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어디선가 살아 있겠지?"
그날처럼 체육관에 모인 유족들

[도보행진 12신] 안산에서 서울광장까지 행진...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등록 2014.07.23 08:51수정 2014.07.2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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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취재 : 강민수·유성애 기자
사진 : 권우성·이희훈 기자
방송 : 김윤상·박정호·곽승희·강신우·송규호 기자, 안홍기 기자(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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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0일, 실내체육관 돌아온 유가족 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유가족과 시민들이 1박2일 일정으로 안산 합동분향소를 출발해 국회를 거쳐 서울광장에 도착하는 '세월호 참사 100일, 특별법 제정 촉구 대행진' 첫날 일정을 마치고 광명실내체육관에 모여 있는 모습. 아래는 지난 4월 18일 실종자가족들이 머물렀던 진도실내체육관. ⓒ 이희훈


[12신: 23일 오후 10시 40분]
예전 모습으로 체육관에 모인 유가족들


100일 아침은 광명실내체육관에서 맞게 됐다.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아들, 딸을 기다리던 유가족들이 이번에는 광명실내체육관에서 하룻밤 묵게 됐다. 99일 전의 모습처럼 체육관 강당에 1반부터 10반까지 반별로 앉았다. 밖에서는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유가족들이 저녁 식사를 한 뒤 세월호 가족대책위와 국민대책회의가 준비한 문화제가 이어졌다. '특별법 국민대토론회'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부모들이 피로를 호소하면서 행사는 취소됐다.

강당 무대에 오른 고 유예은양 어머니 박은희씨가 2학년 3반 부모들이 쓴 편지를 읽었다. 몇몇 어머니들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들도 슬픔을 참으려는 듯 고개를 숙였다. 편지 낭독이 끝나자 체육관에는 박수가 울러 펴졌다.

"우리 딸 어디선가 살아 있겠지?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 100일 밥 그릇수로만 따져도 300그릇. 밥알수로는 몇만개겠지. 그만큼 그립다. 엄마 목소리 들으며 등교하는 게 좋다고 했던 딸. 등교시키지 못한 지가 100일이 되었구나. 이제는 너를 등교시키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이제 내일이면 100일입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100일이면 잔치를 하는데, 아이를 떠나 보낸 지 100일이 지났는데도 허둥대고 있어서 저희 아이들이 아직 던져져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마지막 힘까지 내서 시청광장으로 가려고 합니다. 내일 꼭 이루기를 바랍니다. 내일이 안 되면 모레라도 글피라도 1년 안이라도 꼭 역사책에 저희 아이들이 의로운 죽음으로 남을 수 있도록 제발,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유가족들은 안산시가 준비한 이불과 깔개로 체육관 강당에 잠자리를 마련했다. 25km 도보 행진에 지친 유가족들은 서로 어깨를 주물렀다. 경기도 한의사 협회 소속 한의사들이 의료지원을 나와 다리 통증을 호소한 부모들에게 침을 놓기도 했다. 

[11신: 23일 오후 8시 15분]
유족들, 광명시민체육관 도착... 특별법 제정 촉구 공연과 토론회 등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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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유가족 서로 밀어주기 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오후 '세월호 참사 100일, 특별법 제정 촉구 대행진'에 나선 유가족과 시민들이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 안산 합동분향소를 출발해 서울을 향해 1박 2일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첫날 일정을 마치며 광명시민체육관에 도착하는 유가족이 지쳐서 힘들어하자 다른 유가족과 시민들이 뒤에서 밀어주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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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0일, 특별법 제정 촉구 대행진 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오후 '세월호 참사 100일, 특별법 제정 촉구 대행진'에 나선 유가족과 시민들이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 안산 합동분향소를 출발해 서울을 향해 1박 2일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국회는 성역없이 조사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달라"며 유족들이 도보행진에 나선지 10시간째.  이날 오후 7시 40분께,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은 숙소인 경기 광명시민체육관에 도착했다. 체육관 앞에서는 시민 60~70여명이 줄지어 선 뒤 "힘내세요", "성역없는 조사 위한 특별법 제정" 등 피켓을 들고 박수로 유족들을 환영했다.

