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새정치연합, 비웃는 새누리당

[取중眞담] 7·30 재보궐 선거를 대하는 두 당의 차이

등록 2014.07.10 22:10수정 2014.07.1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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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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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는 이완구-윤상현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상현 사무총장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얘기 나누고 있다. ⓒ 남소연


7·30 재보궐선거 대진표가 완성됐다. 그리고 여야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심각한 공천 후유증에 휩싸인 상황이다. 당 지도부가 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기동민 전 서울 정무부시장을 서울 동작을로 전략공천하면서 '돌려막기'·'내리꽂기' 논란이 일었다. 동작을에 출마했던 금태섭 전 대변인을 수원으로 돌리려다 '측근 공천'이라는 당내 반발을 자초했다. 수원정(영통)에 출마했던 김재두 수석부대변인은 박광온 대변인을 전략공천한 당 지도부에 반발,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했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광주 광산을로 전략공천한 것도 마찬가지다. 권 전 과장을 전략공천하면서 지역의 잡음은 잦아들었으나 천정배 전 의원을 배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의혹은 사라지지 않았다.

당의 '중진'들이 입모아 이번 공천을 비판하는 형국이다. 정동영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은 10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7·30 선거의 의미가 공천과정에서 실종된 듯한 느낌은 안타깝다"라며 "이렇게 되면 7·30 재보선에서 완승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전병헌 전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역시 전날(9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결과적으로 7·30 재보선 '전략공천'은 본격적으로 링 위에 올라가기도 전에 심각한 내상을 입게 만든 '최악의 전략'이 되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웃고 있다. 당 공천위원인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최악의 상황보다는 조금 더 나은 상황이 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레 진단했다. 그는 "사실 공천 시작할 때만 해도 저희가 아주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국민들께서 야당의 공천과정을 보시면서 많은 실망감을 말씀하고 계신다"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공천 시작할 때만 해도 어려운 상황이라 생각했는데"


원래 새누리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과반의석 붕괴' 성적표를 받을 공산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전국 15곳에서 치러지는 '미니총선급'인데다 세월호 침몰사고 후 민심수습을 위한 2기 개각 역시 '참사'로 귀결됐다. 새누리당은 식민사관 논란을 부른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를 섣불리 감싸다 역풍을 맞았다.

공천 과정에서도 '잡음'을 겪었다. 서울 동작을에서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퇴짜'로 심각한 인물난을 겪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각종 '거물'들이 거론되다, 정몽준 전 의원의 부인 김영명씨 공천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해묵은 계파갈등 역시 불거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의원이 경기 평택을 공천에서, 친이계 진성호 전 의원이 경기 김포 공천에서 배제됐다. '원조 친박'이나 당 주류와 다른 길을 걸은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울산 남구을 경선 방침 결정에 반발, 공천 신청을 철회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를 극복했다. 당 공천위는 계파갈등 논란에 '지역 참일꾼론'을 앞세웠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재보선 15곳 중 4곳에 해당 지역 기초단체장 출신 후보를 공천했다. 지역 당협위원장까지 포함하면 모두 6곳이다.

'지역 참일꾼론'을 받으라고 강요만 한 것도 아니다. 당 공천위원장인 윤상현 사무총장은 임 전 의원을 따로 만나서 평택을 대신 수원정(영통)에 출마해줄 것을 요청했다. 당 공천위원인 원유철 의원도 평택에 내려가 임 전 의원의 지지자들을 설득했다. 결국 임 전 의원은 지난 6일 당의 요청을 수락했다.

'인물난'을 겪던 서울 동작을의 경우, 나경원 전 의원을 설득했다. 윤 사무총장과 김재원 당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나 전 의원을 설득했다. '명분'을 열어주기 위해 당대표급인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그를 찾아가 간곡히 출마를 호소했다. 나 전 의원은 지난 9일 당의 요청을 수락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당은 지역일꾼에게 길을 열어주고 '대표선수'들이 열세지역에 복무토록 했다. 수원정은 김진표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7대부터 내리 3선을 했고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도 남경필 경기지사를 16.6% 포인트 차이로 꺾은 곳이다.

