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희 의혹' 보도, <뉴스타파>가 간과한 것들

[분석] 공직후보자 재산신고제도 문제가 본질... '의도적 재산축소' 밝히기에 역부족

등록 2014.07.23 12:00수정 2014.07.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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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재보궐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광주 광산을)의 배우자 보유 부동산 축소 신고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 ⓒ 화면 캡쳐


7·30 재보궐 광주 광산을 지역에 출마한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재산 축소 의혹이 제기됐다. 탐사보도매체 <뉴스타파>는 지난 18일 남편 남아무개씨가 지분을 소유한 부동산 업체의 재산을 권 후보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의도적으로 재산을 축소신고 한 것 아닌지 의혹이 제기된다"라고 보도했다.

곧바로 <뉴스타파>의 보도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독립언론을 지향하는 <뉴스타파>가 진영에 상관없이 검증의 칼날을 들이댄 것이라는 호평과 보도내용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됐다. 여야 정치권도 이 문제를 놓고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다. 권 후보 측은 보도내용을 "악의적"이라고 반박하고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쟁점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뉴스타파>의 주장처럼 권 후보가 '의도적'으로 재산을 축소신고 한 것인지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또 한 가지는 권 후보의 남편이 소위 '유령회사'를 설립해 부동산사업을 하고 있는지 여부다. 여기에 덧붙여 이를 보도한 <뉴스타파>의 보도태도도 생각해볼 지점이 있다.

[쟁점1] 비상장주식 액면가 신고, '의도적 축소'로 볼 수 있나?

권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의 최대 핵심은 '의도적으로 재산을 숨겼다'라는 것이다. <뉴스타파>가 지적한 권 후보의 '숨겨진 재산'은 남편 남씨가 지분 40%를 가진 스마트에듀라는 업체가 소요한 충북 청주에 상가건물 7개 점포와 지분 100%를 가진 케이이비앤파트너스라는 업체가 소유한 경기도 동탄의 주상복합건물 오피스텔 2개호다. 법인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두 업체 모두 부동산매매, 임대업으로 등록돼 있으며, 남씨의 지분과 회사의 부동산 보유현황 모두 사실에 부합했다.

이 부동산들이 남씨의 소유가 아니라 '남씨가 지분을 소유한 법인의 부동산'이라는 점에서 재산 신고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 비상장주식을 보유했을 경우 액면가만 신고하게 돼 있는 현행 공직후보자 재산신고 제도에 따라 권 후보는 남편의 두 업체 주식 보유분만 신고했다. 자신이나 가족이 지분을 보유한 업체의 재산까지 공개할 의무는 없다. 그런 사실 때문에 <뉴스타파>는 권 후보가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왜 의도적으로 재산을 숨기려 했는가'라는 의문이 뒤따른다. <뉴스타파>는 남씨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고 케이이비앤파트너스의 유일한 등기이사라는 점과 권 후보의 여동생이 법인 감사인 것을 지적했다. 또 이 업체와 스마트에듀라는 업체 모두 사무실이 없는 '유령회사'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통 이런 문제점은 개인이 탈세를 목적으로 개인재산을 법인 소유로 돌리거나, 법인의 나머지 지분을 차명주식으로 은닉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될 때 나오는 것들이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정확하게 '어떤 의도'로 권 후보가 남편의 재산을 축소한 것인지는 직접적으로 지적하지 않았다. "남씨의 개인 기업이나 다를 바 없다"라며 자산규모에 비해 적은 소득세 등을 보여주며 탈세나 차명주식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정황들만 나열했다. 권 후보가 재산 축소 신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불분명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의도성 재산 축소'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의도'가 설명돼야 하는데, 그것이 빠져 있는 것이다. 

다만 남씨가 두 법인을 통해 펼치고 있는 사업은 경매와 대출을 통해 부동산을 매입하고, 이를 임대하는 공격적인 방식이라는 점에서 투기성이 강하다. 전체 30억 원 가량으로 파악되는 두 업체의 전체 부동산에는 채권최고액 22억4500만 원가량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을 정도다. 권 후보가 의도적으로 재산을 축소했다고 한다면, 남편의 투기성 부동산 사업을 감추려 했다는 정도가 될 수 있겠다. 이런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두 업체의 부동산 확보 과정, 남씨의 재산 형성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야 한다.

[쟁점2] 남편 남씨는 유령회사를 세웠는가?

남씨가 유령회사를 운영했는지 여부는 권 후보의 '의도적 재산축소'만큼이나 의문이 남는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남씨가 지분을 소유한 두 업체의 운영 형태가 업계에 일반적이며, 위법하지도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뉴스타파>는 보도에서 스마트에듀의 주소지에는 업체와 관련 없는 법무사 사무실이 있고, 케이이비앤파트너스의 주소지 부근의 차고지 근처에서 운전기사들과 한 인터뷰를 통해 이곳 역시 사무실이 없음을 지적했다.