유가족들은 오랜 도보로 인한 통증 외에는 별다른 부상 없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유가족 의료 지원을 나온 안산시 한사랑병원 의료진은 "유족분들이 오래 걸은 탓에 물집과 근육통, 그리고 신경성 두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그 외에는 별다른 증상 없다"고 말했다.

오전부터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는 등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시민행렬은 줄지 않았다. 오후 7시께, 유족의 뒤를 따르는 시민들은 약 150명에 달했다.

친구와 함께 행진에 동참한 김윤영(33)씨는 "사고로 인해 유가족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 것 같다"면서 "비가 오는 중에도 걷는 유족들을 뒤에서라도 응원해주고 싶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부천에서 온 김광수씨는 지난 단원고 생존 학생 도보 행진때도 아이스크림을 준비했었다. 이날도 김씨는 광명 덕암주유소 앞에서 빨랫대에다 판을 깔아 아이스크림을 올려놓았다.  김씨는 "오늘은 비가 와서 많이 안 가져가는 것 같다"면서 "남은 것은 행진단 버스에 옮겨 싣겠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저녁 식사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체육관에서 9시께부터 촛불문화제 및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희생자 추모와 함께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공연과 유가족의 편지낭독가족대책위가 준비한 추모영상과 공연 등이 준비돼있다.

이어 9시에 개최되는 국민대토론회에서는 <특별법은 이런 것>이란 제목의 연극을 25분 가량 공연한다.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소속 관계자 등 여러명이 박 대통령과 여당 대표 등으로 분해, 의사자 지정이나 보상금 등에 대한 오해를 보여줄 예정이다. 또한  <국민발언대>에서는 시민들이 단상 위에 나와 특별법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다.

한편 유족들이 숙소로 광명시민체육관을 택한 이유는 함께 행진한 시민들과 숙박을 함께 하기 위해서다. 처음엔 생존학생들이 도보행진 당시 머문 청소년수련관도 고려했지만 자리가 좁아서 광명시민체욱관을 택했다.

또 세월호 사고 당시 전남 진도체육관에서 희생자들을 기다렸던 것처럼, 사고 100일째인 7월 24일 광명체육관에서 특별법을 기다린다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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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와 광화문에서 여러날 농성을 한 뒤에 곧장 도보행진에 나선 유가족들이 시간이 갈수록 힘들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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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가족이 다리에 파스를 붙인 채 힘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권우성


[10신 : 23일 오후 5시 30분]
행진 7시간... 끄덕없는 부모들

오후 4시 30분 출발 7시간 만에 행진 대열에 비가 뿌려지기 시작했다. 유가족들은 노란우산을 펼치거나 우의로 갈아 입었다.

세월호 참사 국민 대책회의 관계자들이 불편해 보이는 유가족들에게 버스에 타라고 권유했으나 버스에 오르는 사람은 없다. 무릎 보호대를 차고 우산을 쓴 채로 도보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유가족들이 경기도 안양과 광명 사이인 박달주유소에 도착하자 안양YMCA소속 회원들이 유가족들을 반겼다.

안양 YMCA(기독교청년회) 소속 직원과 회원 20여 명은 "응원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힘내세요"라고 유족들을 응원했다. 모두 눈가가 젖어있었다.

다섯살배기 딸 서진이의 손을 잡고 응원을 나온 양윤정(40)씨는 "아이들이 침몰하는 배 안에 있는데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바라만 봐야 했다는 게 죄스럽다"며 "남은 아이들만큼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주유소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며 10분간 휴식을 취했다. 이후 유가족들은 광명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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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0일, 특별법 제정 촉구 대행진 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오후 '세월호 참사 100일, 특별법 제정 촉구 대행진'에 나선 유가족과 시민들이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 안산 합동분향소를 출발해 서울을 향해 1박 2일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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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취하는 세월호 유가족 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세월호 참사 100일, 특별법 제정 촉구 대행진'에 나선 유가족들이 안산 합동분향소를 출발해 1박 2일 도보행진 도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이희훈


[9신: 23일 오후 4시 30분]
"도보행진 7시간째... 힘들지 않습니다, 엄마니까"

도보행진을 시작한 지 7시간 가량이 가까워지면서 유족들은 다소 지친 모습이다. 단원고 2학년 6반 고 최덕하 학생의 어머니 김성희씨는 아픈 다리를 절뚝이며 대열에 합류했다가 다른 유족들의 만류로 다시 응급차를 타고 함께 이동했다.

