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보고' 우왕좌왕..."세월호 영상 바로 보내"

[세월호 녹취 재구성] 청와대와 해경의 짜증과 한숨

등록 2014.07.03 22:30수정 2014.07.0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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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만 바라본 청와대와 해경 "다른 거 하지말고, 세월호 영상 바로 띄워" ⓒ 이종호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난 4월 16일, 인명 구조 골든타임에 청와대와 해경은 무슨 대화를 나눴을까. <오마이TV>가 당시 청와대와 해경의 '핫라인' 음성 파일 등과 해경 상황실 사이의 통화 내용, 그리고 사고 현장 영상을 입수해 재구성해봤습니다.

해경에 정식 사고 신고가 접수된 지 22분이 지난 오전 9시 20분에야 해경 상황실에 전화를 건 청와대는 구조 지시는 하지 않고 현장 영상부터 찾습니다.

청와대 : 침수 중인데 현장에 구조세력은 있습니까?
해경청 : 지금 좀 급해서 지금 파악하기 위해서 지금 조치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 어디 카메라 나오는 건 없죠?
해경청 : 예, 아직 없습니다.
청와대 : 알겠습니다. 바로 연락주세요.
해경청 : 예, 예.

세월호 승객들이 생사의 기로에 선 긴박한 상황에서 청와대는 왜 영상부터 찾았을까. 20분 뒤 청와대와 해경의 교신 내용에서 그 이유가 드러납니다. 대통령을 뜻하는 은어인 'VIP'보고 때문이었습니다.

'영상'에 집착하는 청와대

청와대 : 예, 파악 중 현지 영상 있습니까, 혹시 나오는 거.
해경청 : 예?
청와대 : 현지 영상 볼 수 있는 거 있습니까?
해경청 : 저희 해가지고 지금.
청와대 : 123인가...
해경청 : 예, 그 배는 지금 해가지고 저희들 ENG 영상은 없구요
청와대 : 예.
해경청 : 우리 자체 내부 모바일 영상은 있는데...
청와대 : 예, 그 영상 좀 이렇게 잠시 보내줄 수 있습니까?
해경청 : 그게 보내기가 지금 좀...
청와대 : 네?
해경청 : 외부로 나가지가 아마 않을 건데 함정이.
청와대 : 그래요? 아니 그러면 여기 지금 VIP 보고 때문에 그런데 영상으로 받으신 거 핸드폰으로 보여주시겠습니까.

인명 구조에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시간이었지만, 해경은 청와대로부터 박근혜 대통령 보고용 영상 요청을 받을 때마다 사고 현장 부근 상황실로 연락해 "영상을 빨리 보내라"고 재촉합니다.

본청 상황실 : 현장 사진이나 **올라왔어요?
소속기관 상황실 : 아직 안 올라왔습니다. 지금 현재 123정에 ENG 카메라가 없습니다.
본청 상황실 : ENG 없으면 비디오 그 3G 모바일 있자나요.
소속기관 상황실 :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치 하겠습니다.
본청 상황실 : 아니, 그 현장에 30분 동안 40분 동안 가서 준비도 안 하고 뭐하는 거예요. 그게.
소속기관 상황실 : 아, 예, 조치를 하겠습니다.

해경은 인명 구조보다 현장 화면이 더 중요하다는 듯 한숨까지 내쉽니다.

본청 상황실 : 현장화면 볼 수 없냐고요.
목포서 상황실 : 아 지금 123정이 지금 저... ENG 카메라도 없는 상태에서 연락이 안 되고 있습니다. 지금 50명을 구조해 가지고 서거차도 쪽으로 가다보니까 경황이 없어 가지고 지금 연락이 안 됩니다. 지금.
본청 상황실 : 그래요?
목포서 상황실 : 예, 예.
본청 상황실 : 하아~~
목포서 상황실 : 사진을 찍어 가지고 우리가 보내라고 했는데 연락이 지금 안 됩니다.
본청 상황실 : 아~~

그 시각 123정은 조타실 아래 유리를 깨며 승객들을 구조하고 있었습니다. 123정의 정확한 위치 파악도 못한 겁니다.

이후에도 청와대의 사고 현장 영상 요청은 계속됩니다.

청와대 : 그 영상 가지고 있는 해경 도착했어요?
해경청 : 아직 도착 못했습니다.
청와대 : 몇 분 남았어요?
해경청 : 예, 지금.
청와대 : 그 배가 빨리 가야 되는데.
해경청 : 예, 지금 아직 도착을 못했구요.
청와대 : 확인해봐요. 얼마 남았어요? 지금 끊지 말고.
해경청 : 잠시만요.
청와대 : 네, 네.
해경청 : 6마일 남았거든요.
청와대 : 6마일.
해경청 : 예, 현재 6마일 남았고.
청와대 : 몇 호정입니까?
해경청 : P-57입니다.
청와대 : P-57.
해경청 : 속력 22노트로 가고 있으니까 한 20분 안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청와대 : 20분 내에.
해경청 : 예.

몇 차례나 대통령 보고용 영상이 필요하다며 해경을 재촉한 청와대는 사고 신고가 해경에 접수된 지 1시간 27분 만에야 "단 한 명도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청와대 : 첫째, 단 한명도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
해경청 : 예.
청와대 : 일단 적어. 그 다음에 여객선 내에 객실, 엔진실 등을 포함해서 철저히 확인해 가지고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하라. 자, 그 두 가지를 말씀하셨으니까. 일단 청장님한테 메모로 넣어드리고 업데이트 추가된 거 있어요? 아, 왜 자꾸 인원이 틀려?

