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변사체 DNA 분석 결과 유병언 확인"

우형호 순천경찰서장 "유병언 전 회장 맞다는 감정결과, 구두로 통보받았다"

등록 2014.07.22 09:06수정 2014.07.22 10:56
43
원고료로 응원
a

유병언 사체발견 브리핑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으로 추정되는 변사체가 발견된 가운데 우형호 전남 순천경찰서장이 22일 오전 순천경찰서에서 유 전 회장 추정 변사체와 관련한 수사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우 서장은 이날 변사체의 지문이 유 전회장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기사 보강 : 22일 오전 10시 50분]

6월 12일 전라남도 순천시 송치재 휴게소 인근에서 발견된 변사체는 세월호 실소유주로 꼽히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확인됐다. 우형호 순천경찰서장은 22일 오전 순천경찰서에서 브리핑을 열어 "DNA 감정 결과 유병언 전 회장이 맞다는 감정결과를 구두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순천시 서면 박아무개씨 매실밭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패된 변사체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들어온 것은 6월 12일 오전 9시 6분경이었다. 당시 순천서는 강력팀과 과학수사팀이 현장 감식을 했지만 심한 부패로 신원을 파악할 수 없었다. 2차에 걸쳐 지문 채취도 시도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우 서장은 "다음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광주과학수사연구소에 DNA 감정을 의뢰했고, 어제 저녁 경찰청 본청으로부터 변사체와 그간 검경 수사활동으로 확보한 (유병언 회장의) DNA가 일치한다고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시신만으론 신원 확인 등이 어려워 머리카락과 대퇴부뼈를 채취, 국과수로 보냈다. 국과수는 보다 정확한 감정을 위해 유 전 회장의 형 병일씨와 염색체 등을 비교한 결과 '동일한 부모를 둔 형제'라는 점도 확인했다.

그런데 사건 당시 현장에는 세모그룹 계열사에서 만든 스쿠알렌 빈 병 하나와 유 전 회장의 저서 제목 '꿈같은 사랑'이 쓰인 가방 하나가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별 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사체 발견 장소가 검찰이 급습했다가 허탕쳤던 그의 은신처 인근이란 점도 놓쳤다. 경찰청이 6월 13일 유 전 회장의 신체 특징 중 하나로 '왼쪽 두 번째 손가락이 절단된 상태'라고 발표했고, 순천서는 부검과정에서 이 점을 확인했지만 변사체가 유 전 회장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경찰 스스로도 초동수사의 부실함을 인정했다. 우형호 순천서장은 22일 브리핑에서 "그게 유감스럽고 미흡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사체를 감싸고 있던 겨울점퍼와 신발이 많이 훼손되긴 했지만 고급품이란 것을 간과했다"며 "그때 파악했다면 좀 긴급하게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았겠나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 40일 동안 검찰과 경찰은 유병언 전 회장을 잡기 위해 많은 인력을 투입했다. 수사를 전담하는 인천지방검찰청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검사장)은 기한이 만료된 유 전 회장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재청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영장이 다시 나온 날 밤,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 전 회장임이 확인된 것이다.


한편 유 전 회장의 사망원인이나 시기 등은 아직 명확히 나오지 않았다. 국과수는 현재 2차 정밀감정을 진행 중이다. 우 서장은 "독극물 감정 등도 국과수에 의뢰했다"며 "앞으로 유 전 회장의 이동동선 등을 정확히 확인하고 사망과정에 타인의 물리적 개입이 있었는지 등을 검토, 객관적 사실로 사건을 재구성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우 서장 등 순천서 관계자들이 취재진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대퇴부뼈 분석하는 데 40일가량 걸려... 초동수사 미흡은 인정"

a

옮겨지는 유병언 추정 변사체 22일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으로 추정되는 변사체를 전남 순천의 모 장례식장에서 서울과학수사연구소로 옮기기 위해 엠뷸런스에 옮겨 싣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문은 어떻게 확인했나.
순천서 과학수사팀장 : "변사체가 발견되면 부패와 건조가 같이 진행된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것은 좌측에선 건조가 빨리, 우측에선 배에 깔린 상태로 부패가 빨리 진행 중이었다. 그래서 6월 13일 부검 시 왼손 다섯 손가락을 잘라 뜨거운 물에 담근 뒤 일주일 뒀다가 18일 1차 채취를 시도했다. 하지만 융선이 나타나지 않았다. 6월 22일 다시 열 가열법을 시도했으나 그떄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우측 손은 계속 건조와 냉동(보관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약간 지문이 보여서 그걸 채취했다. 이후 경찰청에서 유전자 감정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지문이 다 썩었지만 일부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 언제 지문을 확인했는지.
"오늘(22일) 새벽이다. 최초 발견은 6월 12일이고 부검은 13일에 했다. 영장 받는 기간 등이 있어서 (발견하자마자 부검을) 바로 진행할 수 없다."

