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경영진, 청와대와 국정원 눈치만 본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139] 최용익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공동대표

등록 2014.07.18 14:27수정 2014.07.1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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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익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공동대표. ⓒ 이영광


"요즘 MBC 돌아가는 꼴을 보면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2012년 말 MBC에서 정년으로 퇴임해 현재는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아래 언소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최용익 기자의 말이다.

현재까지도 MBC는 비정상으로 돌아간다. 타 언론사와 MBC 내부 문제로 인터뷰하거나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MBC를 비판하는 글만 올려도 징계를 받는 상황이니, 더 말해서 무엇을 할까? 그 때문에 MBC 구성원들이 인터뷰 요청을 꺼려서 MBC 문제를 다루기조차 어렵다.

이에 퇴임한 최용익 대표를 지난 15일, 언소주 사무실에서 만나 MBC 해직자의 출근 투쟁을 비롯한 MBC 문제와 더불어 한국 언론 상황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최용익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공동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우선 언소주 대표로서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언론소비자 주권 국민캠페인의 약자가 언소주입니다. 2008년 4월 29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을 막무가내로 융단폭격한 조·중·동의 이중성과 후안무치를 보다 못해 나선 사람들이 언소주의 개척자들이었어요.

왜냐하면 <PD수첩>의 보도가 나오기 10년 전부터 조·중·동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의 기사를 한 달 평균 4~5건 씩 지속적으로 보도해왔습니다. 그들이 자주 다루어왔던 기사를 <PD수첩>이 그대로 보도했을 뿐인데 자신들이 미는 정권에 불리하다고 갑자기 태도를 바꿔 보도내용을 부인하면서 공격에 나섰던 것입니다.

시민들은 조·중·동에 광고를 싣는 광고주들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예고하고 실천에 옮기는 행위로 대응했죠. 한때 이 신문들의 지면이 1/3 정도씩 줄어들 정도로 대단한 위력을 선보였습니다.


한국사회에서도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일반화된 언론소비자 운동이 시작된 겁니다. 그런데 자본주의의 건강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언론소비자운동을 바라보는 서구와 달리, 우리의 사법부는 지배집단의 일원으로서 언론소비자 운동에 대한 부정적 판결을 내림으로써 스스로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오류를 저질렀어요. 지금은 새로운 운동방향과 방식을 고민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는 중입니다."

- 6월 27일, 법원은 MBC 해직자 복귀명령을 했고 이에 따라 해직자들은 지난주부터 출근투쟁을 하고 있다. 이에 사측이 계속 막고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보십니까.
"말이 안 되는 상황이죠. 해고가 완전히 무효화된 것이 아니라는 논리인데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출근시키면서 최종판결 여부에 따라 조치를 취해야죠. 그런데 복귀명령을 거부하면서 회사 출입 자체를 막는다는 것은 해직자들을 적으로 본다는 말이 됩니다.

사회적으로 객관적 판단기관으로 인정되는 법원판결마저도 부정하는 것은 안광한 사장과 경영진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만 눈치를 볼 뿐, 그외 어떤 기관이나 제도에 대해서도 의식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생각됩니다."

- MBC 해직 언론인으로 현재 <뉴스타파> 앵커를 맡고 있는 최승호 PD는 현재 MBC를 두고 "일베스럽고 종편의 하나로 취급받는 수준으로 전락했다"라고 평가하기도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동의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김재철 전 사장이 MBC를 '재기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시킨 뒤 현재 MBC는 완전히 다른 방송이 되어버렸다고 봐야합니다. 언론이라기보다는 정권의 홍보방송, 청와대 선전기관에 가깝게 전락했다고 봐야 되겠죠.

현재 MBC는 SBS나 KBS보다 더 심하게 왜곡, 굴절돼 있다고 봅니다. 종편인 JTBC보다도 못하죠. 파업 주동자급은 해고하고 주동자가 아닐지라도 회사 명령이 부당하다고 거부하거나 시키는 대로 안하면 온갖 징계를 다 내렸잖아요.

