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이 학생을 만났다'... 이게 뉴스일까요?

학교 홍보담당 교사, 보도자료 작성에 시간낭비... "실적 열 올리기 없어져야"

등록 2014.07.04 11:10수정 2014.07.0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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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중학교 홍보담당 교사입니다. 학교에서 성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신문에 꼭 보도됐으면 좋겠습니다. 더운 날씨에 고생하세요"
"ㄴ초등학교 홍보담당 교사입니다. 이번 행사는 다른 학교에서는 실시하지 않은 행사이니 이번에는 꼭 보도 부탁드립니다"
"교장선생님이 '다른 학교는 신문이나 언론에 많이 보도되는데, 왜 우리 학교는 한 번도 보도가 안 되냐'며 '네가 무능력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면박을 줍니다. 이번에는 꼭 보도해주세요."

학생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데 집중해야 할 교사들이 학교 행사 홍보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꼭 보도해 달라"라는 부탁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모두 학교 홍보를 담당하는 교사다.

하지만, 홍보담당 교사들이 보내는 보도자료의 대부분은 언론에서 다룰만한 내용이 아니다. 홍보담당 교사에게 이런 상황을 전해도, 보도자료를 꾸준히 보낸다.

"교장이 좋은 말 했다"를 보도해달라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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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교육청 홈페이지 우리학교 알림방 갈무리 사진. ⓒ 장호영


인천시교육청 누리집 '우리학교 알림방'에서 확인한 결과, 학교 행사 홍보 보도자료는 6월 30일 하루 동안 62건이 올라왔다. 7월 1일에는 48건이었다. 보도자료 내용 대다수가 학부모 교육·효 교육·성평등 교육·직업 교육 등 일상적인 교육과정 일환일 뿐이다.

한 초등학교는 '교장선생님께서 우리 교실에 오셨어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는데 '교장이 4학년 각 교실을 방문해 좋은 말을 했고, 학생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언론에서 보도하기도 어려운 보도자료를 작성하며 홍보 실적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일부 학교장의 과도한 홍보 실적 올리기와 시교육청이 홍보실적을 올린다며 언론 보도 사항을 매일 스크랩해 나이스(NEIS,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올려 모든 학교에서 볼 수 있게 한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보 실적에 과도하게 열 올리지 않아야"

인천 지역의 한 교장은 지난 2일 <시사인천>과 한 전화통화에서 "몇 년 전 일부 지역교육지원청에서 학교 실적을 평가할 때 홍보 실적을 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언론 홍보 실적에 치중하는 학교가 일부 있는 것으로 안다"라면서 "특히 초등학교에서 언론에 보도할 만한 내용이 되지 않음에도 홍보담당 교사에게 보도자료 작성을 닦달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 들었다, 학교에서 정말로 홍보해야 할 내용의 보도자료만 낸다면 교사도 스트레스를 덜 받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부평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가뜩이나 교사들의 행정업무가 많은데 언론에 실릴 가능성도 없고 써보지도 않은 보도자료를 쓰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학교 관리자가 아침마다 나이스를 보고 언론 보도 내용을 체크한다, 학교에서 언론에 홍보할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홍보 실적에 과도하게 열을 올리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교육청 공보담당관실 관계자는 "현재 학교 홍보 실적은 학교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라며 "이런 이유로 지난 6월 24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일선 학교에 '홍보 실적을 높이기 위해 일상적이고 사소한 행사(교육활동) 등 단순하고 무분별한 보도자료의 작성과 탑재 등으로 교직원에게 업무 부담을 주는 일이 없게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인천시교육청 #홍보 담당교사 #보도자료 #홍보 실적 #학교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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