- 사망 원인이나 시점은 추정가능한가.
"사망 원인은 더 수사할 수 없다. 부검 끝난 것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광주과학수사연구소에 보냈고, 그떄 유전자 감정을 같이 한 것이다. 사망시점도 부패가 80% 정도 진행됐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 없다. DNA 감정은 (초기에) 바로 의뢰했다. 6월 13일에 광주과학수사연구소로 보냈다."

- 시신이 손가락 세 개가 절단됐다던데, 맞나.
"당시에는 그렇게 보긴 어려웠다. 단지 좌측 두 번째 손가락이 조금 없었다."

- 지문 채취한 건 어느 쪽인가.
"오른쪽 두 번째 손가락이다."

- 근데 왜 이제야 지문을 확인한 건지.
"(시료를) 건조시키고 계속 수사 중이었다. (국과수 감정 등으로) 인적사항이 확인되고나서 바로 맞춰봤다."

- 인상착의나 유류품이 발견됐고, 유병언 전 회장이 당시 순천에서 도주 중이었던 점 등을 볼 때 변사체 발견 다음날이라도 아주 긴급하게 수사해야 하지 않았냐.
순천서장 : "맞다. 그게 유감스럽고 미흡한 부분으로 평가한다. 사체 자체는 심하게 부패가 진행됐기 때문에 (신원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유류물이 다수 있었다. 스쿠알렌 빈 병 하나는 그쪽 계열사 제품으로 나중에 확인됐는데 그때 당시에는 몰랐다. 또 천가방에 (쓰여)있는 것도 유병언씨가 쓴 책 제목이었지만 몰랐다. 이번에 (DNA분석으로 변사체 신원이) 확인되고 나서야 그것이 유병언씨가 직접 쓴 책 제목이란 걸 알았다. 비록 많이 훼손됐고 심하게 부패되긴 했지만, 사체를 감싸고 있던 겨울 점퍼나 신발이 고급품이란 점을 간과했다. 그때 파악했다면 좀 긴급하게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았겠나 하는 점을 말씀드린다."

-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는 걸 시인하나.
"네 그렇다. 우리가 완벽하지 못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 유류품 감정 결과도 나왔는가.
"유퓨룸은 국과수에 감정의뢰를 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 DNA 감정 결과가 나오면서 천가방 글자 등을 어젯밤 다시 확인해봤다."

- 시신에 독극물 흔적 등은 없었나.
"그건 감정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2차로 다 의뢰했다."

- 타살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나.
"일단 정확한 것은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와야 하지만, 1차적으로 타살혐의는 없어 보인다. 칼자국 등을 현재까지는 발견하지 못했다. 정밀 감정이 끝나면 타살 여부가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 사망시점도 어느 정도는 나올 것으로 본다."

- 발견 장소는 수색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던 것인가.
"저희들이 오랫동안 수색을 실시했는데, 유병언씨 은신장소를 찾는 게 수색의 목표였다. 그래서 펜션이나 주택, 폐가, 창고나 구원파 관련 대지에 있는 건조물 등을 대상으로 했다. 6월 12일 사체가 발견된 장소는 처음부터 은거용의장소로 선정할 수 없는 곳이다. 당연히 은거장소에선 제외했던 곳이다."

- 유 전 회장이 그곳에 간 이유는 무엇일까.
"앞으로 수사해보려고 한다. 감정 결과가 나오면 이동동선을 파악하고, 관련 CCTV화면 수사 등으로 파악하겠다."

- 변사체 발견 신고가 6월 12일에 있었는데, 그 전에 신고자 박아무개씨가 매실밭을 마지막으로 찾은 시기는 언제인가. 또 박씨에게 특이한 점은 없었는지.
"박씨가 발견하기 얼마 전에 (마지막으로) 매실밭에 갔는지는 아직 확인 못했다. 그의 특이점도 아직 검토하지 못했다."