유족들은 길목마다 앉아 쉬면서 서로 챙겼다. 경기 시흥시 목감동 목감사거리에 앉아 잠시 쉰 유족들은 서로 액체파스를 뿌려주고 물과 오이 등 먹을 것을 나눠줬다. 다리가 아픈듯 잠시 앉아 종아리를 두드리기도 했다.

2학년 4반 고 최성호 군의 아버지 최경덕씨는 "그래도 힘들지 않다, 우리는 힘들어도 엄마는, 부모는 강하지 않나"라고 말하며 허탈하게 웃었다. 최씨는 요즘도 아들이 그리워 아들의 옷과 양말을 신고 다닌다며, "오늘도 걷다가 힘들면 입으려고 가방에 챙겨왔다"고 말했다.

어성수(42)씨도 이번 사고로 단원고를 다니던 아들을 잃었다. 어씨는 "부모로서 (죽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이런 것 뿐"이라며 "진상규명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회와 대통령을 보면 가슴만 답답해진다"고 토로했다. 최씨와 어씨의 부인은 모두 현재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에 참여 중이다.

시민들은 점차 지쳐가는 유족들에게 방울 토마토와 초코바 등을 나눠주며 "힘내세요"라며 응원했다. 특히 목감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자원봉사활동을 온 논곡중학교 학생 등 40여 명이 함께 나와 앉아서 쉬고 있는 유족들에게 초코바를 나눠주며 "끝까지 잊지 않을게요, 힘 내셔야 해요"라 말했다.

유족들과 만난 논곡중학교 2학년 조희연·조은지 학생은 "유족분들께서 힘들어하고 계실 줄 알았는데 웃으면서 맞아주셔서 놀랍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두 학생은 "이런 사고가 나서 한꺼번에 300여 명이 죽었다는 거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고 그냥 너무 슬프다"며 울먹거렸다.

[8신: 23일 오후 3시 22분]
"죽은 자식 위해 뭘 못하겠나, 천리라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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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행진 지켜보는 하굣길 고등학생 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세월호 참사 100일, 특별법 제정 촉구 대행진'에 나선 유가족들이 안산 합동분향소를 출발한 1박 2일 도보행진을 하던 중 하교 중이던 안산고 학생들이 행진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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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입은 학생만 봐도 딸 생각이..." 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세월호 참사 100일, 특별법 제정 촉구 대행진'에 나선 유가족들이 안산 합동분향소를 출발해 1박 2일 도보행진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학생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 이희훈


2학년 2반 고 윤민지양 아버지 윤상두(53)씨. 사고 70일 만인 지난달 24일 딸을 품에 안았다. 민지양 생일 3일 전이었다. 그는 "늦게라도 돌아와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23일 도보행진에서 만난 그의 얼굴은 까무잡잡했다. 팽목항의 오랜 기다림 탓이다. 가슴에는 민지양 이름표를 달았다.

그는 "도보행진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딸 때문이라는 그는 "죽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뭘 못하겠냐"며 "천리길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지가 그런 고통을 받고 하늘 올라갔는데 이제는 아무 걱정없이 편안하게 지내길 바란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유가족 뜻대로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씨는 24일, 민지가 쉬고 있는 절에 의식을 치르러 간다. 그는 예쁜 한복을 태우면 민지가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7신 : 23일 오후 2시 10분]
사진에서 다시 만날 딸..."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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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세월호 참사 100일, 특별법 제정 촉구 대행진'에 나선 유가족들이 안산 합동분향소를 출발해 1박 2일 도보행진에 나섰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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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념하는 문재인-박영선 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세월호 참사 100일, 특별법 제정 촉구 대행진'에 나선 유가족들이 안산 합동분향소를 출발해 1박 2일 도보행진을 하는 가운데 행진에 함께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박영선 의원이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납골당 앞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잘 있었어?"

한 어머니는 딸 사진을 자꾸 문질렀다. 사진에서 교복을 입고 있는 딸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사진 네 모서리에는 꽃잎이 달려 있었다.

