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나서면 아파트분양가 300만원 낮출 수 있다"

['위례'의 그림자④] 김헌동 경실련 본부장 "위례 1100만이면 분양"

등록 2014.07.20 12:29수정 2014.07.2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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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 ⓒ 김동환


"MB가 강남에 지어 놓은 보금자리 주택을 봐도 평(3.3㎡)당 450만 원이면 아파트 지을 수 있어요. 그런 걸 지금 민간 건설사들이 평당 700만~800만 원씩 건축비를 높여 받고 있는 겁니다. 소비자들만 당하고 있는 거죠."

1944만 6000원. 지난달 대한주택보증이 밝힌 서울 민간아파트의 평당 평균 분양가격이다.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가 3.3㎡당 1990만 원 선을 다시 돌파한 것은 지난 2010년 9월 이후 처음이다. 거품이 빠지나 싶었던 아파트 값이 다시 슬슬 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분양가 상승과 함께 지난 몇 년간 잠잠하던 그도 다시 돌아왔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이다. 그는 "정부가 법정건축비를 높게 책정하는 수법으로 시장의 건축비 부풀리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 세곡 보금자리주택, 위례신도시 등 최근 지어진 분양 아파트들의 건축비 분석을 통해 내린 결론이다.

김 본부장은 집값 거품을 늘려 경제를 지탱하려 하는 중앙정부의 움직임을 비판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자기 행정구역 내에서 지어지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만 하면 부풀려진 분양가는 금방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위례신도시도 건축비 거품만 잡았다면 1100만~1200만 원대에 충분히 분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김 본부장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법정건축비 부풀리기... 민간 건설사들만 좋은 일"

정부는 아파트 건축비와 관련해 두 개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임대용 아파트의 건축비 기준이 되는 '표준건축비', 다른 하나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일반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액을 정할 때 쓰는 '법정건축비(기본형 건축비)'다.


5층 이하, 전용면적 40㎡ 이하를 기준으로 했을 때 현재 표준건축비는 ㎡당 약 97만 원이다. 반면 법정건축비는 같은 기준에서 ㎡당 139만 원. 같은 아파트라 할지라도 일반 분양아파트의 건축비는 임대아파트에 비해 약 1.43배 높게 책정되어있는 셈이다.

김 본부장은 이 법정건축비가 실제에 비해 상당히 부풀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15층 이상의 일반 분양아파트를 기준으로 했을 때 법정건축비는 평당 540만 원 정도인데 실제 공사비가 자세하게 공개된 서울 장지지구나 발산지구, 상암지구 아파트 건축비는 평당 평균 350만 원 수준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 정부가 고시하는 법정건축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는데.
"법정건축비는 '한국에서 평범한 아파트 지으면 이정도 든다'에 해당하는 금액을 말한다. 분양가상한제 적용할 때는 계산 근거로 활용되는 중요한 기준이다. 그런데 사례를 모아보니 이게 실제 건축비보다 터무니없이 비쌌다."

- 실제 아파트 지을 때는 법정건축비보다 적은 돈이 들어간다는 말인가.
"그렇다. 원래 이런 정보는 잘 공개가 되지 않는데 오세훈 전 서울시장같은 경우는 자신이 관여했던 장지지구 아파트 건축비가 평당 340만 원이라고 공개를 했다. 경실련이 입수한 발산지구, 상암지구 건축비도 평당 350만 원 수준이다."

- 화장실이 하나 밖에 없다거나 상태가 부실한 주택 아닌가.
"멀쩡한 아파트고 요즘 아파트는 다 화장실 두 개씩 나온다. 말 나왔으니 화장실을 예로 들어보자. 화장실 하나 하는데 500만 원 정도 건축비가 들어간다고 하면 35평 집에 화장실 하나 더 넣을 경우 평당 건축비는 10만 원 정도 더 들어갈 뿐이다. 우리가 조사한 사례와 지금 법정건축비는 200만 원 정도 격차가 있는데 이건 뭘 더 짓고 덜 짓고의 문제가 아니다."

- 그래서 법정건축비가 부풀려졌다는 것인가.
"그렇다. 재개발 지역 같은 경우는 경쟁입찰을 통해 시공사 선정을 한다. 지금 법정건축비는 평당 540만 원인데 거기에 대기업 건설사들이 평당 400만 원대의 건축비로 입찰을 한다. 입찰 금액이 이정도면 실제 시공 원가는 더 낮다고 봐야한다.

대기업들이 재개발 조합이 분양하는 아파트에 도급계약으로 입찰할 때는 건축비 400만 원 대로 써내면서 직접 분양하는 아파트는 건축비로 700만~800만 원을 책정한다. 아파트 짓는 과정에 대해 조금만 안다면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격차다."