- DNA 감정에 40일이나 걸린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순천서 과학수사팀장 : "평상시 유전자나 혈액이 선명하고 깨끗하면 일주일 이내에 다 나온다. 근데 유병언씨는 대퇴부 뼈를 절단해서 유전자 감정했다. 뼈는 분석하는 데에 약 40일 걸린다는 게 (국과수) 본원 실무자의 통보다. 저희들이 직접 받은 것은 아니고 어제 오후 8시경 경찰청을 거쳐 받았다. 사체가 심하게 부패해서 피부조직으론 도저히 (DNA 감정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유전자가 확실히 보존된 대퇴부 뼈를 잘라서 의뢰했다. (시신이) 80% 이상 부패됐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a

유병언 추정 변사체 발견장소 22일 오전 경찰의 DNA 감식결과 유병언으로 추정된 변사체가 지난달 12일 발견된 전남 순천시 서면 신촌리의 모 야산 밑 밭에서 변사체를 처음 발견한 마을 주민이 아직 현장에 남아있는 변사체의 머리카락과 뼈조각을 가리키고 있다. ⓒ 연합뉴스


- 부패가 진행된 지 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인가.
순천서장 : "명확히 말씀드리긴 곤란하다. 계절이나 온도, 습도, 본인 질환 여부에 따라 각자 다르다. 그래서 국과수가 감정하는 것이다. 그때 당시 날씨나 장소 상황 등을 고려해 추정한다. 근데 그 (사망)추정기간이 좀 길어질 수 있다."

- 지문 채취도 부패가 심해서 두 번이나 실패했고.
"예. 한 번 시도할 때마다 말려야 해서 일주일가량 시간이 걸린다. 2회에 걸쳐 시도했는데 실패했다가 DNA가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고 다시 꺼냈더니 그동안 축축했던 사체가 좀 건조됐다. 그러니까 예상치 않았던 지문이 현출돼서 확인해보니 일치했다."

순천서 과학수사팀장 : "보충 설명을 드리겠다. 6월 13일 부검 당시 손가락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상태에서 5개를 절단한 이유는 손가락 건조가 심해서 지문을 채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무나 돌 같은 모양이었다. 이걸 열 가열법 사용을 위해 물에 담근 다음 일주일이 지난 뒤에 가스렌지 같은 도구로 가열하면 풀어진다. 그때 1차 채취 시도를 했는데 지문이 안 나타났다. 22일 다시 했을 때에는 지문이 없었다. 거의 닳고 융선이 없었다. 그런데 건조시킨 우측 손에서 나왔다. 손가락 10개 가운데 오른쪽 집게손가락 하나 나온 것이다. 이것이 유병언씨 본인 지문으로 최종 확인됐다."

- 언제 유병언으로 의심했나.
순천서장 : "어제 (국과수 감정 결과) 통보를 받고 나서였다. 외관상 특정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유류품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 오늘 새벽에야 현장보전 들어갔다고 들었다.
"모든 범죄는 계속 현장보전하지 않는다. 사실 현장보전은 감식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을 때, 일반인들 출입을 막기 위해서 한다. 저희는 감식이 진작에 끝났지만 워낙 기자분들이 많이 몰려와서… 사실 불필요한 것인데 폴리스라인 치고 보전하는 것이다."

- 발견 당시 머리카락은 어떠했나. 거기에서도 DNA를 채취할 수 있지 않나.
"흰머리였다. 근데 머리카락만으론 DNA 감정에 부족할 것 같아서 국과수에 보낼 때는 머리카락이랑 대퇴부 뼈를 같이 보냈다."

- 변사체 발견됐을 때에 검찰에 보고는 했나.
"저희는 통상절차에 따라 보고한다. 그런데 현장에 들어갔던 저희가 (유병언 전 회장인지 여부를) 눈치 채지 못했다. 저희 보고를 받은 검찰 역시 당연히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은 이상으로 마치겠다."

a

유병언 변사체 소지품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으로 추정되는 변사체가 발견된 가운데 22일 오전 순천경찰서에서 유 전 회장 추정 변사체와 함께 현장에서 발견된 유류품이 사진으로 공개되고 있다. ⓒ 연합뉴스


#유병언 #세월호
댓글4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AD

AD

AD

인기기사

  1. 1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2. 2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민주당은 앞으로 꽃길? 서울에서 포착된 '이상 징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