어머니는 "더운데 땀인지 눈물인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닦았다. 어머니는 같은 반 친구 사진 앞에서도 눈물을 흘렸다.

유가족들은 오후 1시 30분 안산 하늘 공원에 도착했다. 이 공원은 세월호 사고 희생자 103명이 안치된 곳이다. 지난 15일 생존학생들도 이곳에 들러 희생된 친구들을 만났다.

납골당 앞에서 유가족들은 아들, 딸들과 다시 만났다. 행진 내내 밝은 표정이었지만 이 곳에서 유가족들의 표정은 굳어졌다. 대부분 슬픔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한 아버지는 입을 가리며 울음을 참았다. 어머니, 아버지들은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이어 시민들도 차례로 참배했다. 공원에서 20분간 휴식을 취한 유가족들은 다시 발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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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이름표 달고 나온 '소정 엄마' 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세월호 참사 100일, 특별법 제정 촉구 대행진'에 나선 유가족들이 안산 합동분향소를 출발해 1박 2일 도보행진을 시작한 가운데 한 학부모가 딸의 이름표를 달고 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 이희훈


[6신: 23일 오후 1시 56분]
"아이스크림 먹으며 장난치던 내 아들, 지금은 어디에..."

"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세월호 유가족입니다. 오는 24일이면 세월호 100일입니다. 저희는 특혜를 바라지 않습니다. 성역없는 진상규명이 이뤄지도록 함께 해 주세요."

오후 1시께, 점심식사를 마친 유족들이 다시 행진에 나섰다. 대열을 맞춰 선 유족들 앞으로 세월호 사고 희생자 304명의 영정 현수막을 단 버스가 앞서 갔다. 버스에서는 "진상규명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는 유가족 어머니의 애타는 목소리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행진 채비 후 걸어가는 유족들 뒤로 안산 부곡종합사회복지관 직원들 30여 명이 나와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이들이 "끝까지 힘내세요", "조심히 다녀오세요"라며 고개숙여 인사하자, 유족들도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7반 깃발을 든 고 김민수군 아버지 김기웅(44)씨는 대열의 앞 쪽에서 걸었다. 깃발에는 '수사권이 없으면 특별법이 아닙니다'고 적혀 있었다. 김씨는 "7반에서는 부모 29명이 함께 왔다"며 "민수(아들)가 있을 때는 아이스크림 사다 놓으면 장난치면서 뺏어먹고 그랬는데, 아이가 없으니 요즘은 냉장고 음식이 안 떨어진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야당 국회의원들도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서 적극적이지 않고, 되레 보궐선거에 더 올인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시민단체에서 지원해준 창이 넓은 모자를 썼다. 상표가 그대로 붙은 채 모자를 쓴 김씨는 "요즘 아이들이 태그(Tag) 안 떼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저도 안 뗐다"며 웃었다.

유족들의 행진소식을 듣고 응원을 위해 급히 나온 시민들도 보였다. 안산시 지역아동센터의 조현정 센터장(46)도 아이들과 함께 있던 중 소식을 듣고 직접 A4용지에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문구를 써 들고 길거리로 나섰다. 부곡동주민센터를 지나는 1시 10분께, 아동 6~7명과 함께 길가에 나온 조 센터장은 "저도 안산 시민인데다 애들을 기르는 학부모로서 저분들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양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행진하는 유족들에게 계속 "저희가 끝까지 함께할게요, 힘 잃지 마세요"라며 외쳤다. 그는 "자식 잃은 부모들의 마음을 안다면, 또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을 생각한다면 정부와 여야가 이렇게 무마하려해서는 안 된다"며 "특별법이 제대로 만들어져 죽은 아이들의 넋이라도 잘 달래줘야 하지 않겠나"라 말했다.

1시 45분 현재, 안산 하늘공원에 도착한 유족들은 차례대로 들어가 희생자들에게 참배하고 있다. 하늘공원에는 세월호 희생자 103명이 안치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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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이랑 같이 걷는 거에요' 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세월호 참사 100일, 특별법 제정 촉구 대행진'에 나선 유가족들이 안산 합동분향소를 출발해 1박 2일 도보행진을 시작한 가운데 한 학부모가 딸의 단원고 생활복과 이름표를 달고 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 이희훈


[5신: 23일 오전 12시 20분]
일곱살 유치원생 가족도 함께

행진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간간이 내리던 비도 그치고 땀을 식히는 바람이 불고 있다.

