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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아르헨 꺾고 네 번째 월드컵 제패

두 번의 월드컵에서 만나 우승컵을 나눠가졌던 두 팀, 균형이 깨지다

14.07.14 15:33최종업데이트14.07.1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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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 지구촌의 축제' 2014 브라질 월드컵이 독일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32개국이 한 달간 벌인 치열한 승부를 겨룬 끝에 최후 승자는 아르헨티나를 꺾은 독일이 됐다.

'전차군단' 독일은 14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아르헨티나를 1-0으로 눌렀다.

홈팀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 무차별 폭격을 날리며 7번의 골망을 갈랐던 독일과, 결승에 올랐지만 '메시 의존증'이라는 오명이 뒤따랐던 아르헨티나. 두 팀의 마지막 경기는 독일의 우세가 점쳐졌다. 하지만 양 팀은 주거니 받거니 치열한 승부를 벌였고,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았다.

전반 21분 독일 토니 크로스가 헤딩 패스 실수를 범해 아르헨티나 곤살로 이과인은 골키퍼와 바로 맞서는 완벽한 득점 기회를 맞이했다. 하지만 이과인의 슈팅은 빗나가며 허무하게 날아갔다. 아르헨티나로써는 아쉬움에 고개를 떨군 순간이었다.

아르헨티나의 공세를 피한 독일은 전반이 끝나갈 때 결정적 기회를 계속해서 얻었다. 37분 토마스 뮐러가 왼쪽 측면을 돌파해 들어간 뒤 패스한 공을 안드레 쉬를레가 달려들며 슈팅했지만 세르히오 로메로 골키퍼의 펀칭에 무산됐다. 추가시간에는 크로스의 코너킥을 베네틱트 회베데스가 가한 헤딩으로 연결한 것이 골대를 때리고 나오기도 했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두 팀은 후반 들어 더욱 팽팽한 맞대결을 이어갔다. 독일은 공격이 다소 쳐지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 이를 갈며 뛴 메시는 후반 3분 루카스 빌리아의 침투 패스를 받아 왼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독일의 골대를 한 뼘도 안 되게 빗겨나갔다.

90분간의 혈전에도 골망은 갈리지 않았고, 결국 양 팀은 연장에 돌입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체력이 소진된 터라 움직임은 급격히 느려졌고, 팽팽한 균형은 유지됐다. 모두가 승부차기를 예상할 즈음, 7만 관중의 환호와 탄식이 엇갈렸다. 연장 후반에 터진 독일 마리오 괴체의 결승골이 터진 순간이었다.

독일의 쉬를레가 왼쪽 측면을 돌파해 올린 크로스를 괴체가 골문 왼쪽에서 받아 아르헨티나의 골망을 갈랐다. 공중볼을 가슴으로 받아 발로 때리는 선제 결승골은 흡사 2002 월드컵에서 박지성이 포르투갈을 무너트린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골을 내준 아르헨티나는 여전히 물결치는 골망을 넋 놓고 바라볼 뿐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추가시간까지 더해 10분 가까이 시간이 있었지만, 결승으로 가는 '잠금장치'를 필사적으로 지키려 했던 독일을 뚫는 것은 무리였다. 마지막 1분을 남기고 찬 프리킥에 실패하며 고개를 떨군 메시의 모습은 많은 팬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자국에서 열린 1978년 월드컵과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우승을 했던 아르헨티나는 마지막 집중력을 잃고 24년만에 결승에 오르는 데 만족해야 했다. 월드컵 우승을 이뤄 선배인 마라도나를 뛰어넘고자 했던 메시는 '전설'의 문턱에서 주저앉게 됐다.

이날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독일은 이로써 24년만에 세계를 제패하게 됐으며, 통산 4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세계에서 4번 이상 우승한 나라는 브라질(5회)과 이탈리아(4회)뿐이다. 또한, 그간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와 결승에서 2번 만나 각각 한 번씩 우승을 나눠 가졌지만(86년 아르헨티나, 90년 독일) 이번 대회에서 1대1 균형을 깨트리게 돼 의미를 더했다.

이와 함께 독일은 남미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우승하는 유럽 국가가 됐다. 그간 각 유럽에서 열린 대회(58년 스웨덴)는 남미팀(브라질)이 우승한 적이 있었지만, 남미에서 치러진 대회는 어김없이 남미팀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90년 월드컵 우승 이후, 리그가 쇠퇴하고, 94·98 월드컵에서 8강에 그치는 등 국제대회에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던 독일은 '녹슨전차'라는 조롱을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자신들만의 플레이를 펼친 독일은 2000년대 들어 준수한 성적(2002 준우승 2006·2010 3위)을 올리며 부활했고, 마침내 세계를 들어 올렸다.

요하임 뢰브 감독의 리더십 하에 겸손함과 짜임새 있는 조직력으로 똘똘 뭉친 독일이 향후 세계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며 최강으로 군림할지 전 세계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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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냉탕과 온탕을 끊임없이 오갔던 월드컵. 가볍지만 무겁다. 긴 여운, 흩어지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월드컵 독일 아르헨티나 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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