한 부동산 전문업체의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남씨의 회사 가운데 스마트에듀는 일종의 특수목적법인(SPC, 페이퍼컴퍼니)으로 투자자를 모아 부동산을 매입하고 임대수입을 분배하는 업체라고 할 수 있다"라며 "그런 경우 사무실이나 직원을 두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게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남씨가 100% 지분을 가진 케이이비앤파트너스와 관련해서는 "개인 소유나 법인 소유나 세금에 큰 차이가 있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부인이 공직자였기 때문에 개인이 소유할 경우 투기로 비칠 우려가 있어 법인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처음에는 투자자가 여러 명이었다가 투자를 철회했을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을 개인이 아닌 법인소유로 돌린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은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이 문제는 남씨 역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부분이다. 남씨는 지난 20일 SBS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사무실 없이 운영한다(고 보도한)는 건 악의적이다, 그 앞에 분명히 사무실이 있는데도, 버스 정류장으로 쓰는 곳 찾아가 운전기사들과 이야기해서 보도했다"라며 "사무실 쓰는 곳이 거기 밖에 없어 찾을 수 있는데 (뉴스타파가) 일부러 안 갔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령회사 의혹과 관련해 "부동산 임대 소득이라, 우리 업무영역이 주로 세금 관련된 것이다, 담당 세무사가 정해져 있고 세무관계 작업을 하고 있고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라며 "직원이 필요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법인 제도에 맞고 정상적으로 부합하게 모든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령회사, 소위 페이퍼컴퍼니가 불법을 저지르기 위해 설립되는 경우가 많지만 모든 페이퍼컴퍼니가 불법은 아니다. <뉴스타파>와 남씨의 의견이 서로 대립되고 있지만 각자의 주장만으로는 불법성을 가릴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여기서도 남씨의 페이퍼컴퍼니가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부동산 투기를 위해 설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은 가능할 수 있다.

<뉴스타파>의 보도 옳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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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7.30 재보궐선거 공천장 수여식에 참석한 광주 광산을 권은희 후보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와 손잡고 있다. ⓒ 남소연


최종적으로 많은 논란을 남긴 <뉴스타파>의 보도가 과연 옳았는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남편이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업체가 투기성 짙은 사업으로 법인의 재산을 형성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권 후보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 부분은 재산신고에서 빠졌다. 하지만 그것은 법적인 절차에 따른 것이었다. <뉴스타파>는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의도성'을 충분하고 명확하게 규명하지 않았다. <뉴스타파>의 보도 역시 이런 혼란 속에서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권 후보는 지난 대선 국정원댓글 사건에서 윗선의 수사개입을 폭로했다. 새정치연합은 '정의로운 인물'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권 후보를 광주에 전략공천했다. 그렇다고 권 후보에게만 관대한 평가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 반대로 권 후보라고 해서 공정성에서 벗어난 평가 잣대를 들이대서도 안 된다. 이 부분에서 <뉴스타파> 보도의 아쉬운 부분이 있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오마이뉴스>는 권 후보의 상대 후보인 송환기 새누리당 후보의 재산 내역을 살펴봤다. 송 후보 역시 비상장주식 10억여 원을 신고했다. 그 가운데 '(주)종영'이라는 업체는 송 후보의 부인과 장남, 자녀가 총 4만 주의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종영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총 발행 주식이 4만 주로 사실상 송 후보 가족이 모든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종영이라는 업체 역시 부동산 매매, 임대업을 하는 업체이고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취재결과 종영은 송 후보가 개인소유로 신고한 광주 L빌딩에 오피스텔 2호를 소유하고 있었다. 송 후보 역시 이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았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권 후보 남편의 경우와 일치한다. 오히려 후보자 본인이 직접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편의 재산을 축소했다'는 의혹을 받은 권 후보보다 더 비판받을 수 있는 지점이다. 

<뉴스웨이> 보도에 따르면 송 후보는 <뉴스타파>의 보도 이후 거리 유세에서 "권 후보는 남편이 수십억 원대 부동산을 사실상 보유하고 있음에도 재산신고에는 이를 축소 신고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라며 "권 후보가 주장하는 정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혼란스럽고, 본인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두 후보가 모두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권 후보의 사례만 부각되면서 송 후보가 이를 빌미로 권 후보를 비판하는 상황이다.

<뉴스타파> 보도에서 김병국 전 청와대 외교수석의 경우를 권 후보 사례에 비교한 것도 무리다. <뉴스타파>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권 당시 김 수석이 1000억 원 가량의 빌딩을 소유한 업체의 비상장주식 50%를 소유하고도 액면가인 6억 원만 신고했다는 점을 권 후보 사례에 빗대었다. 그러나 당시 김 수석이 비판을 받은 것은 '재산을 축소했다'는 것이 아니라 공직자가 국가공무원법에서 금지한 영리행위를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권 후보의 '재산 축소신고'의 의도성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권 후보 사례의 문제가 아니라 현행 공직후보자 재산신고 제도의 문제로 접근했어야 한다. 그 가운데 한 사례로 권 후보의 경우가 지적될 수 있다. <뉴스타파>의 칼날도 권 후보가 아닌 공직후보자 재산공개 제도를 향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점은 아쉽다. 

이와 관련해 <뉴스타파>는 지난 22일 후속보도에서 권은희 부부가 법인 소유의 오피스텔에서 거주하며 사실상 법인 부동산을 사유했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권 후보 측은 "해당 오피스텔이 법인의 사무공간으로도 사용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뉴스타파>는 2010년 취득한 상가 점포 채권을 축소해 해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권 후보 측 해명에서는 7개 점포의 채권을 취득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16개 상가의 채권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권 후보 측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뉴스타파>의 이러한 보도는 추가적인 의혹공개를 통해 이전 보도의 정당성을 얻기 위함이다. 그러나 공직후보자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차원의 의미는 있을지 몰라도 여전히 권 후보가 이러한 사실을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직후보자 재산신고 제도를 악용했다'는 의혹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그런 이유로 <뉴스타파> 역시 이번 보도에서 '제도'의 문제를 부각시켰다. 하지만 다른 후보들 역시 같은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권 후보의 문제만 집중하는 것은 편파적 보도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조승수 전 진보신당 의원은 지난 2010년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비상장주식을 20% 이상 소유했을 경우 회사의 매출액과  소유재산을 함께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뉴스타파 #권은희 #광주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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