유가족들을 뒤이어 시민 150여 명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안산 어머니들의 모임 '노란손수건' 등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한 시민은 노란 손수건에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적었다.

유가족들을 돕고 있는 송정근 목사는 "사고 이후 몸지칠대로 지친 유가족들이 100리 길을 나선 다는 것에 국민들은 응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진에는 일곱살 유치원생도 함께 참여했다. 준성이는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로 단원고 2학년 4반에 다니던 형을 잃었다. 어머니는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에 참여 중이라 아버지와 함께 왔다.

유족들이 안산 시내를 지나가자 주민들은 "힘내세요", "응원합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여 응원하기도 했다. 버스 안에서 유족들의 행진 대열을 바라보는 일부 시민들도 눈가가 빨갛게 물들어 안타까운 표정이었다.

안산시청 앞에서는 직원 50여 명이 나와 특별법 제정 피켓을 들기도 했다. 제종길 안산시장은 유가족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편 유가족과 시민들은 안산 부곡종합사회복지관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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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없는 특별법 안되요' 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세월호 참사 100일, 특별법 제정 촉구 대행진'에 나선 유가족들이 안산 합동분향소를 출발해 1박 2일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4신 : 23일 오전 11시 21분]
"세찬 비 내리면 부모들 함께 울 것 같다"

2학년 9반 대열에 이 반 담임 고 최혜정 교사의 아버지 최재규(54)씨가 눈에 띄었다. 9반 학생은 2명만 부모의 품으로 돌아왔다.

샌들을 신은 그는 잔뜩 흐린 하늘을 보며 "아이들이 부모를 지켜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슨 말이냐'고 묻자 그는 "햇볕이 강했다면 지친 부모들이 행진을 쉽게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또 혹시라도 세찬 비가 내리면 그 빗속에 부모들이 함께 울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모들이 겉은 웃고 있지만 마음 속으로는 눈물이 흐른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또 그는 "함께 걸어주는 시민들이 아주 고맙다"며 "부모들과 함께 같이 걸으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기원하자"고 말했다.

유족들은 "가방 무겁지 않아? 내가 들어줄게요"라며 서로를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10시 40분께, 잠시 그쳤던 비가 내리자 유족들은 아이들 이름이 쓰인 노란색 우산을 펼쳐 들었다.

유족들은 숨진 아이들의 사진을 가방에 붙이고 걷기도 했다. 아이 명찰이 달린 단원고 교복을 입고 걷는 어머니도 있었다.

이번 사고로 단원고에 다니던 아들 강혁(17)군을 잃은 강아무개씨는 아들의 얼굴 사진을 A4용지 크기 현수막에 새겨넣었다. 강씨는 부부가 함께 오려고 했지만 아내가 새벽에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는 바람에 오지 못했다고 밀했다. 잠시 그쳤던 비가 내리자 이들은 "보고싶은 아들 혁아, 미안해"라고 적힌 현수막 위에 우비를 씌워 비가 맞지 않게 했다. 비는 유가족들 머리 위에 조금씩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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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우천 대비 노란우산 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세월호 참사 100일, 특별법 제정 촉구 대행진'에 나선 유가족들이 안산 합동분향소를 출발해 1박 2일 도보행진의 시작에 앞서 열리 기자회견에서 학부모들이 비를 대비해 노란 우산을 들고 있다. ⓒ 이희훈


[3신: 23일 오전 10시 51분]
생존학생 학부모들 응원... 유족들 "우리 딸 어떡해" 단원고 앞 지나며 눈물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이 1박 2일 도보행진에 나선 가운데, 안산 단원고 앞에서도 교사, 학부모 등 다양한 시민 30여명이 나와 9시 30분께부터 유족들을 기다렸다.

