적 인사청문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에도 실렸습니다. 로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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