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주변에 싱크홀 전조 20~30개 더 있다"

[인터뷰] 박창근 관동대 교수 "제2롯데월드 터파기가 영향 줘"

등록 2014.07.23 17:53수정 2014.07.23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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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호수와 제2롯데월드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부근에 제2롯데월드(123층 규모의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의 모습. ⓒ 권우성


[기사 보강 : 23일 오후 7시 20분]

"서울시와 롯데는 싱크홀(지반 침하로 인한 구덩이 파짐 현상)이 제2롯데월드와 상관이 없다고 하는데 지난 4~5년 동안 그쪽에서 지하수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제2롯데월드 터파기 공사예요. 합리적 의심이 드는 거죠."

3조 원 가까운 비용이 들어가는 대규모 공사와 불안해하는 현지 주민 여론. 그는 "(의견을 밝히는 게) 다소 부담스럽다"는 표현을 여러 차례 했다. 그렇다고 말을 중단하지는 않았다. 이유는 학자의 소신과 판단 때문이라고 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다.

그는 현재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사용 승인 문제를 검토하는 서울시 시민자문단 자문위원이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서 만난 박 교수는 "지난달 30일, 7월 4일 두 차례 발생한 싱크홀 말고도 제2 롯데월드 공사장 주변에 시간이 지나면 싱크홀로 발전될 만한 곳들이 20~30곳 더 있다"고 말했다.

"지하수 빨라지면 흙 유실...어느순간 쑥 주저앉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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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근 관동대 토목학과 교수. ⓒ 권우성


- 지금 거의 혼자 싱크홀과 제2롯데월드 연관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특별한 근거가 있나.
"내가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지하수와 하천수 관계를 다룬 수문학을 연구했다. 비가 안 와도 하천에 물이 흐르지 않나. 지하수가 서서히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걸 연구했다."

- 싱크홀이 뭔가.
"보통 지하수는 천천히 흐른다. 그런데 누가 땅을 파서 물이 유입되는 곳과 빠져나가는 곳 사이에 현격한 높이 차이가 생기면 지하수 흐름이 빨라지게 된다. 물이 빨라지니까 이 과정에서 흙도 유실된다. 이러다가 유실된 흙이 많으면 어느 한계점에서 지반이 쑥 주저앉는다. 그게 싱크홀이다. 상당수 국내 제방 붕괴의 원인이 이거다."

서울시는 지난 17일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사용 승인 요청에 대해 '보완' 통보를 내렸다. 미비한 내용들을 고쳐서 다시 신청하라는 뜻이다. 시는 롯데쪽에 인근 교통문제와 공사장 안전문제 등을 보완하라고 지적했다. 물론 최근 논란이 된 싱크홀 문제에 대해서는 "(보완 통보와) 연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런 태도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싱크홀과 롯데월드 터파기 공사가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석촌호수 동호 이면도로에서도 도로가 주저앉는 현상을 발견했다"면서 "공사 과정에서 지하수가 유출되면서 지반이 침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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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먹자골목에 발생한 싱크홀이 아스팔트로 복구되어 있다. 송파구청은 추후 '임시포장'이라고 표시된 싱크홀 복구지점 위에 주변 아스팔트와 동일한 재질을 덮는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 김동환


- 제2롯데월드를 짓는 과정에서 지하수 흐름이 빨라졌다는 건가.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 제2롯데월드 터파기를 최대 37미터까지 팠다. 석촌호수 깊이보다 20미터 이상을 더 판 거다. 구덩이가 생기면 물이 고이지 않나. 물론 롯데월드 공사가 원인이라는 단정은 내릴 수 없다. 다만 지난 4~5년 동안 그 부근에서 인위적으로 가장 지하수 흐름에 영향을 미친 건 제2롯데월드 터파기다."

- 제2롯데월드 건설하면서 석촌호수에서 물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도 연관이 있나.
"그렇다. 제2롯데월드 공사 전에도 롯데쪽에서는 석촌호수에 한강물을 공급해왔다. 그런데 터파기 공사 후 수위가 떨어지니까 점점 물 공급량을 늘렸다. 지금은 하루 450톤 가량을 석촌호수에 공급하고 있다."

- 서울시에서는 싱크홀과 지하수 유출은 관계가 없다고 한다. 
"발생한 싱크홀은 하수관과 상수관 접합부에 의한 것이라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그러나 직접 석촌호수 주변을 둘러보면 그곳 말고도 이면도로 100미터 정도, 호수 인근에서도 일부 도로가 2~3cm 깊이로 주저앉아 있다. 20~30곳 정도다. 이것도 상수도 문제란 얘긴가."

- 공사중인 제2롯데월드 쪽에서 나오는 물도 있다.
"지금 제2롯데월드 공사장 쪽에서 하루 450톤씩 지하수가 나온다. 나오는대로 퍼내서 하수도로 방류하는데 계산해보니 연간 하수도세만 8000만 원 정도를 물더라. 롯데 쪽에서는 이 물이 2급수 판정을 받으면 바로 석촌호수 쪽으로 방류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내가 궁금한 건 지금 450톤이 시간이 지나면서 500톤, 600톤, 700톤으로 늘어나지 않겠느냐는 거다. 이런 부분에 대한 조사와 안전성 확보가 필요하다."
#제2롯데월드 #싱크홀 #박창근 #서울시 #송파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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