행진을 나선 유족들 가운데는 단원고에 다니던 자녀를 잃은 유가족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로 단원고에서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약 250명의 고등학생과 교사 1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단원고 앞에는 생존학생 학부모들도 나와 자리를 지켰다. 유족들이 단원고 정문 앞을 지나던 10시 15분께, 생존학생 학부모 20명은 "잊지 않을게 끝까지 밝혀줄게"라 쓰인 노란 현수막을 손에 들고는 유족들을 향해 흔들었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생존 학생들)도 오늘 행진소식을 알고 있다"며 "유족분들께서 학생들을 고려해 단원고 안까지는 안 들어가겠다고 하시더라"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유가족들과 생존학생 학부모들은 서로 눈인사만을 나누고 헤어졌다. 특히 유족 어머니들은 단원고 앞을 지나자 학교에 다니던 아이들 생각이 나는 듯 "어떡해... 우리 OO 어떡해..."라며 눈물을 쏟았고, 그 모습을 본 생존학생의 어머니들도 팻말을 든채 한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박영선 원내대표와 임수경 의원등과 함께 유가족 100리 도보행진에 함께했다. 문 의원은 "유족분들과 직접 대면하지는 않고, 유가족들이 요구했던 대로 뒤에서 같이 걸어갈 것"이라며 "재보궐 선거 일정이 있어 오늘은 하늘공원까지 가고 내일은 전체 일정을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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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 제정으로 진실을 밝혀라' 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세월호 참사 100일, 특별법 제정 촉구 대행진'에 나선 유가족들이 안산 합동분향소를 출발해 1박 2일 도보행진에 나섰다. ⓒ 이희훈


[2신 : 23일 오전 10시 6분]
"시민들아, 우리가 지치지 않게 함께 걷자"

"8반 이리 와", "여기에요 여기!"

23일 오전 9시, 경기도 안산 화랑 유원지 세월호 합동 분향소 앞. 세찬 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잔뜩 흐렸다. 안산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 180여 명이 모였다. 일부 가족들은 '진실은 멈추지 침몰하지 않습니다'고 적힌 흰 티셔츠를 입었다. 또 등 뒤 반별 숫자에 희생된 학생 이름을 적은 티셔츠를 입은 유가족도 눈에 보였다. 가족들은 등산화에 가방을 메고 노란 우산을 손에 들었다.

100리 행진을 출발하기 위해서다. 유가족들이 대열을 갖추자 각 반 앞에는 반별 깃발이 날렸다. 깃발마다 각자 다른 유가족들의 염원이 담겼다. 깃발에는 '안전한 사회를 위한 특별법 제정'. '진실을 밝히는 특별법 제정', '기소권을 보장해야 처벌하지요' 등의 요구가 적혀 있다.

이 자리에서 전명선 세월호 가족 대책위 부위원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왜 그런 배를 바다에 띄었는지, 왜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지 않았는지다"며 "특별법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걷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 부위원장은 시민 참여를 촉구했다. 그는 "시민 여러분 함께 걸어달라, 우리가 기댈 곳은 시민밖에 없다"며 "100일이 되도록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못한 유가족들이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사고 100일이 되는 내일은 '4.16 특별법 제정'이라는 약속을 받고 싶다"며 "100일에는 덜 아픈 부모, 덜 미안한 부모가 되고 싶다, 시민 여러분이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유가족들은 오전 9시 30분 분향소를 출발해 잠시 뒤 단원고 앞을 지나 안산시청으로 향한다. 희생자 304명의 영정이 걸린 차량을 뒤이어 1반부터 10반까지 대열을 이뤘다. 그 뒤로 시민 100여 명이 함께 행진하고 있다.

정치권도 참여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영선 원내대표를 비롯해 임수경, 최민희 의원 등과 박원석, 심상정, 서기호 의원 등이 함께 그 뒤를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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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었니?' 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세월호 참사 100일, 특별법 제정 촉구 대행진'에 나선 유가족들이 안산 합동분향소를 출발해 1박 2일 도보행진에 나가기 앞서 한 학부모가 분향소의 영정들을 바라보고 있다. ⓒ 이희훈


[1신: 23일 오전 8시 32분]
세월호 유가족들, 장맛비 속 100리 걷는다

세월호 침몰사고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유가족 180여 명이 '1박 2일 100리 행진'에 나선다. 지지부진한 '세월호 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유가족의 직접 행동이 '세월호 정국'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맛비 속 유가족 행진에 시민들의 참여가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앞서 생존학생 1박 2일 도보 행진에는 5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동참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22시간 만에 국회 도착...눈물 바다).

