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훈 "총리가 세월호 농성장 와서 사죄해야"

[인터뷰] 광화문 단식농성장 지지방문... "세간의 시선, 두렵지 않다"

등록 2014.07.22 22:49수정 2014.07.22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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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단식농성장에 총리 정도는 와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높여온 한 남자가 세월호 참사에 대해 한참 동안 열변을 토한 뒤 나직이 한 마디했다. 빨간 머리를 한 그가 제복을 입고 세월호 유가족과 어깨동무를 하는 모습은 어색하지 않았다.

가수 김장훈씨가 22일 오후 2시께 광화문 광장 앞 세월호 가족 단식농성장을 찾았다. 이날 세월호 유가족은 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단식농성장 내에는 '세월호 가족이 의사상자 지정 및 대학특례입학을 요구했다'는 세간의 오해를 반박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국회 내에서 세월호 특별법은 표류하고 있고, 유가족에 대한 오해는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오는 24일, 세월호 참사는 발생한 지 100일이 된다.

김씨는 "유가족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기에 함께하고 싶어 오게 됐다"라고 세월호 가족 단식농성장을 방문한 이유를 밝혔다. 김씨는 오는 24일 오후 7시 30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리는 '세월호 100일 추모 음악회'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유가족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는 김씨를 만나봤다. 다음은 김장훈씨와 한 인터뷰 일문일답 내용이다.

"세월호 참사 장기적 해결 위해 '선택과 집중'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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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에게 힘이 되고 싶었습니다" 가수 김장훈씨가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 앞 세월호 유가족의 단식농성장을 찾았다. ⓒ 이세정



- 세월호 참사 가족 단식농성장에 방문하게 된 이유는?
"유가족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단식농성장에) 왔다. 지금까지 진도에 아홉 번 정도 다녀왔다. 가족을 찾지 못한 분들이 아직 계시기 때문이다. 사실 방문 횟수가 중요한 건 아니다. 아홉 번째가 되기 전에 잘 처리됐어야 하는 일이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날은 태어나서 가장 무기력했던 순간이었다. 아마 모든 국민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참사의 강도보다도 내가 어떤 도움도 될 수 없다는 좌절감·미안함 때문에 사람들이 더 지치는 것 같다."

-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나름의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
"세월호 참사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크게 세 가지 계획이 있다. 첫째는 1만 명가량의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센터를 세우는 '우리 프로젝트'이다. 둘째는 음악활동이다. 나는 가수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영혼을 다룬다는 자부심이 있다. 콘서트를 통해 세월호 가족들을 위로할 생각이다. 셋째는 온라인 서명이다. 이를 위해 안 하던 트위터와 페이스북도 시작했다. 시작한 지는 3주 정도 됐다. 들어가서 사람들과 한 시간씩 채팅한다."


"소셜테이너 향해 쏟아지는 시선, 두렵지 않다"

- 연예인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사용은 대중과 언론의 오해를 사기도 한다. 이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
"없다. 나의 SNS 이름을 '밥상머리'로 정했다. 옛말에 '밥상머리'에서 정치 얘기하지 말라지 않았나. 밥상머리는 지친 사람들이 서로를 다독여주는 자리다. SNS 역시도 좌우, 세대, 정파적 편향을 떠나 모두가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는 뜻에 밥상머리라고 이름 붙였다. 정말 다행히 아직까진 차단시킬 정도인 사람은 없었다."

- 연예인의 사회 참여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나는 댓글을 안 본 지 10년 정도 됐다. 독도·세월호 문제를 다루는 데 '연예인이 나대냐'는 시각은 거론할 거리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정파보다도 늘 국가와 관련한 문제만 관여해왔다. 세월호 역시 이 문제에 대해 파가 갈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참여한 것이 아니다. 대다수의 대한민국 국민은 같은 마음으로 대한민국의 안전을 꿈꿀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정파적 오해 소지 있어 지방선거 끝나고 활동 참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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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 광화문광장 앞 세월호 유가족의 단식농성장을 찾은 가수 김장훈씨는 "총리 정도는 와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비판했다. ⓒ 이세정


-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활동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세월호 문제는 오랜 고민 끝에 참여를 결정했다. 사고 발생 약 50일 만인 6월 5일에 참여를 시작했다. 50일 동안 생각을 한 것이다. 외국 공연 일정 여덟 건을 다 취소했다. 50일 동안 방에 틀어박혀 공부하고 계획을 세웠다. 정부 관료들도 아마 그렇게는 안 할 거다.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1개월 만에 끝났지만 일부러 지방선거가 끝나고부터 참여를 시작했다. 혹시 내가 하는 일이 정파적 오해의 소지를 줄까봐 그런 것이다."

- 오는 24일 세월호 참사 발생 100일 추모 콘서트에서 고 이보미양과 듀엣을 한다고 들었다.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가?
"고 이보미양의 꿈은 가수였다. 보미양의 아버지 이주철씨의 부탁을 받아 함께 듀엣을 하는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상영할 계획이다. '하늘과 땅의 듀엣'인 거다.

7월 24일 행사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활동을 추진해갈 것이다. 100일에만 추모 콘서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 105일, 110일에도 하고 싶다. 굵직굵직한 날에만 다해버리면 지속성이 사라지지 않겠는가. 8월 15일과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닌 평일에도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

- 음악활동에 지장은 없을까?
"9월에 신곡 활동 계획이 있긴 하다. 사실 그걸 생각하면 또 정신이 없어진다. 여가와 수면 시간을 줄이고 절반은 음악활동에, 절반은 세월호 사고 문제 해결에 쏟고 있다. 힘들지만 지칠 수는 없다. 내가 이렇게 장정인데도 힘든데 가족들은 지금 100일째 버티고 있다.

단식을 하면 최소한 총리 정도는 와서 유가족에게 사죄하고 모시고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이렇게 거리에 내버려둬도 되는 건가? 이 나라의 정치인이어서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서 그건 아니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이세정 기자는 <오마이뉴스> 20기 인턴기자입니다.
#김장훈 #세월호 #세월호 특별법 #박근혜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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