- 어떤 점이 그런가.
"아파트 건설은 크게 세 과정이다. 땅을 파는 기초공사, 뼈대를 세우는 골조공사, 그리고 싱크대, 벽지, 타일 같은 걸 붙이는 마감공사다. 땅 파고 뼈대 세우는 건 임대든, 분양이든 고급 주택이든 아니든 다 똑같다. 마감공사가 차이나는 건데 보통 마감공사가 전체 공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30%다.

- 그런데 건축비가 300만 원 이상 차이가 날 수가 없다?
"임대주택과 비교해보자. 임대아파트 지을 때 쓰는 표준건축비가 평당 327만 원이다. 그럼 기초·골조 공사에 들어가는 게 230만 원, 마감에 100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는 얘기다. 임대 아파트에 비해 300% 좋은 마감재를 쓴다고 해도 건축비는 평당 500만 원 정도다. 보통은 30% 정도 좋은 마감재를 쓴다. 그럼 나머지 돈 어디갔나."

- 법정건축비가 부풀려지면 뭐가 문제가 되나.
"법정건축비를 기준으로 분양가상한액이 정해진다. 법정건축비가 부풀려질수록 분양가가 높아질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결국 민간 건설사들만 좋은 일인 셈이다."

- 건축비 거품을 잡으면 분양가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
"지역별로 다르겠지만 보통 300만 원 이상은 분양가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위례신도시 같은 경우는 대부분이 국방부 소유 대지를 수용했는데 토지 조성비도 많이 쓴 측면이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1100만~1200만 원이면 분양 가능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공기업 아파트 건설 원가만 공개해도 '부풀리기'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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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 ⓒ 김헌동


김 본부장은 이같은 건축비 부풀리기가 성행하는 이유로 정부와 지자체의 무성의함을 꼽았다.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시행사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자체가 분양 조건에 대해 제대로 따져보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비싼 값에 아파트 바가지를 쓰는 소비자를 생각하는 정치인이나 관료가 없다"면서 인터뷰 내내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례를 반복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아파트 분양가와 관련해서는 이들의 정책들이 훨씬 '진보적'이라는 내용이다. 그는 "몇 년째 서민들 가처분 소득이 정체되어 있는 상태에서 다시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면 주거 불안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면서 "지자체에 딸린 공기업이 짓는 아파트의 상세한 원가만 공개해도 민간 건설사들이 건축비 부풀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김 본부장과 경실련의 주장대로라면 분양가상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일을 하다보니 그런 의혹도 든다. 분양가상한제 관련 심의를 지자체에서 하는데 애초 취지와는 달리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 같다. 한 번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자체장 중에는 진보 인사들도 많은데 어째 하는 건 다 똑같다."

- 어떤 의미인가.
"아파트 지으려면 해당 지자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진보 단체장이라면 소비자, 서민을 위해서 건축비 등을 검증하고 꼼꼼히 따질 줄 알아야 한다. 집값은 서민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서민들 가처분 소득 정체되어 있는데 집값 오르면 주거 불안이 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

결과적으로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서민을 고려한 정책들을 잘했다. SH공사를 통해서 20년 장기전세도 했고 원가도 상세하게 공개했다. 심지어는 아파트 후분양도 했다. 그런데 진보 지자체장들은 오히려 이런 노력을 안 하고 있다." 

- MB가 강남에 지은 보금자리 주택도 분양가가 주변보다 상당히 낮았다.
"그렇다. 강남에 지은 보금자리 주택을 봐도 건축비가 640만 원 정도로 주변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건축하는 사람, 건설사들은 이런 내용을 다 알고 있지만 입을 닫고 있다."

-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보나.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관심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구청장 한 명이 '우리구에서 짓는 아파트는 건축비 이정도 안 되면 승인 안 해주겠다' 하면 된다. 서울시 정도만 되어도 한방에 해결 가능하다.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 주택건축비 기준을 만들면 된다."

- 서울시에서 통용하는 법정건축비 같은 개념인가.
"그렇다. 중앙정부와 더 값싸고 질좋은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행정서비스 경쟁을 하라는 거다. 분양가 승인 관련한 서류를 모두 인터넷으로 볼 수 있게 공개하면 어떤 간 큰 건설사가 건축비 부풀리겠나.

아파트용 표준 주택도 시에서 지으면 좋겠다. 시민들이 눈으로 보고 만져볼 수 있는 '샘플'이 필요하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아. 이게 이정도면 이정도 가격이구나' 하는 경험을 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건설사들이 제시하는 조건이 유리한지 불리한지 침착하게 따져볼 수 있다."
#김헌동 #경실련 #위례 #분양가 #법정건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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