유가족들은 지난 14일부터 국회와 광화문 광장에서 '4·16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이다. 특히 성역 없는 진상 조사를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희생자 304명 영정 앞세우고 유가족들 '뚜벅뚜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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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 저기 있네" 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세월호 참사 100일, 특별법 제정 촉구 대행진'에 나선 유가족들이 안산 합동분향소를 출발해 1박 2일 도보행진에 나서며 한 학부모가 단원고 희생학생들의 영정을 가르키고 있다. ⓒ 이희훈


행진은 안산 화랑유원지의 합동 분향소를 출발해 다음날 서울 분향소가 자리잡은 서울광장까지 약 40km에 달하는 거리다.

유가족들은 오전 9시 안산 화랑유원지에 설치된 합동 분향소에서 '세월호 참사 100일, 특별법 제정 촉구 대행진' 기자회견을 연다. 희생자 304명의 영정 현수막을 단 버스가 앞서고 그 뒤로 유가족들이 행진하게 된다.

이후 이들은 단원고-안산시청-스타프라자사거리-부곡동공원 코스로 이동한다. 오후에는 수암동 파출소-목감사거리-박달주유소-덕안주유소를 거처 숙소인 서울시립 근로 청소년 복지관에 도착한다. 오후 8시 30분에는 광명시민체육관에서 촛불문화제 및 국민대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다음날인 24일, 오전에는 숙소를 출발해 광명시청-가리봉 오거리–구로시장–구로고대병원 –구로구청–구로시민공원(좌회전)–신도림역–영등포역–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을 거쳐 국회의사당에 도착한다.

오후에는 국회를 출발해 마포대교-공덕오거리-충정로-파이낸스신문사앞-서울역앞-남대문-서울광장을 거쳐 광화문 광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후 유가족들은 오후 7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세월호 추모 100일 추모 콘서트에 참가한다.

<오마이뉴스>는 유가족 100리 행진을 동행 취재하며, 오마이TV에서는 이를 생중계 할 예정이다. 다음은 1박 2일 100리 행진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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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들의 '특별법 제정 촉구 100리 대행진' 웹자보 ⓒ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


7/23(수)

- 9시 안산 합동분향소, 행진 선포 기자회견
- 9시 30분 행진 시작 – 단원고등학교: 30분
- 10시 단원고등학교 – 안산시청 – 스타프라자사거리: 50분
- 11시 스타프라자사거리 – 월피공원앞 – 안산청소년수련관 – 부곡동공원: 60분
- 12시 부곡동공원(점심식사): 60분
- 13시 부곡동공원 – 택삼주유소 – 하늘공원 – 수암동파출소: 60분
- 14시 수암동파출소 – 목감사거리: 60분
- 15시 30분 목감사거리 – 박달주유소: 60분
- 16시 30분 박달주유소 – 덕안주유소: 60분
- 17시 30분 덕안주유소 – 광명시민체육관: 120분
- 19시 30분 저녁식사
- 20시 30분 광명시민체육관, 촛불문화제 및 국민대토론회 개최: 1시간

7/24(목)

- 9시 아침
- 10시 광명시민체육관 – 광명시청 – 성애병원 – 철산대교 – 구로 3공단- 수출의 다리 – 마리오아울렛- 가리봉 오거리: 80분
- 11시 30분 가리봉 오거리 – 구로시장 – 구로고대병원 – 구로구청 – 구로시민공원(좌회전) – 신도림 지하차도 – 신도림역: 80분
- 12시 40분 신도림역 – 영등포역 – 여의도 금융감독원앞 – 국회의사당: 60분
- 13시 40분 국회의사당 도착(점심식사 및 휴식), 환영식 <너무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 16시 국회에서 출발 – 마포대교 – 공덕오거리: 60분
- 17시 충정로- 파이낸스신문사 앞 – 서울역 앞: 60분
- 18시 30분 서울역 행사: 30분
- 19시 서울역 – 남대문 – 서울광장: 30분
#세월호 침몰사고 #유가족 #100리행진 #세월호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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