동작을은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이 재선까지 한 곳이지만 야권 우세지역으로 꼽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6·4 지방선거 때 동작구에서 정 전 의원을 16.5% 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출마한 전남 순천·곡성은 야권의 텃밭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공천 '잡음' 여야 같았지만 '해법' 달랐다

백미는 '노무현 전 대통령 표적 세무조사' 의혹을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 공천 탈락 결정이었다. 당초 새누리당은 충남 서산·태안 재선거에서 한 전 청장을 공천했다. 한 전 청장이 '아킬레스건'으로 꼽힌 '그림로비' 혐의에도 무죄 판결을 받은데다 이후 진행한 여론조사 경선에서도 승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 비대위는 재의를 요구했다. 공천위원인 김태흠 의원이 "과거 여러 권력형 비리에 연루된 사람을 후보자로 선정하려 하는 것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공천위원직'을 던진 것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한 전 청장이 공천되면서 '표적 세무조사' 등 각종 정치적 의혹이 선거 중 불거질 것도 헤아렸다. 

공천위도 앞서 내린 결정을 뒤집는 데 추호의 망설임도 없었다. '만장일치'로 한 전 청장을 탈락시킨 것. "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절차적 정당성은 확보됐을지 몰라도 정치적 명분과 국민적 공감대도 중요하다(김세연 의원)"는 설명도 덧붙었다.

2012년 총선 당시를 연상시키는 기민한 결정이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텃밭인 강남갑·을에 박상일 벤처기업협회 부회장과 이영조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를 공천했다. 두 사람의 과거 발언 등이 공천 직후 드러나면서 역사인식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당시 김종인·이상돈·이준석 등 당 비대위원들은 두 사람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준비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당 공천위는 곧장 두 사람에 대한 공천을 취소했다. 이번에도 그때와 같이 전체 선거국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가능성을 빠르게 잘라낸 셈이다.

무엇보다 2012년 총선 때처럼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의 기조를 '혁신'으로 삼고 있다. 6·4 지방선거처럼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달라"는 읍소작전이 통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새 지도부를 뽑는 7·14 전당대회의 슬로건이 "새누리를 바꿔라"다. 이준석 위원장을 필두로 한 '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위원회(이하 새바위)'도 출범시켰다. 당 공천위가 비대위의 재의요구에 빠르게 응하면서 이같은 혁신기조가 '쌩쇼'로 전락하는 상황을 막은 셈이다.

여전히 부족한 소통... "이래서야 박 대통령과 뭐가 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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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출마 선언한 허동준, 위로하는 정청래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7·30 재보궐선거 서울 동작을 지역 기동민 전략공천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시사하기도 했던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출마를 선언하자, 정청래 의원이 허 전 지역위원장을 위로하고 있다. 이날 허 전 지역위원장은 "주변에 무소속 출마 권유도 있었지만, 국민들의 바람과 우리 당이 새롭게 나아가기 위해서 저 마저 무소속 출마를 할 수는 없다"며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민 여러분도 우리 당이 재집권할 수 있도록 호된 비판과 격려와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유성호


정리하자면, 새누리당은 '지역 참일꾼론'을 공천 원칙으로 내세우고 곳곳에서 발생한 잡음을 '소통'으로 해소했다. 무엇보다 공식절차를 거쳐 의결한 사안에도 "정치적 명분과 국민적 공감대"를 이유 삼아 바꾸는 전략적 유연성도 발휘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부족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지난 4일 "당 중진은 당이 요청하는 곳으로 나가 헌신해달라,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지역은 신진에 기회를 줘야 한다"라고 공천 취지를 밝혔다. '기동민 전략공천'에 해명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밀실공천'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후 소통 노력조차 부족했다. 당내 현역 의원 30명이 성명서를 발표하며 동작을 전략공천 재고를 요청했다.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도 의총을 소집해 이 문제를 다뤄달라면서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당은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다시 다루지 않았다.

권은희 전 과장을 광주 광산을에 전략공천하는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천정배 전 의원은 이를 수용하면서도 "당 지도부는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속임수까지 쓰면서 '천정배 죽이기'를 자행했다"라고 비판했다. 김명진 예비후보 역시 "이 시간까지 공천절차 변경에 대해 공식적으로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라고 꼬집었다.

'설명'은 여전히 부족하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9일 '측근 공천' 논란에 "저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 최적의 후보일 때는 자기 사람 챙기기라고 하고, 저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 공천되지 않으면 자기 사람도 못 챙긴다고 한다"라며 "그런 잣대로 비판한다면 하느님인들 비판받지 않을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에 이준석 '새바위' 위원장은 이날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좋은 사람 추천했는데 제도 때문에 낙마한다' (박 대통령의) 이런 말과 다를 게 없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의 '불통'을 문제삼던 야당의 '불통'을 문제삼은 것이다. 공천은 끝났지만 선거는 이제 시작이다. 선거일까지 고작 21일 남았다.
#7.30 재보궐선거 #나경원 #새누리당 #기동민 #권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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