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사망을 쉽게 믿지 못하는 이유

[진단] 기본 잊은 수사와 '검거 닥달' 대통령의 합작품

등록 2014.07.22 22:53수정 2014.07.22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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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지는 유병언 추정 변사체 22일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으로 추정되는 변사체를 전남 순천의 모 장례식장에서 서울과학수사연구소로 옮기기 위해 엠뷸런스에 옮겨 싣고 있다. ⓒ 연합뉴스


DNA 검사와 지문감식 결과 발표에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사실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의문을 갖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유 전 회장의 사체가 발견된 지점은 전남 순천 송치재휴게소 인근 별장에서 약 2.3km 정도 떨어진 지점이다. 걸어도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이 별장은 금수원을 빠져나온 유 전 회장이 신아무개씨 등 측근들과 함께 지냈고, 이를 파악한 검찰이 지난 5월 25일 급습했다가 놓친 곳이기도 하다.

급습 실패 뒤 검찰은 경찰과 본격적으로 공조하면서 수십 차례에 걸쳐 인원 8000여 명을 동원해 주변 일대를 수색했다. 당시 검찰은 순천 일대에 많은 토굴까지 샅샅이 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경은 '전주·해남 등지로의 도피뿐 아니라 순천 지역에 머무르고 있을 가능성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추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유 전 회장 사체가 발견된 밭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검·경이 수색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전하고 있다. 경찰과 검찰은 "(그곳은) 사유지이고, 구원파와는 관계 없는 곳이며 은신하기 적절하지 않은 곳이라 수색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해명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추적했다고 보기 힘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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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변사체 소지품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으로 추정되는 변사체가 발견된 가운데 22일 오전 순천경찰서에서 유 전 회장 추정 변사체와 함께 현장에서 발견된 유류품이 사진으로 공개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체 주변에 있던 유류품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입고 있던 고가의 웃옷과 신발, 유 전 회장의 저서 제목이 적힌 천 가방, 세모그룹 계열 제약회사의 상호가 적힌 스쿠알렌 병, 사체에 남은 10개의 금니 등은 사체의 주인이 단순한 노숙인라고 보기 어려운 단서들이 있는데도 이런 점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대통령·정부의 '유병언 검거정국'... 결국 '유령검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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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지난 5월 21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최근까지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상삼리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시설 금수원 앞으로 집결해 있는 모습. ⓒ 이희훈


이렇게 경찰과 검찰이 수사의 기초와 기본을 간과한 상황에서 정부가 '오버액션 대책'을 내놓고 전국에 '유병언 검거 분위기'를 조성하려 한 것도 의문을 증폭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정부는 엄청난 검·경 인력을 동원하고 5억 원이라는 거액의 포상금을 거는 것도 모자라, 군까지 동원해 밀항 저지에 나섰다. 정부는 '유병언 체포 반상회'를 열도록 했지만, 결국 시민들은 이미 사망한 유병언 수배 전단지를 받아들고 검거 협조를 다짐하는 촌극을 벌인 셈이다.

이런 촌극이 벌어진 데는 대통령의 책임도 크다. 유 전 회장의 사체가 발견돼 경찰에 신고된 뒤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유 전 회장 검거를 지시하고 엄벌을 다짐한 게 다섯 차례나 된다. 대통령이 검거를 닥달하니 정부와 수사기관이 '총력 검거 태세'를 연출했지만, 결국 수사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아 유 전 회장의 사망을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온갖 검거작전을 다 펴면서 자신을 잡지 못하는 데에 유 전 회장 본인도 의문을 표시했다. <시사IN>이 보도한 유 전 회장의 도피 생활 메모 중에는 "눈 감고 팔 벌려 요리조리 찾는다, 나 여기 선 줄 모르고 요리조리 찾는다, 기나긴 여름 향한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유 전 회장은 "정말 정말 마음에 없는 잡기 놀이에 내가 나를 숨기는 비겁자같이 되었네"라고 쓰기도 했다. 정부가 자신을 별로 잡고 싶어하는 것 같지도 않고, 계속 헛발질만 하고 있다는 조롱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유병언 #사체 #변사 #검거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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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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