청와대는 황당하게도 대통령의 인명 구조 메시지 전달과 동시에 "다른 것 하지 말고 영상부터 띄우라"는 주문을 합니다. 인명 구조보다 대통령 보고가 먼저라는 겁니다.

청와대 : 오케이, 그 다음에 영상시스템 몇 분 남았어요?
해경청 : 거의 10분 정도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청와대 : 예?
해경청 : 10분 이내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청와대 : 지시해 가지고 가는 대로 영상 바로 띄우라고 하세요. 그것부터 하라고 하세요. 다른 거 하지 말고.
해경청 : 예.

"다른 거 하지말고 영상부터 바로 띄우라"던 10시 25분. 마지막 생존자가 구출된 지 1분 뒤였습니다. 그 이후 구출된 생존자는 없습니다.

청와대는 사고 현장 영상 송출이 늦어지자 짜증을 내는 등 대통령 보고용 영상에 집착합니다.

청와대 : 예, 안보실 상황반장입니다. 영상 가능한 함정 얼마나 떨어져 있습니까?
해경청 : 15마일 떨어져 있습니다.
청와대 : 15마일, 도착 예정시간은요?
해경청 : 11시 반 쯤 되겠네요.
청와대 : 11시 반 쯤.
해경청 : 예.
청와대 : 잠깐만요.
해경청 : 예.
청와대 : 여보세요, 아니 아까 나하고 10분 전에 통화할 때는 16마일이라고 하더니 지금 무슨 헛소리하고 있는 거예요. 자꾸.

대통령 영상 보고에 신경쓰던 청와대는 사고 초기 구조인원이 잘못 집계된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에도 대통령 보고 걱정부터 합니다.

청와대 : 실장님 계세요? 청와대인데, 통화 좀 했으면 좋겠는데요.
해경청 : 실장님 통화중이시고 166명 말씀드리라고 합니다.
청와대 : 어이구, 큰일났네! 이거. 큰일났어. 다시 한 번 이야기 해보세요. 몇 명?
해경청 : 166명입니다.
청와대 : 166명 구조. 2명 사망. 하아... 그러면은 202명이 사라진 거 아닙니까?
해경청 : 예, 안녕하십니까.
청와대 : 상황실장이에요. 실장님이세요? 166명이라고요? 큰일났네, 이거. 아이씨 이거 VIP까지 보고 다 끝났는데.

국가재난 컨트롤타워로서 사고 현장을 파악한 뒤 언론에 상황을 전파해야 할 청와대는 거꾸로 언론 보도를 보고 해경에게 상황을 확인합니다.

청와대 : 예, 지금 사진이 YTN에 나오는 거요. 배 밑바닥이 보이는 게 완전히 침몰된 겁니까?
해경청 : YTN에요?
청와대 : 예, 기울어져 있는 것이 맞죠?
해경청 : 아, 예, 지금 나오는 거 맞습니다.
청와대 : 바닥이 보이는 게 맞습니까?
해경청 : 예, 지금 기울어진 거.
청와대 : 기울어진 게 맞습니까? 아니면 바닥이...

청와대는 1994년에 건조된 세월호가 "2013년에 만들어졌다"는 해경의 황당한 답변을 그대로 믿고 넘어가기도 합니다.

청와대 : 이거 언제 만들어진 배입니까?
해경청 : 2013년도라고 얼핏 봤는데요.
청와대 : 2013년.
해경청 : 예, 그리고 승선원 921명입니다. 정원이.
청와대 : 921명 정원. 이건 문제 없고.
해경청 : 예.

"임무중지 시키고 장관 태우라"

해경은 해수부 장관을 태우기 위해 구조 작업 중이던 헬기를 동원하려다 현장의 반발을 삽니다.

본청 상황실 : 해수부장관이 챌린지로
직원 : 네.
본청 상황실 : 무안공항으로 가신다고 그러네요.
직원 : 어, 그래요?
본청 상황실 : 무안공항으로 오면 무안공항에서 현장으로 가보신다고
직원 : 예.
본청 상황실 : 팬더512를 지금 임무중지 하고 무안공항 가서 연료 수급받고 대기하라고...
직원 : 누가 그래요?
본청 상황실 : 요쪽에서 지금 해가지고.
직원 : 아니, 본청에서 누가 지시를 그렇게 하죠?
본청 상황실 : 저도 전달 받았거든요.
직원 : 아니 구조하는 사람을 놔두고 오라하면 되겠어요?

10분 뒤 해경은 현장 반발에도 포기하지 않고 "구조 헬기가 연료 주입을 위해 공항에 간 김에 장관을 태우자"는 꼼수를 부립니다.

본청 상황실 : 해수부 장관 현장 가신다고 내려 간 건 알고 계시죠?
제주청 : 예, 연락 받았습니다.
본청 상황실 : 챌린지로 내려갈 거고 무안공항 챌린지 도착하면 현장이동은 있지 않습니까.
제주청 : 예.
본청 상황실 : 아까 상황담당관이 그러는데 경비국장이 장관님 편성차 헬기 이동시키지 말고 어차피 유류수급하러 무안공항으로 간 김에 유류수급하고 잠깐 태우고 오라고, 그렇게 애기하네요. 국장님이. 그러니까 장관 편성 차 간다고 이동한다고는 얘기하지 말고요.

인명 구조 앞에 우왕좌왕 무능한 모습을 보인 청와대와 해경. 수백 명의 세월호 승객들이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순간에도 청와대와 해경은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만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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