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들 "세종대, 박유하 교수 파면하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세종대에서 <제국의 위안부> 저자 규탄집회

등록 2014.07.04 21:10수정 2014.07.04 21:40
18
원고료로 응원
a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명예 훼손한 박유하 교수 파면하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강일출, 이옥선, 유희남, 박옥선 할머니와 나눔의 집 관계자들이 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교수를 규탄하며 교수직 박탈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박 교수가 망언과 망발을 일삼으며 일본 아베정권의 대변인을 자청하고 있다"며 박 교수의 파면을 요구했다. ⓒ 유성호




"박유하 교수는 자신이 한 말에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그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직접 봤는가? 세종대는 당장 박 교수를 파면하라."

이용수(87) 할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4일 세종대학교 앞에 모여 <제국의 위안부> 저자인 박유하 교수를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4일 오후 4시 50분께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교수가 망언과 망발로 일본 아베 정권의 대변인을 자청하고 있다"라며 "세종대는 당장 박 교수를 파면하라"라고 말했다.

박옥선(91) 할머니를 제외하고 이옥선(88)·강일출(87) 할머니 등 네 명은 모두 휠체어에 앉은 채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할머니들은 주변인들의 부축을 받고서야 박유하 교수가 근무하는 세종대 정문 앞에 올 수 있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시민단체 관계자 20여 명은 "최근 일본이 고노담화(일본 정부가 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사과한 담화)를 수정하고 검증하는 보고서를 올렸는데, 이는 명백한 역사적 도발"이라면서 "이런 와중에 박 교수도 (책 <제국의 위안부>에서) 망언을 일삼아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일본군 위안부가 정신적 위안주는 동지? 당장 사과하라"

박유하 세종대 일문과 교수는 지난해 8월 출판한 책 <제국의 위안부>로 인해 위안부 피해자 왜곡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그가 저서에서 쓴 '(병사와의) 동지적 관계' 등 일부 표현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조선인 위안부'란 조선인 일본군과 마찬가지로 저항했으나 굴복하고 협력했던 식민지의 슬픔과 굴욕을 한 몸에 경험한 존재다. '일본'이 주체가 된 전쟁에 '끌려'갔을 뿐 아니라 군이 가는 곳마다 '끌려'다녀야 했던 '노예'임에 분명했지만, 동시에 성을 제공해주고 간호해주며 전쟁터로 떠나는 병사를 향해 '살아 돌아오라'고 말했던 동지이기도 했다."(<제국의 위안부> 207쪽)

"일본인·조선인·대만인 '위안부'의 경우 노예적이긴 했어도 기본적으로는 군인과 동지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제국의 위안부> 137쪽)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은 책 <제국의 위안부>의 내용을 두고 "박유하 교수는 책에서 할머니들을 두고 '피해자가 아닌 일본 제국주의 군대' '가해자인 (일본) 병사들에게 육체적 위안 뿐 아니라 정신적 위안을 주는 동지이자 아내'라는 등 망언을 했다"라면서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할머니들께서 1990년대부터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 문제를 알리고 있는 상황에서, 박 교수의 이런 발언은 할머니들 가슴에 또 다른 대못을 박는 것"이라며 "검찰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반역사적인 발언을 하는 박 교수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피해자 할머니들도 책 내용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며 "박 교수는 다른 교수들의 이름까지 더럽히지 말라"라고 비판했다. 이용수(87) 할머니는 "자신이 직접 (당시 상황을) 봤는가, 어떻게 이런 교수가 학생을 가르치나"라며 세종대 측에 박 교수를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기관지가 좋지 않아 손수건으로 입을 가린 유희남(88) 할머니도 "박 교수는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지라"라면서 "도저히 가만히 못 있겠다, (박 교수가) 책을 얼마나 팔려고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비판했다.

피해자 할머니들,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 제기... 박 교수 "기각 원해"

현재 이옥선 할머니(88) 등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아홉 명은 박 교수의 책 <제국의 위안부>(뿌리와 이파리 출판)에 대한 출판이나 판매·발행 등을 금지해달라며 판매금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낸 상태다.

이들은 또 박 교수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한편, 피해자 할머니 한 사람당 3000만 원씩 총 2억7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에 따르면 판매금지가처분 신청 관련 첫 심리는 오는 9일 오후 3시 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안 소장은 "항간에는 박유하 교수가 맞고소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사실인지 확실하지 않다"라면서 "그러나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이 주체로 나선 이번 소송에, 박 교수가 맞고소를 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a

박유하 교수의 페이스북 ⓒ 페이스북 갈무리


한편, 박유하 교수는 오는 9일 법원에 제출할 탄원서에 학자와 출판인 등 주변 지인들을 중심으로 해 서명을 받고 있다.

박 교수 지인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탄원서에는 "<제국의 위안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운동'이 아닌 '학문'의 관점에서 논의를 심화시킨 국내의 몇 안 되는 연구 성과물 중 하나"라며 "이는 학문의 영역에서 검토하고 논의해야 할 문제이지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다툴 문제가 아니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어 이 탄원서에는 "아베 정권이 고노담화를 재검토하고 집단자위권 해석을 변경하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에서 소모적인 법정 소송을 벌이는 것은 한일관계는 물론 한국의 국익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고 이후 학문의 영역에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라고 적혀있다.
댓글18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치부 기자.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자세히 보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A political reporter. I'm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AD

AD

인기기사

  1. 1 사과하지 않는 대통령, 국민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
  2. 2 성난 민심이 용산 덮치기 전에, 윤 대통령이 해야 할 일
  3. 3 학회가 검증 포기한 '김건희 논문' 표절 실상... 이건 시스템의 악행
  4. 4 MBC서 쓸쓸히 퇴각한 국힘... "일 좀 해라, 다신 오지 마라"
  5. 5 50대 후반 다섯 명이 본 윤 대통령 '비속어 파문'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