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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성의 '의리의 아이들'이 날린 돌직구

[주장] 월드비전 캠페인이 개인에게 던지는 시사점, 실천으로 이어지길

14.07.21 11:03최종업데이트14.07.2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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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의 '멈추게 해 주세요' 캠페인 영상의 한 장면. ⓒ 월드비전


<의리의 아이들> 오디션 영상을 활용한 '멈추게 해 주세요' 월드비전 캠페인이 공개됐다. 무려 7분에 가까운 영상이다. 하지만 몰입감이 있다. 감동도 있다. 관련 뉴스 기사는 잔잔한 감동을 자아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잔잔함보다는 폐부를 찌르는 '그 무엇'이 있는 영상이다.

"의리의 아이들" 오디션 영상 보러가기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월드비전 홍보대사인 배우 김보성이 메가폰을 잡는 <의리의 아이들> 영화 제작을 위해 아역 배우 오디션이 진행됐다. 오디션 과제는 매우 이색적이었다. 더러운 물 식수로 마시기, 무거운 돌지게 지기, 사다리 타고 천장의 사과 따기.

그러나 영화 제작은 본래 없었던 일이다. 오디션에 참여했던 부모들에게는 당황스러운 일이겠지만 월드비전의 캠페인 홍보를 위한 프로모션이었던 것이다. 몰래 카메라 형식으로 진행된 오디션의 메시지는 '내 아이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관심 받지 못하는 세계의 어린이들을 외면하지 말자'는 것으로, 오디션 과제로 주어진 일을 실제로 매일 맞닥뜨리며 살아가야 하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영상이 상영됐다.

몰래 카메라 형식을 빌려 제작된 바이럴 영상이기에 제작진과 김보성은 오디션에 참여한 부모들과 아이들에게 정중히 사과를 구했다. 부모들 또한 "이것이 산 교육"이라며 소감을 표하는 등 캠페인의 의도를 헤아리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영상 공개 후 SNS 반응도 뜨겁다. 공개한 지 하루 만에 페이스북 계정으로 등록된 해당 게시물은 1만 건 이상의 '좋아요'와 5천 건 이상의 '공유하기'를 기록했다. 댓글은 영상을 보고 받은 감동에 대한 이야기로 넘쳐난다. 이만하면 캠페인에 대한 초반 성적으로는 가히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잔잔하지만은 않은 찌릿한 감동의 기폭제는 마치 돌직구와 같았다. 오디션에 참여했던 부모들의 당혹스러움은 영상을 보는 이들의 당혹스러움이기도 했다. 기아에 허덕이는 세계의 아이들을 단지 내 아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관심의 영역에서 무의식적으로 배제시키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애써 자각하고 싶지 않은 가면(페르조나) 중의 하나이기에 감동의 여운 뒤로 발가벗겨진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아울러 세계의 기아들이 관심의 영역에서 밀려나는 이유를 '구조'가 아니라 '개인'에게서 찾는 영상의 메시지 속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이 또한 오디션에 참여했던 부모들의 당혹스러움의 한 부분이리라). 아마 이타적이지 않게 살게끔 종용하는 '구조'의 문제를 들어 마음 한편으로 변론했을 법하다.

여기서 '구조'의 문제를 들어 변론하고 싶은 내면의 과정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변론하는 과정으로 이끄는 동인은 다름 아닌 '이항대립'이다. '이타적이지 않은 개인은 옳지 않다'는 항과 '이타적인 개인이 옳다'는 항을 은연 중 상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돌직구를 맞고 드러난 '이타적이지 않은 개인'은 옳지 않음의 영역에서 벗어나고자 변론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항대립의 상정이 월드비전의 바이럴 캠페인을 준비했던 제작진의 의도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작진 역시 배제되고 폐제되는 기아의 문제가 개인의 영역을 넘어 구조로부터 기인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도리어 이러한 이항대립의 상정은 영상의 메시지를 마주하는 시청자 내부에서 일어난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이항대립의 상정이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일상 가운데 자연스럽게 진행될 뿐이다.

정리하면, 제작진은 개인에게 가혹한 죄책감만을 선사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 본다.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 이항대립을 상정하고 옭아매는 개인이 비정상이라는 말도 아니다. 개인과 구조의 얽히고설킨 여러 이유들 속에서 개인에게 던지는 시사점을 감동의 요소와 더불어 뽑아냈다는 것은 제작진에게 공으로 돌려야 할 부분임에 틀림없다.

한편 감동의 여운 속에 '이타적인 개인'으로 각성된 각 사람들은 캠페인 참여나 구조의 문제를 다루는 실천의 장으로 흡수되어져야 함은 마땅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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