또, 징계가 아니면 현업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인사 조치를 내렸고요. 신천교육대라는 걸 만들어서 현장에서 한창 뛰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사람들을 모아서 샌드위치 만들기, 요가 교육 같은 걸 가르치고 있었다는 게 좀 희화적이잖습니까?"

- MBC 출신이라 더 마음이 아플 것 같아요.
"요즘 MBC 돌아가는 꼴을 보면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1987년 6월 항쟁 직후에 방송사 최초로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이듬해인 1988년에 <부산일보>에 이어 언론사로는 두 번째로 전면파업에 들어갔습니다. 그 결과, 황선필이라는 5공의 낙하산 사장을 쫒아냈습니다. 노조가 없었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지요.

그 이후로도 MBC 노조는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세우는 데 정말 큰 역할을 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1987년 6월 항쟁으로 한국사회가 민주화되면서 MBC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었다면 MBC 노조는 뉴스나 <PD수첩>, <이제는 말할 수 있다>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권력집단에 대한 비판과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함으로써 여론다양성을 확장시키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완전히 중단된 겁니다. 나중에 특검을 통해 언론장악 시나리오, 특히 MBC 장악 과정을 조사하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겁니다. MBC가 방송사 중에서도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었기 때문에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정권에게는 MBC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을 거예요."

- 지난주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의 기관보고에 MBC가 하루 전날 언론자유를 이유로 불참을 통보하고 출석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보세요.
"오만과 독선이죠. 공영방송은 보도와 방송 내용에 대해 시청자에게 설명할 책임이 있어요.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가 요구하는 것은 사건 발생 당일인 4월 16일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라는 오보를 MBC가 제일 먼저 보도했다는데 그게 세월호 구조작업 전체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입니다.

또 현장에 있던 목포MBC 취재팀은 취재 결과 전원구조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서울 MBC 보도국에 얘기했다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거지요. 그 때문에 그렇게 된 경위를 국회에 나와서 설명하라는 것이죠. 하지만 어떠한 해명도 없었습니다. 하기는 할 말이 별로 없었을지도 모르지요.

어떤 사정이 있어서 '전원구조'라는 오보를 냈는지 몰라도, 어떤 이유가 됐든 재난보도는 신중하고 냉철하게 해야 됩니다. 확인에 확인을 거듭해야 합니다. 지금 MBC가 하고 있다는 해명은 경찰 누군가로부터 듣고 '전원구조'라는 오보를 냈다는 건데 한 군데 정보원 얘기만 듣고 기사를 쓴다는 것은 말이 안 돼요. 미국드라마인 <뉴스룸>에 비슷한 상황이 나오더군요.

현재 MBC 경영진에게는 대통령과 청와대, 국정원 등 최고 권력기관 이외에는 두려워하거나 눈치 볼 기관이 없으며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도 예외가 아닌 것 같습니다. '언론자유'는 권력을 감시, 견제, 비판하는 과정에서 언론사와 권력기관 사이에 갈등과 충돌이 일어났을 때 필요한 것이지, 공영방송의 설명책임 의무를 거부하기 위한 구실로 쓰일 것이 아닙니다. '언론사의 제멋대로 행동할 자유'는 더더욱 아닙니다.

어느 야당 의원 말처럼 지금 MBC에게는 내부의 정당한 목소리를 억누르기 위한 '언론탄압의 자유'는 있을지 몰라도 진정한 정의와 진실을 추구하기 위한 '언론자유'는 없어진지 오랩니다. '전원구조' 오보가 나오는 과정에서부터 세월호 보도 전체에 걸쳐 청와대나 국정원 등의 외압, 또는 '알아서 기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 게 상식적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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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익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공동대표 ⓒ 최용익


- 최근 MBC 경영진은 다른 언론사와 인터뷰하거나 인터넷 게시판에 MBC를 비판하는 글을 올려 징계받기도 하는데 어떻게 보세요?
"언론이라면 대외적으로 권력비판과 환경감시 기능이 필수적이며 대내적으로 수직적인 의사소통구조, 즉 상명하달식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자유롭고 활발한 대화와 토론이 활성화되어 있어야 해요. 그런 풍토가 잘 돼있다면 다른 언론사와의 인터뷰나 인터넷 게시판에 자사를 비판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오죽하면 자사를 비판하겠어요. 다른 언론사와 인터뷰했다고 징계를 내린다는 것은 MBC 내의 분위기가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그래서야 청와대나 국정원 같은 힘센 권력기관을 어떻게 견제, 감시, 비판할 수 있겠습니까? MBC가 언론사가 아니라 권력과 그 하수인들이 주무르는 선전기관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주는 유력한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보여준 언론의 보도 행태에 많은 비판이 쏟아졌고 KBS 경우 사장이 해임되는 상황까지 갔습니다. 1987년 6월 항쟁 때 당시 명동성당에 갔던 취재 차량이 부서질 정도였다던데 그때와 비교해 현재 언론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체제의 모순이 쌓이고 쌓여 폭발 직전에 이르면 즉, 사회적으로 위기가 닥치면 제대로 보도하는 언론사와 그렇지 않은 언론사에 대해 현장의 시민들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현장에서 다른 언론사는 욕먹었지만, MBC는 오히려 격려와 환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김재철이 오면서 6월 항쟁 이전의 과거로 돌아간 거죠.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1987년 이후 MBC와 KBS 등 공영방송과 한국사회의 관계는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진전이 공영방송의 언론자유의 폭을 확대하는 쪽으로 영향을 미치고, 공영방송은 한국사회의 여론 다양성 공간을 확장해나가는 선 순환적 관계를 구축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이후 민주주의 발전이 지체되면서 역방향으로 후퇴하자 이는 곧바로 공영방송의 존폐가 문제될 정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어요. 당연하게도 방송저널리즘은 이 같은 환경변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최일선 취재를 맡은 사건기자들은 악화된 취재환경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마련인데 보도국 사회부 기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27년 전인, 1987년 6월 명동성당에서 그랬듯이 다시 시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세월호 사건에서 잘 나타났어요.

시민들은 '조·중·동과 방송3사'를 한 묶음으로 보고 있어요. 특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취재현장에서 환호와 지지를 받았던 MBC가 최근에는 가장 시민들에게 냉대와 외면을 받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말았는데 그 이유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확 달라진 MBC 뉴스 때문이죠."

- 정권이 바뀔 때마다 MBC와 KBS 공영방송사들은 사장 선임을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르는데 공영방송 제도가 안정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비단 사장선임만이 아니라 정권이 공영방송에 대해 함부로 간섭, 개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결국, 그것도 국민 혹은 시민의 힘으로 강제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그러려면 정당 또는 노동, 시민운동 등 사회운동과 결합된 시민들의 조직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언소주 같은 조직도 그런 것 중 하나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고요. 이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 엘리트들의 넉넉한 철학과 관용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서도 잘 나타나지만 정권을 잡은 세력은 예외없이 KBS와 MBC를 통제하려고 했고, 그 일환으로 말을 잘 들을 사람을 사장으로 앉히려 해왔습니다. 이건 여야가 따로 없습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도 자신의 말을 잘 들을 사람을 사장으로 뽑아 보내려고 했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처럼 무식하게는 안 했지만 다를 바가 없어요.

여야는 한 걸음씩 물러서서 '정권을 내 줄 경우'를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제 아무리 방송인들이 정권에 맞서 강고하게 투쟁하고 기자, PD 등 현업자들이 의지와 열정을 가지고 있다 해도 우리나라만의 역사적, 사회문화적 조건을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권력으로부터 공영방송을 지키는 수호자는 방송사 내부의 임직원뿐 아니라 방송사 외부의 다른 언론과 국민이란 사실이 중요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최용익 #MBC #해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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